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협상’ 속도 내는 韓 대행, 신중한 주무장관…연막? 엇박자?

허인회 기자 2025. 4. 21.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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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최종 결정은 새 정부에서” 안덕근 “섣불리 타결 안 해”
한덕수 “필요하다면 트럼프와 직접 소통”…월권 논란도 부각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안보전략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관세 협상이 미국 워싱턴에서 오는 24일부터 열린다. 형식은 재무·통상 장관이 동시에 참여하는 '2+2' 고위급 협상으로 진행된다. 양국의 셈법이 복잡한 가운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는 속도전을 통한 협상 '타결'에 초점을 맞춘 발언을 내놓고 있다. 반면 협상 주체인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신중한 접근을 얘기하고 있다. 때문에 정부 전략에 혼선이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권한대행은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안보전략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오는 24일 한국 시간으로 저녁 9시, 미국 시간으로 오전 8시 최상목 경제부총리와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미국 베센트 재무부 장관,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한·미 2+2 통상협의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국의 통상 장관끼리 개별협의도 진행할 예정인 만큼 한·미 간 첫 회의가 의미 있는 협력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미 관세협상 일정이 공개된 가운데 협상 테이블에 오를 의제는 크게 세 갈래로 점쳐진다. 한 권한대행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언급된 무역균형, 조선, 액화천연가스(LNG) 3대 분야를 중심으로 한·미 상호 간의 관심 사항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양국 간 상호 호혜적인 합의점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다만 협상을 앞두고 한 권한대행과 실무를 담당하고 최 부총리나 안 장관의 발언 취지가 다소 엇갈리면서 정부 내부의 의견 조율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여부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세 번째 미국 출장길에 오르는 안 장관은 협상에 급하게 달려들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안 장관은 지난 20일 KBS 《일요진단》 방송에 출연해 "섣불리 협상을 타결하기보다는 양국이 상호 호혜적으로 협의를 이어 나갈 것"이라고 이번 협의의 방향성을 일부 내비쳤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 관세 정책이 끝난 상황이 아니고 임기 내내 관세 문제가 이어질 수 있다"며 "(이번에) 카드를 다 푼다고 상황이 정리되는 게 아니어서 협상 틀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리가 제시할 수 있는 패를 모두 협상 테이블에 올리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트럼프 정부에서 참여를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는 알래스카 LNG 개발 사업에 대해서도 "정부는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를 관세 협상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닌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며 "알래스카 측에서도 사업 내용을 다듬고자 할 부분이 있는 것 같아 가서 확인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미국 측에서 협상 파트너로 지목한 최 부총리 역시 비슷한 반응이다. 그는 지난 1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당장은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서 상호 관세 부과를 최대한 유예하고, 우리 기업들이 미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경제 활동을 하는 데 불확실성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익 차원에서 (지금) 최대한 협상하고 나머지 부분은 새 정부가 출범하면 마무리하는 게 어떨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튿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탄핵소추 사건 조사 청문회에 나와선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절대로 서두르지 않겠다"며 "최종적인 결정은 새 정부에서 하면 된다"고도 밝혔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안보전략 태스크포스(TF) 회의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적극적인 협상 주문하는 대행…방위비 재협상까지?

이에 반해 한 권한대행은 결이 다른 발언을 내놓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8일(CNN)과 20일(파이낸셜타임스) 공개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맞대응하지 않겠다"며 협상 기조를 재차 밝혔다.

하지만 협상 실무진들의 발언과는 다른 언급도 내놓았다. 특히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선 방위비 재협상과 관련해 "명확한 틀이 없다"면서도 "사안의 성격에 따라" 협정을 다시 논의할 의사가 있다고 했다. 지난 9일 한 권한대행과 통화한 뒤엔 관세와 방위비 분담금까지 모두 논의하는 '원스톱 쇼핑' 협상 뜻을 밝힌 트럼프 대통령에 호응하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해 안 장관은 선을 그었다. 그는 "현재까지 (방위비 의제를) 제기한 것은 없다"며 "만약 그런 의제를 얘기하게 된다면 미국 측 입장이 어떤지 듣고 관계 당국에 전달해 소관 부처가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통상과 안보를 분리해서 접근하겠다는 의미다.

안 장관이 신중한 접근을 밝힌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한 권한대행은 지난 14일 "하루 이틀 사이에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와 관련해서 한미 간에 화상 회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도 말하기도 했다.

한 권한대행은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질 경우 직접 나설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지난 14일 경제안보전략TF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또 필요한 경우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소통을 통해서 해결점을 만들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같은 발언과 행보를 두고 '월권'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한 권한대행은 이날 한·미 2+2 통상협의 일정을 발표하며 "대미 협의가 본격화됨에 따라 많은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차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행 체제가 대미 협상을 서두르는 데 대한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우리 대한민국은 온 국민이 똘똘 뭉쳐 위기를 기회로, 도전을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오늘의 성장과 번영을 이뤄낸 바 있다"고 적극적인 협상 의지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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