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이어 달러·주식서도 자경단…결국 美자산 헐값 매물 될 것"

박신영 2025. 4. 22.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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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시대, 구루에게 듣는다
(5) 로젠버그리서치 창업자 데이비드 로젠버그
파월 해임 땐 美경제 '직격탄'
'바나나 공화국' 같은 일 생길 것
지금까지 혼란은 산책수준 불과
나도 美자산 처음으로 의문 가져
최악땐 S&P500, 3000선 추락
경기정체만 보면 4300까지 하락
美증시 연내 폭락장 벌어질 수도
기업·가계 심리지표선 위기 시작
실제 통계까지 침체 번질 가능성
불확실성 대비 위해 현금 늘려야
월가의 유명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로젠버그는 21일(현지시간)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 때리기’와 관련해 “미국 자산이 헐값 매물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로젠버그리서치 제공


“채권시장뿐 아니라 달러와 주식 시장에도 자경단(반시장적 정책에 자산 투매로 대응하는 투자자들)이 생겼습니다. 결국 미국 자산은 헐값 매물이 될 겁니다.” 월가 유명 이코노미스트이자 시장전략가인 데이비드 로젠버그는 미국 자산시장을 비관적으로 봤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을 무리하게 해고하려는 움직임이 미 국채 시장에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식시장도 최악의 경우 1년 안에 S&P500지수가 3000까지 떨어지는 등 약세장에 빠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로젠버그리서치 창립자 로젠버그를 21일(현지시간) 전화로 인터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파월 의장 해임을 검토한다고 합니다.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미국은 기축통화국이고, 그 지위는 전적으로 투자자 신뢰와 정책 일관성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파월 의장이 중도 퇴진하면 (상호관세를 발표한) 4월 2일 ‘해방의 날’ 본 뉴욕증시의 혼란은 가벼운 ‘산책’ 정도로 느껴질 만큼 커다란 충격이 있을 겁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충격을 예상합니까.

“바나나 공화국(저개발 국가)에서나 벌어질 법한 일이 생길 겁니다. 달러 가치 하락, 주식시장 약세, 안전자산이던 미 국채 시장의 혼란이 뒤따르는 거죠. 지금은 채권 자경단뿐 아니라 달러 자경단, 주식 자경단, 신용시장 자경단까지 생겼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해임하면 (미국 자산은) 파이어 세일(헐값 매도)이 될 것입니다.”

▷트럼프 관세가 미국과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미·중 경제전쟁은 서로를 고립시키려는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습니다. 이것이 바로 ‘방 안의 코끼리’(불편한 진실)입니다. 불확실성 때문에 기업들은 투자 결정을 멈추고, 가계는 소비를 줄이며, 투자자들도 리스크 회피 모드로 전환합니다. 이 불확실성이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을 1~2%포인트 깎아 먹는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중국의 버티기로 미·중 무역갈등이 장기화할 것이란 시각도 있습니다.

“중국 국민은 고통을 감내하는 능력이 미국인보다 훨씬 강합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트럼프 대통령보다 훨씬 젊고, 선거라는 제약도 없기 때문에 훨씬 오랜 기간 권좌에 머무를 수 있습니다. 시 주석은 손가락 하나로 거대한 내수 중심의 경기부양책을 집행할 수 있습니다.”

▷관세가 미국 무역적자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미국 경제는 소비 중심 모델이죠. 이론상 경상수지와 자본수지의 합은 제로(0)입니다. 미국의 무역적자가 쌓인 결과 해외 투자자들은 (벌어들인 달러를 투자해) 미국 내 주식과 부동산을 거의 20조달러어치나 보유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런 흐름 속에서 세계와 관계를 맺었습니다.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해온 셈이죠.”

▷최근 미 국채 가격이 하락했습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더 이상 미국 자산, 특히 미 국채를 이전만큼 안전하다고 믿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 투자자들은 미국 자산을 매수할 때 ‘위험 프리미엄(수수료)’을 붙이고 있습니다. 주식이든, 회사채든, 국채든 마찬가지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걸 알고도 관세정책을 강행하는 걸까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는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고 봅니다. 그는 무역과 관세 문제를 ‘뼈다귀를 얻은 개’(dog with a bone·물고 늘어지는 집착)와 같은 태도로 일관해왔습니다. 이성보다는 집착과 정치적 본능의 산물입니다.”

▷백악관 보좌진의 역할이 약해졌다고 봅니까.

“트럼프 1기 때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나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등 자유무역 지지 성향의 고위 당국자가 현재는 백악관에 없습니다. 트럼프 1기 때는 행정부 내 자유무역주의자와 보호무역주의자의 충돌로 혼란스러웠지만 금융시장은 비교적 안정돼 있었죠. 지금은 행정부는 안정적이지만 세계 경제와 자본시장은 혼돈 상태로 바뀌었습니다.”

▷트럼프 말대로 관세가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까요.

“미국은 제조 강국이 아니라 서비스 강국입니다. 제조업이 돌아오더라도 일자리를 채우는 건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 될 가능성이 더 큽니다.”

▷관세정책이 지속 가능할지도 의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 중 입법화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모두 긴급조치나 행정명령으로 집행됐습니다. 미국에 공장을 세우는 것은 수년간 장기 투자해야 하는데, 2028년 정권이 바뀌면 이 정책 자체가 사라질 수 있는 거죠. 이는 기업에 투자 결정을 미루게 만드는 아주 큰 불확실성 요인입니다.”

▷올해 미국 증시는 어떻게 전망합니까.

“미국이 경제 침체 없이 스태그네이션(경기 정체) 정도로만 지나갈 수 있다면 (현재 5000을 넘는) S&P500지수가 4300선 정도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봅니다. 그게 그나마 최선의 시나리오예요. 미국이 심각한 경기 침체를 겪게 된다면 3000선까지도 떨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앞으로 12개월 안에 벌어질 수 있는 일입니다.”

▷뉴욕증시가 하락하면 미 국채나 달러에 투자가 몰릴 수 있지 않나요.

“제 40년 가까운 경력에서 처음으로 미국 자산(의 안전성)에 의문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미국 국채, 달러가 ‘안전자산이다, 아니다’의 문제가 아니라 이 질문 자체가 ‘논쟁거리’가 됐다는 것이 엄청난 일입니다.”

▷물가와 금리 전망은 어떻게 보나요.

“관세에 따른 가격 충격은 실질 임금을 감소시키고, 이는 다시 실질 소비를 위축시킬 겁니다. 경기 침체 압력이 더 커지는 거죠. Fed가 이번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인식하는 순간 매우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겁니다.”

▷경기 침체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까.

“그렇습니다. 올해 3분기나 4분기에는 그 징후가 더 명확하게 나타날 겁니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경제 수치는 관세 시행 전에 미리 주문을 넣고, 소비자들이 사재기한 효과로 인해 왜곡돼 있습니다. 하반기엔 (소비 둔화로) 수요 공백이 있을 겁니다.”

▷요즘 주목하는 경제 지표는 뭡니까.

“매우 흥미로운 현상이 하나 있습니다. 기업과 가계 심리 설문 기반의 경제 지표인 ‘소프트 데이터’에선 이미 경기 침체가 시작됐거나 곧 도래할 것이라는 신호가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 통계로 집계되는 고용, 생산, 소비 등 ‘하드 데이터’에서는 침체 징후가 뚜렷하지 않습니다. 파월 의장이 말한 대로 소프트 데이터가 하드 데이터로 옮겨가는지 봐야 하죠.”

▷하드 데이터에선 어떤 지표가 가장 중요한가요.

“고용(비농업부문) 수치가 감소하기 시작하는 순간 ‘게임은 끝났다’고 봐야 합니다. 경기 침체가 시작될 수 있다는 겁니다.”

▷보호무역 시대에 각국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자국 경제를 내생적으로 성장시키는 방안을 고민하는 겁니다. 재정과 규제개혁을 활용해 국내 수요를 자체적으로 활성화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이 점에서 독일은 가장 먼저 행동에 나선 나라입니다. 오랫동안 지켜온 재정건전성 원칙을 포기하면서까지 내수 확대를 위한 정책 전환에 착수했죠. 그게 바로 최근 유로화가 강세를 보이고, 유럽 증시가 미국 증시보다 더 견조한 성과를 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개인 투자자는 불확실성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글로벌 증시는 대부분 서로 연동돼 움직이기 때문에 유럽·아시아·캐나다 시장이 미국보다 덜 하락할 수는 있어도 하락 자체를 피하긴 어렵습니다. 지금은 현금 비중을 높이고, 유동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미 달러화 약세와 반대로 움직이는 자산, 예를 들면 금과 귀금속 원자재에 주목하길 권합니다.”

 로젠버그 애널리스트는
IT버블·글로벌 금융위기 예견…월가 대표 비관론자

데이비드 로젠버그는 월가에서 ‘올스타(최고) 애널리스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월가의 대표적 비관론자이기도 하다. 2000년대 초반 정보기술(IT) 버블을 경고했고 2008년엔 글로벌 금융위기 가능성을 지적했다. 2020년대 들어선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가 겹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경고하고 있다.

로젠버그는 평소 “투자자에게 필요한 것은 응원가를 부르는 사람이 아니라 탐정”이라며 추세에 휩쓸리지 않는 정확한 분석을 강조한다. 미국 유명 금융 전문지이자 기관투자가 대상 리서치 랭킹 평가 기관인 인스티튜셔널인베스터에서 장기간 ‘올스타 애널리스트’로 선정했다.

로젠버그는 캐나다 토론토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이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메릴린치와 글러스킨셰프 등 금융회사에서 경력을 쌓았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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