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갱이 다 죽이자"는 극우 집회,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

박성우 2025. 4. 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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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극단적 혐오 선동에 대한 법적 제재 절실하다

[박성우 기자]

 4.19혁명 65주년을 맞은 지난 2025년 4월 19일, 한창 붐비는 서울 도심에 믿기 어려운 광경이 펼쳐졌다. 극우 성향의 윤석열 지지 단체인 '자유대학' 소속 인원들이 대로 한복판에 "종북 좌파 간첩 빨갱이 매국노는 다 죽이자"라는 살벌한 구호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집회를 연 것이다.
ⓒ Youtube JTBCNews
4.19혁명 65주년을 맞은 지난 2025년 4월 19일, 봄비가 내리는 서울 도심에 믿기 어려운 광경이 펼쳐졌다. 극우 성향의 윤석열 지지 단체인 '자유대학' 소속 인원들이 대로 한복판에 "종북 좌파 간첩 빨갱이 매국노는 다 죽이자"라는 살벌한 구호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집회를 연 것이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행진하는 이들은 이적 세력으로 몰아붙인 대상을 향해 공공연히 살해를 선동하는 것이나 다름 없는 문구를 내보였다. 거리 한복판에서 나온 이 적나라한 표현에 주변을 지나던 충격을 금치 못했다. 민주사회에서 감히 상상하기 힘든 이 장면은, 한국 사회에서 혐오 표현과 폭력 선동이 어디까지 용인되고 있는지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반국가세력 모두 X질 때까지" 이런 노래까지
 단순한 의견 표명을 넘어, 정치적 반대자들을 사회에서 제거해야 할 적으로 규정하고 살해까지 부추기는 수준이니 그 위협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실제로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그 구호만 내건 게 아니었다. 집회를 마친 후에도 무리를 지어 거리를 활보하며 문제적 가사가 담긴 노래를 목청 높여 불렀다.
ⓒ 자유대학 유튜브 채널 갈무리
종북, 간첩, 빨갱이, 매국노 등의 낱말들은 한국 현대사에서 수많은 인권 탄압과 폭력을 정당화하는 데 악용되어 온 표현들이다. 독재 정권 시절부터 상대를 공산주의자로 몰아 탄압할 때 써먹던 이 말들은, 지금도 극우 집단에 의해 진보 성향 정치인이나 시민단체를 향한 낙인으로 사용되고 있다. 여기에 "다 죽이자"라는 끔찍한 주문이 결합돼 명백히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와 살의를 선동했다.

단순한 의견 표명을 넘어, 정치적 반대자들을 사회에서 제거해야 할 적으로 규정하고 위협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그 구호만 내건 게 아니었다. 집회를 마친 후에도 무리를 지어 거리를 활보하며 "반국가세력 모두 X질 때까지", "빨갱이는 대한민국에서 빨리 X져라" 같은 가사가 담긴 노래를 목청 높여 불렀다.

이들은 17일에도 자양동 양꼬치골목에서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가게 앞에서 이러한 노래를 부르며 행진했다. 극우 무리의 노골적인 혐오 행진에 분노한 중국인 직원이 항의하다 몸싸움이 벌어졌고, 결국 해당 직원은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실려 갔다 . 도심에서 대놓고 혐오와 폭력을 외치는 장면이 주변 시민에게까지 물리적 위협을 안기는 현실이 된 것이다.

혐오 방치가 부르는 위험한 혐오의 일상화

문제는 이러한 극단적 발언이 거리에서 아무 제지도 받지 않고 방치될 때 야기될 사회적 파장이다. 공공장소에서 극단적 혐오와 살해 선동이 반복되고도 처벌받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점차 "이런 표현도 괜찮은가 보네" 하고 여길 수 있다. 그 결과 혐오 표현에 대한 사회적 금도가 무너져 원래라면 경악할 만한 발언에도 무감각해지는 현상이 나타날 위험이 크다.

처음엔 소수 극단주의자들의 일탈로 여겨졌던 언행이 점차 보통 사람들의 일상 언어로 스며들어 폭넓게 용인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우리는 경계해야 한다. 실제로 최근 10년 동안 극우 시위대가 외친 혐오는 이념적 반대세력인 이른바 '종북좌파'를 겨냥했다가, 윤석열 탄핵 국면에서 중국동포와 중국인에 대한 인종차별적 혐오로 번져 나갔다. 이런 흐름이 계속된다면, 다음번 대상은 특정 지역 출신이나 성소수자, 여성 등으로 끝없이 바뀔 수 있다.

혐오와 폭력이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분위기가 굳어진다면 사회는 점차 광기 어린 범죄에도 무방비로 노출되고 만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극단 행동을 제지해야 할 공권력과 지도층이 오히려 침묵하거나 방관할 때 발생한다.

안타깝게도 현재 한국 사회에서는 이러한 혐오에 제대로 제동을 거는 목소리를 찾기 어렵다. 이렇게 사회적으로 혐오가 묵인되는 사이, "빨갱이는 죽여도 돼"라는 식의 반인권적이고 전체주의적 인식이 일상에 스며들 위험성을 더 키우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엔 철퇴, 오프라인엔 관대? 모순적 이중잣대

아이러니하게도, SNS나 인터넷 게시판 등 온라인 공간에 모욕적이거나 위협적인 글을 올렸다가 처벌을 받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지난 2023년 칼부림 사건이 연쇄적으로 일어난 이후 경찰은 온라인상에서 살인을 예고한 이들을 수십 명 검거했다. 올해 2월에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살인 예고 등에 최대 5년 이상 징역으로 처벌하는 공중협박죄 법안이 신설돼 국회를 통과하기까지 했다.

이처럼 온라인상 불특정 다수를 향한 살해 협박에 대해 새로운 법까지 만들어가며 철퇴를 내리고 있는 반면 정작 공공장소인 도심의 거리에서 벌어진 노골적 선동에 대해서는 무력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다.

19일 자유대학 집회 현장에서도 경찰은 출동했지만, 혐오 구호 자체를 제지하지는 못했다. 시위대와 주민 사이의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는 걸 방지하는 차원의 질서 유지에 나섰을 뿐이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사회의 핵심 가치이며 국가 공권력이 사상의 표현을 과도하게 억압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타인에 대한 살해 선동과 혐오 범죄 교사는 표현의 자유 범위를 넘어서는 문제다. 대한민국 형법은 살인을 교사하거나 예비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있다.

지금처럼 경찰이 온라인에는 적극 개입하면서 오프라인 집단 혐오에는 손 놓고 있는 모습이 지속된다면, 법 집행의 공정성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는 무너지고 말 것이다. 집회라는 이유로 폭력과 혐오마저 용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혐오에 관대한 사회에는 미래가 없다

한국과 달리, 많은 민주 국가들은 혐오에 기반한 표현을 사회에 대한 명백한 침해로 간주해 법적으로 제재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나치 과거사에 대한 뼈아픈 반성이 사회적 합의로 자리 잡으면서, 인종차별적·혐오 표현을 광범위하게 형사 처벌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독일은 공공연하게 특정 집단을 "몰살하자" 식으로 모독·위협하면 '일방평등대우법'에 따라 최대 5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영국도 1986년 제정된 '공공질서법'에 따라 인종이나 종교 등을 이유로 한 혐오적 선동을 범죄화했고, 최대 7년의 징역형에 처한다.

가까운 일본의 사례는 특히 주목할 만하다. 일본 역시 한때 '재특회'를 비롯한 극우 시위대가 재일한국인 등을 겨냥해 살해 협박을 외치는 혐오 시위를 도심에서 벌이곤 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2016년 이른바 '헤이트스피치 해소법'을 제정했다. 처벌 규정을 두지는 않았지만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해당 법안에 기반해 처벌 조례를 제정해나가고 있다.

국가권력이 시민을 빨갱이로 몰아 학살한 역사가 있는 한국에서 '빨갱이는 다 죽이자'라는 섬뜩한 혐오의 구호가 메아리치는 현실에 깊은 우려가 들지 않을 수 없다. 극우 집단의 혐오 선동이 거리의 풍경으로 자리잡는 것을 방치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사회 전체에 돌아올 것이다.

1923년 일본 관동대지진 당시 일본인들은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가짜뉴스를 믿고 조선인들을 학살했다. 1931년 조선인들은 중국인들이 조선인 200여 명을 죽였다는 <조선일보>의 오보를 믿고 중국인들 수백 명을 학살했다. 지금과 같은 혐오적 살해 선동을 용납한다면 불과 100년 전의 일이 지금 다시 나타나지 않으리라고 어찌 확신할 수 있겠는가.

도심 한복판에 "다 죽이자"라는 구호가 다시는 발붙이지 못하도록, 이제는 우리 모두가 경각심을 갖고 행동에 나설 때다. 혐오에 관대한 사회에 미래는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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