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되니 휴게시간 증가시켜 오히려 임금 줄어"

장재완 2025. 4. 22.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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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민단체, 경비 노동자 일방적 휴게시간 증가 규탄 기자회견... "노동부가 관련 지침 마련해야"

[장재완 기자]

 대전아파트경비노동자권리찾기사업단은 22일 대전지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이 인상되니 휴게시간이 증가되어 임금이 오히려 삭감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노동부가 나서서 휴게시간 관련 지침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아파트 경비 노동자들의 임금을 줄이기 위해 휴게시간을 일방적으로 증가시키는 사례가 늘어가고 있다며 시민단체들이 고용노동부가 나서서 휴게시간 관련 지침을 마련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대전아파트경비노동자권리찾기사업단과 대전광역시노동권익센터, 대전지역일반지부 경비관리지회 등은 22일 대전지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이 인상되니 휴게시간이 증가되어 임금이 오히려 삭감되고 있다"며 "노동부가 나서서 휴게시간 관련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파트경비 노동자들은 주로 24시가 맞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 다만 이 시간 중 약 8시간~9시간은 무급 휴게시간으로 주어진다. 24시간 동안 근무지에 머물지만 유급 근로 시간은 약 15~16시간에 불과 한 것. 이렇게 일하고 대부분 최저임금(2024년 월 206만740원)보다 약간 많은 월급을 받아왔다.

그런데 2025년 최저임금이 월 209만 6270원으로 정해지면서 경비 노동자들은 단돈 몇만 원이라도 월급이 오를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대전지역 다수의 아파트 경비 노동자들은 오히려 삭감된 월급을 받게 됐다. 입주자대표 회의가 임금인상을 막기 위해 경비 노동자들의 휴게시간을 기존 8~9시간에서 9~9시간 30분으로 늘린 것.

이로 인해 경비 노동자들의 하루 근무시간이 30분~1시간가량 줄어들었다. 이를 15일로 계산하면 7.5시간~15시간이 줄어드는 것이며 거의 하루치의 임금이 날아가는 셈. 특히, 야간근무수당을 주지 않기 위해 휴게시간을 야간으로 정하면서 오히려 임금이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했다.

어차피 24시간 맞교대를 해야 하기 때문에 근무지에 머무는 시간은 같은데 임금만 줄어들게 된 것이다. 심지어 대전 서구 정림동의 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는 휴게시간을 11시간으로 정한 곳도 있다.

같은 시간, 같은 일을 하면서도 임금을 적게 받게 된 경비 노동자들은 고용불안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항의 한 번 하지 못한 채 근로계약서에 서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고용노동부가 나서서 이러한 경비 노동자 휴게시간 관련 지침을 마련해 시행토록 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휴게시간 증가... 하루치 임금 사라져"
 대전아파트경비노동자권리찾기사업단은 22일 대전지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이 인상되니 휴게시간이 증가되어 임금이 오히려 삭감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노동부가 나서서 휴게시간 관련 지침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이들은 이날 발표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최저임금은 모든 노동자가 최저로 보장받아야 하는 삶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졌고, 매년 조금씩 인상되고 있다. 수많은 노동자는 최저임금이 인상되는 만큼 월급이 인상될 것이라고 기대한다"며 "하지만 경비 노동자들의 현실은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오히려 월급이 깎이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휴게시간이 증가하기 때문"이라며 "일하는 방식, 시간은 항상 동일한데 서류상 휴게시간이 증가하고 이는 임금삭감으로 이어진다. 8시간 정도이던 휴게시간은 9시간을 넘어 10시간까지 증가했다. 24시간 맞교대로 일하는 경비 노동자들의 특성상 하루 30분 휴게시간이 증가한다면 월 30일 기준 7시간 30분의 휴게시간이 증가한다. 하루치 임금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유로이 외출을 하기도 어렵고, 시간활용도 어려운 경비 노동자들의 특성상 휴게시간은 실제 대기시간에 가깝다. 입주자들의 갑작스러운 방문이나 요청을 거부하기도 어렵고, 급박한 상황에는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근무환경을 설명한 뒤 "제대로 쉴 수도 없는 휴게시간을 서류상으로 증가시켜 실질 임금을 삭감하는 것은 매우 부당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휴게시간 일방적 증가가 부당하다는 것은 현장의 경비 노동자들도 잘 알고 있지만 3개월 초단기 반복 계약은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게 만든다. 사소한 문제 제기에도 계약 연장이 거부되기 일쑤인 경비 현장에서 부당함을 이야기하는 것은 곧 해고로 이어진다"며 "그렇기에 똑같은 곳에서 똑같이 일하며 임금만 삭감되는 휴게시간 증가에 대해 아무런 대응을 할 수가 없다"고 경비 노동자들의 억울한 현실을 토로했다.

이들은 끝으로 "따라서 고용노동부가 나서서 경비 노동자 휴게시간 관련 지침을 마련,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휴게시간을 임금인상 무력화에 악용하지 않도록 법제도 개선해야"
 대전아파트경비노동자권리찾기사업단은 22일 대전지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이 인상되니 휴게시간이 증가되어 임금이 오히려 삭감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노동부가 나서서 휴게시간 관련 지침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이날 발언엔 나선 심유리 대전아파트경비노동자권리찾기사업단장은 "경비 노동자의 휴게시간은 대기시간, 즉 노동시간이다. 휴게시간에 아파트를 벗어나면 안 되고, 주민들이 찾아와 무언가 부탁하면 거절할 수 없는 구조인데 이것이 어떻게 휴게시간이란 말이냐"고 따져 묻고 "경비 노동자의 휴게시간이 제대로 된 휴식 시간이 될 수 있도록, 또한 휴게시간이 더 이상 임금인상을 무력화하는데 악용되지 않을 수 있도록 법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특히 고용노동부는 경비노동자 휴게시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여 악용 사례를 방지해야 한다. 대전노동청에는 '경비 노동자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휴게시간을 부여하여 월 임금을 감액하는 경우 최저임금법 제6조 제2항에 위반된다는 판례'가 있는 만큼, 과도한 휴게시간을 책정한 단지에 대한 현장 근로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장 발언에 나선 강영도 공공운수노조 대전지역일반지부 경비관리지회장은 "아파트 경비 노동자는 '감시 단속적 근로자'다. 이는 법률적으로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 규정으로, 24시간 격일제 근무가 일반적이면서도 연장 근로 수당이 없고 휴일 근로 수당이 없다. 또, 휴게에 관한 규정을 적용받지 않기에 최대한 늘린 무급 휴게만 있을 뿐"이라며 "과도한 휴게시간으로 임금을 낮추고, 적절치 못한 휴게시간 배분은 시정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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