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클래식感]삶의 마지막을 들여다본 말러의 후기 작품들
서울 예술의전당이 주최한 올해 교향악축제도 20일 막을 내렸다. 상징색이 능소화를 연상시키는 주황색에서 붉은색으로 바뀌었지만, 교향악축제도 ‘The new beginning(새로운 시작)’이라는 올해 주제가 말해주듯 매년 새롭게 돌아올 것이다. 자연이 약속한 일은 아니니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이 마음을 모아 주자.
매년 교향악축제가 사랑해 온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1860∼1911)의 교향곡은 올해 1번, 4번, 5번 등 세 곡이 연주됐다. 1번 3악장과 5번 1악장에 장송행진곡이 있지만 결국에는 자연을 찬미하며 낙관적인 피날레로 끝나는 곡들이다. ‘새로운 시작’이라는 희망과도 어울린다. 그런데 교향곡을 비롯한 말러의 곡들이 모두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말러는 ‘교향곡에는 세계가 담겨야 한다’고 말했다. 밝음도 어두움도 담은 세계다. 그런데 8번 교향곡에서 ‘하나의 우주’를 완결했다고 자부한 뒤 말러는 어두워졌다. 다음 교향곡은 9번이 되어야 했지만 6개 악장 모두 독창자가 있어 가곡집을 연상시키는 이 곡에 말러는 교향곡 대신 ‘대지의 노래’라는 제목을 붙였다. 당송대의 한시를 독일어로 번역한 것에 곡을 붙인 작품이다. 이 곡의 후반 절반 길이를 차지하는 부분이 마지막 6악장 ‘송별’이다. 친구의 떠나감을 노래했지만 삶과의 송별을 상징했음은 분명하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이 곡을 쓰기 한 해 전인 1907년 말러의 장녀가 성홍열로 갑자기 숨을 거뒀다. 말러 자신도 심장병이 삶을 갉아먹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차츰 다가오는 하인(Hain·독일 민화의 죽음의 신)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말러는 한 곡 한 곡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이어지는 교향곡도 구름 사이의 햇살은 잠시뿐이다. 베토벤의 피아노소나타 ‘고별’에서 가져온 이별의 모티브가 ‘대지의 노래’를 이어 9번 교향곡까지 지배한다.
말러는 마지막 교향곡인 10번을 끝맺지 못했다. 죽음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이 곡의 마지막 5악장 악보에 말러는 부인 알마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적었다. “이 의미를 당신만 안다. 잘 있어요! 당신을 위해 살고, 당신을 위해 죽다.” 전곡의 구조는 완성됐지만 대부분 선율만 있거나 간단한 화음만 붙어 있던 이 곡은 말러가 죽은 뒤 반세기나 지나 음악학자 데릭 쿠크가 완성했다. 처음 이 ‘완성본’에 동의하지 않았던 알마는 완성 악보를 녹음한 연주를 듣고는 눈물을 터뜨리며 동의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적합한 날짜를 따르다 보니 오늘날 세계 콘서트홀의 숨은 주인공인 말러의 만년의 내면을 탐구하는 여정이 되었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차이데’도 감상한다. 오스트리아 브레겐츠 페스티벌에서는 지난해 일대 논란을 불러왔던 필리프 스퇼츨 연출 베버 ‘마탄의 사수’를 관람할 예정이다.
여행 얘기가 길어지지만 기자는 6월 2∼13일 스칸디나비아 3개국의 대표 오페라극장에서 로시니 ‘세비야의 이발사’, 푸치니 ‘토스카’, 레하르 ‘메리 위도’를 관람하는 북유럽 여행도 앞두고 있다. 두 여정에 관심 있는 분은 초록 검색창에서 ‘투어동아’를 쳐보시길.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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