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관식 사랑만 사랑은 아니다

이종연 2025. 4. 22.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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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 사랑한다는 말은 못들어 봤다.

초등학교 때의 선명한 기억을 따라가다 보니 관식이와 다르지만 아버지 나름의 사랑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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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들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이종연 기자]

내 아버지는 대충 만들어진 학씨의 코스튬을 입은 관식이었던 같다. 평소에는 학씨 코스튬을 단단히 입고 계셔서 무뚜뚝하고 표현이 없으셨다. 아버지에게 사랑한다는 말은 못들어 봤다. 대신 퇴근하고 집에 오실 때 언니가 좋아하는 과일, 엄마가 좋아하는 과일, 내가 좋아하는 과일을 사오셨다.

거나하게 한잔을 하셔도 검정 봉지는 꼭 빠지지 않고 손에 들려 있었다. 현관문이 열리면 아버지보다 검정봉지 안의 정체가 궁금했다. 가끔은 초콜릿 덩어리가 담겨있기도 했다. 초콜릿 공장을 하시는 친구분이 가공 전의 초콜릿을 덩어리로 주시면 바윗덩어리 같이 생긴 초콜릿을 망치로 부셔서 먹었던 기억이 난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한 장면.
ⓒ 넷플릭스
아버지가 관식이 모습이 되실 때가 있었다. 가족들과 여행을 갈 때이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아버지가 길게 시간을 내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었다. 언니와 나에게 야영을 경험하게 해 주고 싶으셨던 것 같다. 텐트와 코펠과 버너 같은 취사용품을 구입하고 이불이며 옷가지며 바리바리 챙겨서 여행을 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열악한 장비로 어떻게 여행을 갔을까 싶다. 충청도 일대를 돌다가 적당한 강가에 텐트를 쳤다. 밤에 폭우가 내려서 갑자기 철수를 하기도 했고 , 구비구비 고개를 넘다가 계곡물이 맑으면 내려가 보기도 하고, 길바닥에서 식사를 하기도 했다.

지금도 선명하게 남아 있는 기억은 시골길을 달리다가 창 밖으로 봤던 노을이다. 노을을 보면서 나와 언니는 노을이라는 동요를 고래고래 불렀다. 뭐가 그리 신났는지, 뭐가 그렇게 좋았는지 부르고 또 불렀다. 애들이 꽥꽥 거리는 소리가 시끄러웠을텐데 엄마와 아버지는 아무 얘기도 하지 않으셨다. 무슨 말씀을 하시고 웃으셨던 것 같기도 하다.

차창 밖에 가득하던 노을이 차 안으로 들어오고 내 안에 가득해지고 노을이라는 동요가 차 안에 울려퍼졌던 느낌이 지금도 남아 있다. 시각적, 청각적 자극이 동시에 남게 되는 그런 경험이 평생 얼마나 있을까.

무뚝뚝하던 아빠가 여행 다닐때 만큼은 오롯이 가족을 생각하는 관식이가 되어서 좋았던것 같다. 가족이 함께 노을을 보고 노을 동요를 불렀던 행복했던 기억이 한폭의 수채화 같이 남아 있다. 요즘도 노을을 볼 때면 가끔 그때 기억이 난다.

여행 내내 언니와 나는 뒤로 돌아 앉아서 뒷차를 향해 열심히 손을 흔들어 댔다. 손을 흔드는 우리를 발견한 뒷차 운전자도 손을 흔들어 주었다. 아버지한테 옆 차를 이겨야 한다고 더 빨리 가라고 하면 아버지는 속력을 내서 옆 차를 제치고 달렸다. 그럴 때면 아버지가 가깝게 느껴졌다. 초등학교 때의 선명한 기억을 따라가다 보니 관식이와 다르지만 아버지 나름의 사랑을 알게 된다. 관식이 사랑만 사랑은 아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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