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주자들, 대한민국 대통령 되려는 사람들 맞나

박성우 2025. 4. 22.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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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의 드럼통, 김문수의 공유, 홍준표의 키높이 구두 공격… 영화 <이디오크러시> 의 멍청이들이 통치하는 세상 떠올라

[박성우 기자]

 18일 오후 서울 강서구 ASSA아트홀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후보자 국민의힘 1차 경선 후보자 비전대회' 에 참석한 후보들이 기념촬영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정복, 홍준표, 김문수, 안철수, 양향자, 나경원, 이철우, 한동훈 후보.
ⓒ 국회사진취재단
<이디오크러시(Idiocracy)>라는 제목의 2006년 개봉한 미국 영화가 있다. 제목부터 '멍청이(idiot)'에다 '민주주의(democracy)'를 합친 이 영화는 멍청이들이 통치하는 세상을 그린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국방부 실험에 참여했다 얼떨결에 500년 후의 미국으로 떨어진다. 그런데 그 미래가 기가 막힌다. 전 인류의 평균 지능은 바닥을 쳤고, 대학은 쇼핑몰 체인으로 대체됐다. 식물엔 물이 아닌 음료수를 뿌리고, 국회의사당은 프로레슬링 경기장에 대통령은 포르노 배우 출신의 레슬러다.

요즘 국민의힘의 대선 주자들을 보고 있으면 중우 정치를 유머러스하게 풍자한 블랙코미디 작품으로 평가받는 이 영화가 떠오른다. 반지성주의가 횡행하는 디스토피아를 우려한 경고성 작품이 국민의힘 대선 경선이라는 무대의 리얼리티쇼로 재현되고 있다.

'드럼통'에 들어간 나경원
 시작은 나경원 후보였다. SNS에서 올린 의문의 사진 한 장. '드럼통에 들어갈지언정 굴복하지 않는다'라고 적힌 푯말을 든 나 후보가 드럼통 안에 서 있는 모습의 사진이었다. 'AI로 생성한 사진인 줄 알았다'는 반응이 다수일 정도로 해당 사진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었을까.
ⓒ 나경원 후보 인스타그램 갈무리
시작은 나경원 후보였다. SNS에 올린 의문의 사진 한 장. '드럼통에 들어갈지언정 굴복하지 않는다'라고 적힌 푯말을 든 나 후보가 드럼통 안에 서 있는 모습의 사진이었다. 'AI로 생성한 사진인 줄 알았다'는 반응이 다수일 정도로 해당 사진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었을까.

바로 극우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비방할 때 쓰는 표현인 '드럼통'에서 비롯한 사진이었다. 이해하기 어려운 사진에 비판이 폭주하자 나 후보는 "젊은 사람들한테는 이재명 전 대표가 드럼통으로 불린다"라고 말했다. 20대 당사자지만 동의도, 이해도 어려운 발언이다.

나 후보의 이러한 퍼포먼스는 자기 정치의 알맹이가 비어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사회의 미래를 위한 구호와 상징이 없고 정책은 준비되어 있지 않을 때 정치인은 자극적인 퍼포먼스를 내세운다. 나 후보가 들어간 빈 드럼통만큼 그의 정치적 내실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걸 보여주는 은유가 또 있을까.

배우 공유 얼굴과 함께 올린 김문수 사진
 심지어는 김 후보의 얼굴과 해당 배우의 얼굴을 나란히 비교하는 사진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쯤되면 대놓고 웃음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다. 이러한 홍보가 유효하다고 생각했다면 국민의 지적 수준을 과소평가하는 처사다.
ⓒ 김문수 후보 캠프 제공
김문수 후보는 나 후보와 좀 다르다. 퍼포먼스를 넘어서 차원이 다른 전개를 보여줬다. 15일 김 후보 캠프는 보도자료에서 김 후보의 공식 홍보영상이 김 후보의 얼굴을 보정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언급한 인물이 있으니 바로 배우 공유다. 김 후보 캠프는 "얼굴 비율의 보정 없이 자연스러운 모습을 그대로 담아낸 이유는 김문수 후보의 인간적인 면모를 강조하고 후보가 가진 진정성을 부각하기 위함"이라며 "이는 '오징어 게임2'에 출연한 배우 공유의 얼굴을 연상시키며 화제성을 일으켰던 기법"이라고 했다.

심지어는 김 후보의 얼굴과 해당 배우의 얼굴을 나란히 비교하는 사진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쯤되면 대놓고 웃음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다. 이러한 홍보가 유효하다고 생각했다면 국민의 지적 수준을 과소평가하는 처사다.

김 후보가 공유와 닮았다는 말, 더 나아가 그걸 후보 캠프가 보도자료로 언론에 홍보했다는 얘기는 농담조차 되지 않는다. 오히려 정치의 수준이 이렇게까지 저열화되었다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진지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외모 비하로 무장한 홍준표
 막말로 유명한 홍준표 후보 역시 빠질 수 없다. 지난 20일 열린 국민의힘 대선 후보 1차 경선 B조 토론회에서 홍 후보는 한동훈 후보를 향해 "키도 큰데 왜 키 높이 구두를 신느냐", "'생머리냐', '보정속옷 입었느냐'는 질문은 유치해서 안 하겠다"라는 인신공격성 발언을 쏟아냈다.
ⓒ Youtube '국민의힘tv'
막말로 유명한 홍준표 후보 역시 빠질 수 없다. 지난 20일 열린 국민의힘 대선 후보 1차 경선 B조 토론회에서 홍 후보는 한동훈 후보를 향해 "키도 큰데 왜 키 높이 구두를 신느냐", "'생머리냐', '보정속옷 입었느냐'는 질문은 유치해서 안 하겠다"라는 인신공격성 발언을 쏟아냈다.

상대의 외모를 힐난하는 이런 발언은 대통령이 되겠다는 정치인의 발언으로서 적절한가를 따지기 이전에 개개인이 지녀야 할 기본 예의조차 망각했다고 볼 수 없다. 예능프로에서조차 홍 후보와 같은 발언이 있었다면 외모 비하로 논란이 일 법하다. 이런 천박한 질문이 유머있다고 생각한 것일까. 오히려 그런 발언은 홍준표 본인의 정치가 얼마나 가벼운지를 증명할 뿐이다.

더 문제는 이런 발언이 지지자들 사이에서 비웃음거리가 아니라 "사이다다", "누구도 말 못한 걸 제대로 직격했다"며 지지의 이유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과연 이 수준이 2025년 대한민국 보수 정치의 실상인가?

이 정도면 국민 조롱... "이것은 정치가 아니다"라고 말해야 할 때

심지어 후보 개개인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대선 경선 자체의 수준도 심각하다. 경선 흥행을 이유로 예능형 경선을 준비했다고 했지만 경선을 지켜본 소감은 '대통령 선거가 장난인가'라는 생각뿐이다.

연습 게임이랍시고 '평생 김치 없이 라면 먹기와 탄산음료 없이 치킨 먹기 중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바퀴벌레와 자동차 바퀴 중 하나만 골라 다시 태어나야 한다면?' 따위의 질문을 하는 것으로도 기가 막힌데 본 질문 또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의 저서 중 독후감을 쓸 책을 고르거나 이재명 전 대표와 조국 전 대표 중 한 명을 변호인으로 고르는 내용이었다.

애당초 헌법재판소가 윤석열을 파면한 시점에서 대통령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내세운 국민의힘이 변변한 사과 한 마디 없이 대통령 경선을 치른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인데 이런 유치한 내용으로 경선을 준비하다니, 참으로 국민의 수준을 얕잡아보는 것을 넘어서 조롱하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평할 수밖에 없다.

이 모든 촌극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레 앞서 언급한 대로 대통령이 국회의사당에서 기관총을 난사해도 환호받는 <이디오크러시>가 연상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의 촌극을 정치로 인정한다면 한국 사회도 점점 <이디오크러시>와 같은 세상에 가까워질 것이다. 이들의 정치는 정치도, 코미디도 아닌 괴이한 행동에 지나지 않음을 모두 소리 높여 떠들어야 한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국방부 실험에 참여했다 얼떨결에 500년 후의 미국으로 떨어진다. 그런데 그 미래가 기가 막히다. 전 인류의 평균 지능은 바닥을 쳤고, 대학은 쇼핑몰 체인으로 대체됐다. 식물엔 물이 아닌 음료수를 뿌리고, 국회의사당은 프로레슬링 경기장에 대통령은 포르노 배우 출신의 레슬러다.
ⓒ 20세기폭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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