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그룹] 95세 아버지가 '봄옷 쇼핑' 가자는 이유, 이래서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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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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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버지가 가게에서 봄점퍼를 고르고 있다. |
| ⓒ 이혁진 |
아버지 옷장에는 입을 옷이 이미 적지 않았다. 작년 이맘때 아내가 사드린 옷도 있었다. 지난해 여름 집을 대수리 할 때 아버지 옷을 포함해 많이 정리했지만 새 옷이 필요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도 아버지가 봄에 특별히 입고 싶은 옷이 있구나 생각했다.
해서 아버지와 나는 주말에 쇼핑하기로 했다. 아버지는 고령이지만 소위 '노인냄새'라는 게 전혀 없을 만큼 아주 깔끔하신 편이다. 지금도 매일 출근하는 사람처럼 새벽에 세면하고 일과를 시작한다. 외모를 가꾸는 데도 부지런하다. 옷도 늘 깨끗하게 입어 동네 사람들이 연세에 비해 아버지가 매우 정정하다고 입을 모은다.
옷 이야기가 나오니 며칠 전엔 엄마가 꿈에 나타나 "아버지가 입을 옷이 없으니 한번 살펴보라"는 당부를 하신 적이 있었다. 이에 나는 "우리가 아버지 옷을 잘 챙겨드리니 걱정하지 말라"라고 답했다. 이후 엄마는 꿈에서 아무 말씀이 없었다.
기이한 꿈이지만 생전의 어머니는 직업군인 아버지 군복은 물론이고 어쩌다 입는 양복까지 늘 단정하게 준비해 두었다. 아버지가 이래저래 성격이 깐깐한 만큼, 생전 엄마의 노고도 컸을 것이다.
고령에도 옷에 관심을 기울이는 깐깐한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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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버지가 가게에서 봄옷을 입어보고 있다. |
| ⓒ 이혁진 |
아버지와 달리 나는 옷에는 무심한 편이다. 내 손으로 옷을 직접 사본 적이 거의 없다. 아내 덕분인지 몰라도 누추하다고 소리를 듣지 않았다. 어쨌든 아버지가 옷을 입어보고 사보는 경험은 나로선 신기하고 부러운 장면이다.
두 번째는 아버지는 소위 며느리 눈치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다. 아버지와 나의 '옷 코디'를 전담하는 아내에게, 아버지는 가타부타하지는 않지만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있었던 모양이다. 이에 아버지는 큰맘 먹고 옷을 사기로 결심하고 거기에 옷에 잼병인 나를 대동한 것이다.
아버지가 고령에도 옷에 관심을 기울이는 건 자신을 가꾸는 것이다. 그런 마음은 나이 든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보다. 옷 욕심은 멋쟁이들의 타고난 감각이 아닐까 싶다.
옷에는 무심한 편이던 나는 아버지 옷을 함께 사면서 느낀 게 많다. 그중에 나이가 많든 적든 옷을 입는 데에도 자기 결정권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또한 그것을 당당히 즐길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실은 나는 아내가 권해주는 걸 자주 입었는데, 이제는 아버지처럼 사주는 옷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사서 멋을 내는 도전을 한번 시도해 볼 생각이다. '옷 입기 독립선언'인 셈이다.
아버지한테 놀랐듯 아내는 아마 내 시도에 또 한번 놀랄 것이 예상된다. 그러나 이런 일탈이 아내를 위한 것이라면, 즉 아픈 아내를 대신해 내가 알아서 도전해보려는 것이라면 이해하고 격려할지도 모르겠다. 아버지에 이어 나의 변신도 계속될 것이다. 새 옷을 사 입고가면 아내의 표정이 어떻게 달라질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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