“이재명 대항마는 없다” vs “보수 단일화 성공하면 해볼 만”
● 오세훈 경선 불출마 충격 속
● ‘김문수·한동훈·홍준표’ 혼전 구도
● 尹과 거리 두며 경선 흥행 성공하고
● ‘한덕수 대망론’ 통해 경제·통상 전문성 살리며
● 이준석, 유승민과도 확실히 단일화해야
● 국민의힘 기적적 승리 꿈꿔 볼 수 있는 상황
다급해진 건 국민의힘이다. 비상계엄 후폭풍과 대통령 파면이라는 폐허에서 시작해야 한다. 반(反)이재명이라는 공감대만 있을 뿐 탄핵 찬반 논란은 여전하다. 과연 누구를 내세워 '이재명 대세론'을 극복할 것인가. 당내 적임자가 없다는 인물난 속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 차출론마저 쏟아지고 있다. 아울러 대선 완주를 시사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와의 단일화도 변수다. '이재명 대항마' 찾기에 나선 국민의힘의 조기 대선 히든카드를 집중 조명했다.
국민의힘, 조기 대선 승리 '불투명'
국민의힘은 충격의 연속이다. 비상계엄 이후 정국 주도권을 완전히 야권에 내줬다. 헌재의 대통령 파면에 이어 조기 대선 승리 가능성도 불투명하다. 더 거칠게 이야기하면 절망적이다. 전문가 분석도 다르지 않다. 김진욱 정치평론가는 "대통령 파면 이후 구도나 상황을 종합하면 정권교체가 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 역시 "민주당이 정권교체 9부 능선을 넘었다"고 밝혔다. 윤희웅 오피니언즈 대표도 "윤석열 정부는 계엄과 탄핵 이외에도 지난 3년간의 국정 운영이 국민 기대에 못 미쳤다는 점에서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최근 여론 지형은 전문가들의 분석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갤럽이 중앙일보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4월 8~9일 조사, 무선전화면접·표본오차 95% 신뢰도에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고)에 따르면, 여야 가상 양자 대결은 △이재명 53% vs 김문수 35% △이재명 51% vs 오세훈 38% △이재명 52% vs 한동훈 32% △이재명 50% vs 홍준표 38%였다. 또 에이스리서치가 뉴시스 의뢰로 실사한 여론조사(4월 8~9일 조사, 무선ARS·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8%포인트) 역시 여야 가상 양자 대결은 △이재명 52.0% vs 김문수 36.8% △이재명 53.5% vs 오세훈 31.9% △이재명 52.2% vs 홍준표 34.0% △이재명 53.4% vs 한동훈 27.5%로 나타났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민의힘 차기 주자와의 맞대결에서 과반의 압도적 우위를 선보였다.
다자 구도도 이 전 대표가 우위다. 한국갤럽의 4월 2주차 여론조사(4월 8∼10일 실시, 무선전화면접‧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고)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37%로 1위였다. 2위인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9%에 불과했다. 이어 홍준표 전 대구시장 5%,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4%, 개혁신당 이준석 예비후보·한 대행·오세훈 서울시장·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각각 2%, 이낙연 전 국무총리·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각각 1% 등의 순이었다.
이 전 대표가 민주당 대선후보를 예약한 것과 달리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오리무중의 상황이다. 모든 여건은 국민의힘에 불리하다. 비상계엄과 대통령 파면의 여파에 대선은 어떻게 해도 승리가 어렵다는 패배주의와 좌절감이 만연하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조기 대선 승리는 물거품이 된 만큼 대선 패배 이후 내년 지방선거 공천을 겨냥한 당권 장악이 더 관심사라는 지적마저 나올 정도다. 이 때문에 대선 출마를 저울질한 차기 주자만도 20명에 달했다. '도토리 키재기식 경쟁'이라는 오명 속에 '묻지마 대선 출마'까지 속출했다.
경선 인물난 속 오세훈 불출마
국민의힘 경선의 지상 목표는 '이재명 대항마' 찾기다. 한마디로 이 전 대표 집권을 저지할 수 있는 최적의 후보가 누구인지를 찾는 게임이다. 그동안의 지형은 김 전 장관, 오 시장, 한 전 대표, 홍 전 시장의 4강 구도였다. 문제는 오 시장의 경선 불출마였다. 그나마 중도확장성을 갖춘 국민의힘 주자 중 하나였다. 유 전 의원은 무소속 혹은 제3지대 후보로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와 관련, "민주당은 대선 프레임을 '내란 옹호 세력 대 민주주의 수호 세력'의 구도로 만들어가고 있다"며 "오 시장의 불출마 선언과 유 전 의원의 여당 밖 출마 선언으로 국민의힘이 중도 성향 지지자들에게 어필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고 평가했다.이대로 간다면 국민의힘의 대선 패배는 확정적이다. 최악의 경우 2007년 17대 대선에서 민주당이 겪었던 악몽을 체험할 수 있다. 노무현 정부 말기 극도의 레임덕 여파로 한나라당 경선은 사실상 대선 본선이었다. 승자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48.67%의 득표율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26.14%)를 더블스코어 격차로 눌렀다. 1·2위 후보 간 표차는 무려 530여만 표였다. 보수성향 무소속 이회창 후보의 득표율 15%까지 포함하면 역대 대선 사상 최고의 압승이었다.
보수 진영은 역대 대선에서 참패한 사례가 드물다. 대통령직선제 도입 이후 지금까지 8번의 대선에서 과반 득표로 승리한 후보는 2012년 대선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득표율은 약 51.6%였다. 역대 대통령들의 득표율은 40%대 후반이었다. 진보 정부의 경우 노무현 전 대통령만 48.9%였을 뿐 김대중 전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은 40%대 초반에 머물렀다.
국민의힘이 대선에서 이 전 대표의 득표율을 40%대 초반으로 묶어놓을 수 있다면 희망을 가져볼 만하다. 탄핵 국면에서 이 전 대표의 차기 지지율은 한동안 30%대 초중반의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여야를 통틀어 1위였지만 대세론을 고려하면 아쉬운 수치였다. 각종 조사에서 본선 확장력을 어렵게 만드는 비호감도 또한 상당했다. 중도·무당층의 표심도 여전히 유동적이다. 주요 여론조사에서는 '지지 후보가 없다'는 중도·무당층이 30%대 초중반에 육박한다. 요약하면 비상계엄이라는 무리수를 동원한 윤 전 대통령도 싫지만 차기 대통령으로 유력시되는 이 전 대표도 싫다는 양비론이 상존하는 것이다. 사실상 여야의 일대일 박빙 승부가 가능한 조건이다.
물론 선결 과제가 있다. 국민의힘은 비상계엄 및 대통령 탄핵·파면의 후폭풍을 딛고 경선 흥행에 성공해야 한다. 또 탄핵의 강을 넘어 찬성파와 반대파의 화학적 결합도 시급하다. 이후 대선 본선에서 중도층의 '이재명 포비아'가 형성돼야만 보수 진영이 기사회생할 수 있는 발판이 만들어진다. 한마디로 국민의힘이 똘똘 뭉친 뒤 이 전 대표의 중도 확장을 최대한 저지해야 한다. 이 밖에 대선 과정에서 윤심(尹心) 논란의 배제도 필수적이다. 실패한다면 대선은 '이재명 vs 윤석열' 시즌2의 구도로 치러진다. 이는 민주당이 가장 선호하는 형국이다.
한덕수, 무소속 출마 후 단일화 시나리오 솔솔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최대 변수는 한 대행이다. 이 전 대표와의 맞대결에서 뚜렷한 경쟁력을 보여준 차기 주자가 마땅치 않자 국민의힘 소속 의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50여 명이 한 대행의 출마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선 주자들은 반발했다. 홍 전 시장은 "대선을 중립적으로 관리할 분을 출마시킨다는 것은 상식에 반한다"고 꼬집었다. 한 전 대표도 한 대행 추대론과 관련, "경선의 김을 빼는 해당 행위"라고 밝혔다. 안철수 의원도 "한 대행은 능력이 출중하나 이번 대선에 출마할 때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에 한 대행은 4월 14일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과 함께 제게 부여된 마지막 소명을 다하겠다"고 다소 묘한 언급을 내놓았다. 대선 불출마를 시사했다는 관측에서부터 공직자의 소명을 강조한 것으로 출마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는 상반된 해석이 나왔다.문제는 '한덕수 대망론'의 불씨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지지율 상승세가 눈에 띈다. 한국갤럽의 4월 2주차 여론조사에서 한 대행은 2%의 득표율로 차기 대선 순위에 처음 이름을 올렸다. 여당 안팎에서 '이재명 대항마'로 한 대행을 거론하는 이들이 점차 늘고 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4월 9∼11일 실시, 무선ARS‧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고)에 따르면, 이 전 대표가 48.8%로 선두를 달린 가운데 한 대행의 선호도는 공식 출마 선언 없이도 8.6%에 달했다. 김 전 장관(10.9%)에 이어 보수 진영 2위였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이재명 대항마'는 한 대행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탄핵 정부 2인자의 대선 출마는 비정상적이다. 다만 국민의힘은 찬밥 더운밥을 가릴 처지가 아니다. 특히 한 대행이 4월 8일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2명(이완규·함상훈)을 지명하면서 출마설은 후끈 달아올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서는 한 대행이 5월 3일 국무총리에서 사퇴해 무소속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후, 국민의힘 최종 후보와 단일화를 거쳐 조기 대선에 나서야 한다는 시나리오까지 나왔다.
이는 2002년 16대 대선 당시 '노무현·정몽준 후보단일화'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김진욱 평론가는 이에 대해 "국민의힘에서 선출되는 대선후보는 보수 진영 최종 대선후보가 되기 어렵다. 이는 한 대행의 존재 때문"이라면서도 "2002년 대선 당시 민주당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를 압박한 것처럼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후보 교체론이나 단일화론이 불거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덕수 대망론'은 보수 진영이 역대 대선 때마다 활용해 온 외부 인재 수혈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박근혜 정부 말기 탄핵 사태로 비상등이 켜졌을 때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대선후보로 영입한 게 대표적이다. 22대 대선을 앞두고는 윤 전 대통령을 영입해 천신만고 끝에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윤희웅 대표는 "한 대행이 출마한다면 보수 진영 후보 중 유일하게 유의미한 대선 캠페인이 가능한 후보"라면서 "다른 후보들이 반(反)이재명 비토를 최우선적으로 내세운다면 한덕수 대행은 트럼프발 관세 대응 등 경제 이슈나 한미 관계를 다룰 수 있다는 차별화된 강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준석 대선 완주 및 보수 단일화도 변수
국민의힘의 마지막 변수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의 대선 완주 여부다.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된 이후 보수 패배의 근본 배경은 분열이었다. 1997년 15대 대선 당시 '이회창 vs 이인제' 분열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어부지리 승리로 이어졌다. 2002년 16대 대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기적적인 승리 역시 보수 성향이었던 '이회창 vs 정몽준'의 분열이 결정타였다. 2017년 19대 대선도 마찬가지였다. 문 전 대통령은 41%의 득표율로 승리했다. 다만 '홍준표 vs 안철수 vs 유승민' 보수 진영 후보들의 득표율 합계는 절반을 넘겼다.조기 대선에서 여야 일대일 양강 구도가 만들어지면 이 후보의 득표력은 승패를 결정짓는 변수다. 대선 본선에서 2~3% 득표율은 엄청난 무기다. 특히 지난 대선이 0.73%포인트 박빙 승부였다는 점에서 2.4%의 득표율을 기록한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대선 완주는 중대 변수였다. 국민의힘은 팽팽한 여야 일대일 구도 속에서 무조건 이 후보를 정치적 우군으로 확보해야 한다. 물거품이 된다면 대선 전망은 더욱 불투명해진다. 물론 이 후보는 어떤 경우에도 보수 후보 단일화는 없다며 대선 완주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김진욱 평론가는 "이 후보는 국민의힘 최종 후보가 누구냐에 따라 단일화 여부가 엇갈릴 것이다. 탄핵 반대파와 단일화하면 정치적으로 죽지만 탄핵 찬성파는 단일화 고려 대상이 될 것"이라며 "보다 중요한 건 이준석 후보의 나이다. 향후 정치적 미래를 위해 어떤 식으로든 대선 완주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유승민 전 의원까지 무소속 출마 의사를 시사하며 여권의 집권을 위한 고차방정식의 변수가 또 생겼다.
‘이재명 대항마' 찾기는 사실 난항의 연속이다. 보수 진영 처지에서 '전과 4범의 범죄자 이 전 대표의 집권 저지'라는 공감대를 빼고는 모든 게 동상이몽이다. 우선 국민의힘 경선 과정이 탄핵 찬반 세력의 화학적 결합 속에서 경선 흥행과 더불어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 이어 트럼프발 미·중 관세전쟁의 여파를 고려하면 '한덕수 대망론'의 효과적 활용도 필수적이다. 다만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한 한 대행과의 단일화를 거부한다면 보수 분열 구도로 대선을 치러야 한다. 마지막 수순은 보수 진영 총결집 차원에서 대선 완주를 강조한 이 후보와의 단일화에 성공해야 한다. 유 전 의원도 무소속 출마한다면 역시 단일화의 대상이 된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이 모두 충족된다고 하더라도 국민의힘의 대선 승리 가능성은 여전히 희박하다. 다만 우여곡절 끝에 모든 조건이 갖춰진다면 기적적인 대선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전문가들의 관측도 제각각이다. 국민의힘 안팎을 보더라도 "이재명 대항마는 사실상 없다"는 단언부터 "해볼 만한 싸움이 될 수도 있다"는 평가가 동시에 나온다. 김진욱 평론가는 "국민의힘이 배출한 대통령이 파면된 가운데 여전히 '윤 어게인(Yoon Agian)'을 외치는 상황을 국민들이 용납하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이재명 대항마는 없다"고 단언했다. 윤희웅 대표는 "경제 상황이 악화되고 한미 관계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두 가지 변수를 다룰 수 있는 한 대행이 이 전 대표의 가장 유력한 대항마가 될 것"이라면서 "대선전이 본격화하면 한 대행의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이 전 대표와의 지지율 격차를 좁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재원 교수는 "임기 단축 개헌이 대선에서 '이재명 대세론'을 흔들 수 있는 요인"이라면서 "대통령과 국회의 권력 엇박자를 해소할 대안으로 개헌론이 힘을 얻을 때 이 전 대표가 5년 임기에 대한 욕심을 부린다면 대선 레이스 도중 위험한 고비에 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성곤 이데일리 기자 skzero@edaily.co.kr
Copyright © 신동아.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