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제이링크, 로봇시대 美제조업의 마이크로소프트 되나
[편집자주] [종목대해부]매일같이 수조원의 자금이 오가는 증시는 정보의 바다이기도 합니다. 정확한 정보보다는 거품을 잡아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머니투데이가 상장기업뿐 아니라 기업공개를 앞둔 기업들을 돋보기처럼 분석해 '착시투자'를 줄여보겠습니다.
트럼프 관세폭탄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이슈가 촉발된 미국을 비롯해 한국, 유럽, 일본, 인도 등 각국 증시의 변동폭이 사상최대 수준으로 커진 후 혼란이 조금씩 수습되는 모양새지만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려면 적잖은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시장 전반은 좋지 못하지만 개별 종목군에서는 무차별 주가하락을 매수기회로 활용할 기업들이 있다. 이번 국면과 무관하면서도 억울하게 주가가 하락해 밸류에이션 메리트가 생긴 기업들이다.
지난해 10월 상장한 와이제이링크가 대표적인데 오히려 관세전쟁의 수혜주로 거론된다. 특히 최근 부상하는 로봇형 스마트 팩토리 구축의 핵심기업으로 거론되는데 테슬라, 스페이스X, 애플 등 세계 최고의 기업에 납품할 정도로 기술력도 탄탄해 전문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와이제이링크는 2009년 설립된 SMT 스마트팩토리 기업이다. SMT(표면실장기술)는 PCB(인쇄회로기판)에 반도체 같은 전자부품을 붙이는 작업을 뜻한다. 과거에는 전자부품을 하나하나 납땜해 PCB에 붙였는데, 지금은 PCB에 납가루 접착제(반액체)를 바른 후 부품을 붙여 열풍으로 굳히는 방식이 쓰인다. SMT는 공정속도가 빨라 PC, 휴대폰, TV 등 1990년대 가전기기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
부품이 장착된 PBC는 모듈형태로 각 분야에 납품되는데, 전기를 소모하는 제품은 거의 SMT 공정을 거친다 해도 무방할 정도다. 더 얇고 작은 제품을 대량생산하려면 정교한 SMT 기술이 필수다.
SMT 공정은 PCB가 콘베이어벨트를 타고 움직이면서 15~30대의 장비를 통과하면서 이뤄지는데 와이제이링크는 이 장비 중 70% 가량을 생산하고 있다. 50%는 PCB 이송장비이고 20% 정도는 검사장비다. 직접 생산하지 않는 장비는 납 접착제를 뿌리는 스크린프린터, 부품을 올리는 칩마운터, 열풍건조에 쓰이는 리플로우 오븐 정도다. 이들 공정도 와이제이링크 장비를 통해 연결된다.
테슬라 전기차 전장부품 SMT 라인에도 납품한 적 있는데 총 20대의 장비중 무려 75%인 15대를 공급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와이제이링크의 고객사를 보면 기술적으로 얼마나 신뢰받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고객사 가운데 매출 1조원 이상인 기업들이 절반 이상이다. 전체 매출 중 90%는 해외시장에서 발생하고 테슬라, 스페이스X 등 일론 머스크 계열과 솔라엣지, 하만, 시스코 등에는 장비를 직접 공급한다.
SMT 장비를 사용해 PCB 모듈을 생산하는 것을 EMS(전자제품 위탁생산 서비스)라 하는데 애플의 아이폰을 만드는 폭스콘을 비롯해 HP, 퀄컴 등의 제품을 만드는 JABIL(제이빌), BYD(비야디), 대만 USI, 싱가포르 플렉스(FLEX)를 비롯해 대부분 기업들이 와이제이링크의 고객사다. 이 밖에 덴소, 아이신, 마그나, 발레오, 콘티넨탈, 보쉬, 파나소닉 등 자동차 전장업체와 암코, ASE, 일본 롬 같은 반도체 패키징 업체에도 제품을 공급한다. 글로벌 톱 티어 기업들이다.
와이제이링크의 강점으로는 뛰어난 데이터 통신기술과 연계한 PCB 이동기술이 꼽힌다. SMT 공정은 30대에 달하는 장비로 구성된다. 각 장비마다 생산속도가 달라 컨베이어 벨트의 속도와 방향을 미세하게 조정하고 앞뒤 장비에서 어떤 공정이 얼마나 진행됐는지를 0.001초 단위로 체크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전체 공정이 멈추고 불량이 발생해 수율에 치명적인 손실을 입는다.
와이제이링크는 빠르고 정확한 데이터 통신으로 공정을 관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모든 작업이 빈틈없이 연계되도록 하는 스마트 공정이 가능한 배경이다. PCB 뿐 아니라 반도체 패키징까지 SMT 풀 라인 구축이 가능한 후공정 장비도 갖추고 있다. 물류공정 자동화는 물론이다. 와이제이링크의 장비별 매출비중은 △컨베이어 33% △로더, 언로더 21% △버퍼 11% △레이저 마킹 19% 등이다.
박순일 와이제이링크 대표는 "우리 장비를 도입하면 PCB와 부품을 투입한 후 SMT를 거쳐 제품으로 만들어지는 시간이 고급사양 기준으로 9.8초"라며 "글로벌 최고수준보다 2.2초가 빠른 정도인데, 규모의 경제가 결합하면 엄청난 원가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예로써 PCB 모듈을 100만개 생산에 SMT 라인이 10개 필요한데 이를 5개로 줄이면 장비 뿐 아니라 설치공간과 인력도 절약하는 간접효과도 크다"며 "이런 포인트들이 언급되면서 선진국 뿐 아니라 중국, 베트남, 남미 등 신흥국 고객들이 먼저 납품을 타진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야스카와 로봇 생산라인을 와이제이링크가 수주한 배경이다. 일본의 야스카와는 세계 4대 산업용 로봇생산 업체다.
아쉬웠던 건 지난해 실적이다. 연결기준 매출은 2023년과 비슷한 485억원인데 영업손실 12억원을 기록해 전년(91억원) 대비 적자전환했다. 환율,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며 제품원가가 올랐고 판매수수료와 인건비, 충당금 부담도 커진 탓이다.
박 대표는 "국내외 여러 이슈와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지난 연말연초 계획했던 것들이 미뤄졌고, 이 때문에 성장이 다소 주춤했다"며 "올해 2분기부터는 예전과 같은 성장각도를 회복할 것으로 보는데 과거 어려웠던 시기에 쉬지 않고 진행했던 투자들이 하나 둘 결실로 맺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SMT 장비시장은 2023년 57억달러→2025년 65억달러→2028년 82억달러로 커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같은 기간 EMS 시장은 5394억달러→6179억달러→7576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와이제이링크에서 주목할 것은 △SMT와 EMS 양쪽의 경쟁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풀 생산라인 구축작업 △PCB, 반도체 어셈블리(SMT 완제품 생산) △테슬라 및 스페이스X의 SMT라인 추가 공급여부 △국내외 완성차 업체의 전장부문 SMT, EMS 협업타진 △레이저마커 신규아이템 개발 △휴대폰용 PCB SMT장비 납품확대 △해외법인 및 공장의 실적추이 등이다.
SMT 장비의 70% 가량을 생산하는 와이제이링크는 나머지 30% 업체와 손잡고 풀 생산 라인을 구축하려는 중이다. 성공한다면 매출규모 뿐 아니라 이익측면에서도 큰 보탬이 된다. 위탁생산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개발한 SMT 완제품을 만들 수도 있다.
주목할 것은 글로벌 기업들의 생산기지 지역재편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아이폰을 생산하는 폭스콘을 비롯해 테슬라도 중국에 대규모 제조시설이 있는데 미중갈등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우려해 인도, 베트남, 멕시코 등으로 조립라인을 다변화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애플의 경우 인도에선 타타그룹, 폭스콘 인도법인과 협업하고 있으며 전체 아이폰의 25~30%를 이들 국가에서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와이제이링크는 2019년 베트남 하이퐁에 2만㎡의 공장을 설립, 월 500대의 캐퍼를 확보한 상태다. 여기에 올해 3분기에는 2022년부터 투자했던 멕시코 공장이 가동돼 300대 생산캐퍼가 늘어난다. 인도에도 공장을 짓는다. 올해 착공해 2026년 400대 캐퍼로 가동할 예정이다.
특히 멕시코는 미국 관세전쟁에서 우호국 대우를 받으며 '생산기지+관세우회 수출거점'으로 최근 부상했고 전자, 자동차 전장, 통신장비, 배터리 모듈 등 주요 기업들이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와이제이링크는 설비투자가 예정보다 빨리 집행된 덕에 최적의 타이밍을 맞은 셈이다. 인도 공장은 경기둔화 가능성 등을 고려해 2027년 준공한다는 계획이었는데, 위기일수록 미래에 대한 준비를 멈추면 안된다는 박 대표의 주장에 투자를 앞당겼다는 후문이다.
전반적인 상황은 나쁘지 않은데 회사가 예상하고 있는 사업들이 시기에 맞춰 궤도에 올라갈지는 지켜봐야 한다. 와이제이링크 납품처와 경쟁사들의 상황, 글로벌 경기동향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주가적인 측면에선 지난해 주춤했던 수익성이 얼마나 회복되는지가 관건이고, 시차를 두고 나올 오버행(대량매물) 락업물량도 수급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예전에는 회사와 직원, 고객사들에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만 해왔는데 지난해 10월 코스닥에 상장한 후 주주들에 대한 책임감 또한 무겁게 느끼고 있다"며 "회사를 믿고 신뢰해주신 주주들을 위해 기업을 성장시키고 투자자 소통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지난달부터 회사 주식을 장내매입했다. 매수액이 3억7427만원(5만5000주 가량)으로 적지 않다. 책임경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차원이다.
그는 "기업 밸류업은 다양한 형태의 주주친화 정책으로 쌓아 올려야 하고 이런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선 탄탄한 실적이 기초를 잡아줘야 한다"며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소통채널을 운영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준환 기자 abcd@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내가 죽어야 한다고…" 故 김새론 녹취록, 뉴욕 남편 가스라이팅 의혹 - 머니투데이
- "女연예인 성접대, 3명 동시에 만나…금액도 들었다" 신정환 폭로 - 머니투데이
- 오윤아, 이혼 후 10년…"발달장애 아들, 아빠와 교류 없다" 고백
- "코까지 골며 잤는데"…故강수연 56세에 돌연사, 원인은 - 머니투데이
- '사이비' '감금' '전처와 한집살이'…최여진, 예비신랑 루머에 폭발 - 머니투데이
- 정동원, 대출없이 산 '20억 집' 공개…"인테리어 후회" 어떻길래 - 머니투데이
- 이이경도 당했다…"집 비번 알려줬다가 싹 다 가져가" 무슨 일? - 머니투데이
- '스윙보터' 2030이 대선 승패 가른다…'1336만' 표심, 누구에게로 - 머니투데이
- 설인아 "공황장애로 쓰러져 병원행, 그때 차학연이…" 특별한 인연 고백 - 머니투데이
- 최다니엘, '예능캐' 키워준 전현무 배신? "유재석 라인 갈아타"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