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절 하나 떼어주고 오백 버는 겁니다"

윤박 2025. 4. 2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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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부터 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마루시공노동자 최우영 님 인터뷰

[윤박]

 콘크리트 바닥을 고르게 깎는 게링작업을 하는 최우영 지부장
ⓒ 최우영
3년 전 신축 아파트에서 인분이 발견되어 큰 사회적 파장이 일었다. 많은 이가 건설노동자를 무식하다며 욕했지만, 실상 현장에 화장실이 없음이 드러났고 현재는 화장실 설치 기준이 마련되었다. 이제 건설노동자는 화장실에 마음 편히 갈 수 있을까? 공사가 마무리될 때면 상황은 좀 나아질까? 마루를 까는 노동자를 만나 그의 노동 이야기를 들었다.

- 마루시공노동자라면, 방바닥에 마루를 까는 일을 하시는 건가요?
"보통 마루라고 하면 아파트만 생각하시는데 바닥에는 카페트, 장판, 타일을 제외하고는 다 마루가 깔린다고 보시면 됩니다. 공중부양을 할 수 있는 게 아닌 한 우리가 매일 딛고 지내는 그 모든 바닥을 시공하는 노동자입니다. 이 일을 한 지 벌써 10년 정도 되었네요."

- 하루 일과를 정리해주신다면 어떻게 될까요?
"5시 반에 현장 도착하면 청소부터 해야죠. 앞 공정에서 나온 온갖 건설자재며 쓰레기에, 심지어 정말 인분이 있기도 해요. 그걸 다 치우고 나면 '게링'이라고 하는 평탄화 작업을 하는데, 골조공사를 마친 바닥에 난 균열을 메꾸거나 높이 차이 나는 부분을 갈아내는 거예요. 그다음 내부를 실측하고 기준점을 잡아야 돼요. 패턴에 따라 긴 마루를 재단하고, 기준점부터 본드를 바르고 망치질이 시작되는 거죠. 반나절이 지난 12시부터 진짜 우리 일을 하는 거예요. 저녁 7~8시까지 하면 35평의 절반 정도 마쳐요. 어떤 사람은 9~10시까지 불 켜놓고 죽어라 하는 거죠. 그렇게 마치고 나면 또 청소해야죠. 이제 마지막 코킹작업까지 실리콘 쏘고 나면 다음 세대로 장비 옮겨 두고 퇴근입니다."

- 한옥의 마루 말고 요즘 마루는 언제부터 쓰였는지 궁금합니다.
"우리 간부 중에 1세대가 있는데, 30년 경력이죠. 현대식 마루가 생겨난 지가 30년 정도 됐고, 그전에는 다 장판이었대요. 저도 노동조합 하면서 알아봤는데, 예전에는 아파트 세입자가 바뀔 때마다 장판을 갈아줘야 되니 비용이 많이 드는 거죠. 마루는 시공하면 10년 넘게 쓸 수 있으니 마루로 바뀐 거예요.

당시에는 마루시공 일은 꽤 고소득에 속했었습니다. 그때는 평당 1만 원을 받았는데, 지금은 1만 2000원이거든요. 너무 안 올랐어요. 당시에는 기술자가 적다 보니까 대우도 좋고, 돈도 잘 벌었죠. 아쉬운 게 그때 그 시공노동자들이 단결해서 노동조합을 설립했다면 좋았겠다 싶더라고요. 그랬다면 기능인으로서 우리 대우가 더 낫지 않을까 싶어요."

"'평 떼기'로 받는 마루시공... 망치질에 모든 관절 엉망돼"

- 일당이 아니라 평당으로 돈을 받는다면 무리해서 많이 일할 수밖에 없겠는데요.
"'평 떼기'라고 불러요. 어찌 보면 정말 달콤해 보이는데, 그 이면은 정말 추악합니다. 여기 사무실이 35평입니다. 여기를 하루에 끝낸다 하면 한 달에 천만 원이 넘잖아요. '이야, 돈 진짜 많이 번다.' 그런데 35평 하려면 14시간, 15시간이 걸립니다. 이게 기계로 하는 일이 아니고, 바닥에서 하루 종일 쭈그리고 앉아서 해요. 마루라는 게 딱 맞게 끼워지도록 되어 있어서 고무망치로 쳐야 제대로 맞아들어가거든요. 하루에 망치질을 천 번은 넘게 해야 해요. 그러면 무릎부터 허리, 목, 손목의 모든 관절들이 전부 엉망이 되는 거죠. 저희끼리 속된 말로 이렇게 말해요. 관절 하나 떼어주고 500만 원 번다고요. 저도 목뼈가 3개나 틀어져 있어요. 무릎, 허리는 말할 것도 없고요. 돈 많이 번다고 하시는데, 그러면 마루시공노동자들이 넘쳐나야 되겠죠. 하지만 아니잖아요. 청년들이 유입되는 것도 아니고요. 지금 마루시공노동자 평균 연령이 55세예요."

- 통계청에서 '플로어링 마루시공공' 직종이 신설돼 처음으로 시중노임단가가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처음에 평 떼기의 문제점을 알고 난 뒤 '왜 마루는 일당으로 받을 수 없는가?' 의문이 들었어요. 132개의 건설업종에 있어 실내건설노동자 중에서는 도배, 타일, 마루가 가장 넓은 면적을 시공하는데요. 도배, 타일은 직종과 시중노임단가가 있는데 마루만 없었습니다. 결국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언론, 국회, 정부에 수없이 요청했지만 아무도 듣지 않았습니다. 결국 경사노위를 통해 대통령 민생토론회에 참석한 뒤 만들어졌어요. 전형적인 관료주의의 표본을 보게 되어 기쁘면서도 씁쓸했습니다."

- 마루시공에도 불법하도급이 판을 치고 있다면서요?
"불법하도급은 건설현장에서 정말 사라져야 할 최우선 과제입니다. 모두가 알고 있고 법도 잘 마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건설사의 불법을 눈감아 주고 있습니다. 저희는 건설사가 아니라 하도급 마루회사에게서 돈을 받아요. 그 밑에 오야지들이 끼는 구조죠. 그래서 급여도 제각각이에요. 하도급 업체가 줄 때도 있고, 반씩 나눠 줄 때도 있고, 3.3% 떼고 주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오야지가 인력을 대면서 도급이 계속 내려가는데, 저는 5단계까지 내려가는 것도 본 적 있어요.

전에는 사업소득이 많았는데, 노동조합이 현장에서 투쟁하면서 이제는 70% 정도로 일용 근로소득이 늘어났어요. 그리고 다른 건설노동자에게는 적용되는 퇴직공제금 적립도 제대로 안 돼요. 노동조합 하면서 회사를 노동청에 고발하고, 건설근로자공제회에다가 얘기했는데도 적립이 안 됐죠. 건설사를 찾아가 확인해보니 실질적인 사용자인 하도급 받은 마루회사가 현장 출력 인원을 제대로 올리지 않은 거예요. 30년 마루시공 경력으로 계산해 보니 170억 원 정도가 되더라고요. 이 돈도 누군가 해먹었겠죠."
 실내건설노동조합 사무실 현판 앞에 선 최우영 마루지부장
ⓒ 윤박
- 현장의 편의시설은 어떤가요?
"마루는 타일, 도배와 비슷한 때에 시작하는 공정이라 현장에 따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해요. 마루 작업할 때는 문틀과 가구가 설치되고 이미 천장, 창호는 다 작업을 마친 상태예요. 밖에는 조경공사하고 관리실을 설치하고 있고요. 그전까지 현장에 있던 휴게실, 식당도 없애는 판인데, 편의시설은 아무것도 없죠. 저희는 시급이 아니라 평 떼기로 받으니까 시간이 아깝잖아요. 그래서 아침에 나올 때 컵라면이랑 김밥 사 와서 얼른 먹고 빨리 해야 되는 거예요."

- 화장실은 어떤가요? 이미 공사가 다 끝나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여성 마루노동자에게 물어보면 현장에서 바꾸고 싶은 첫 번째 문제가 늘 화장실이었습니다. '인분 파문'으로 많은 사회적 관심을 받고 제도가 바뀌었지만 여전히 무용지물입니다. 개수는 맞춰야 하니까 현장에 화장실이 있긴 있죠, 저 아래에… 실내 화장실 공사가 마무리되어 가도 우리는 못 써요. 변기만 설치를 안 해놓거든요. 건설노동자가 쓰면 지저분해진다고 입주민이 싫어한다대요. 돈도 별로 안 드는 확실한 해결책이 있는데요. 모든 화장실은 바라지도 않고, 적어도 5개 층마다 하나씩 변기를 설치하고 나중에 교체해 주면 됩니다. 외부에 간이 화장실 설치하고 파이프로 물 끌어오고 하는 것보다 훨씬 깔끔합니다. 인간답게 일하고, 시원하게 볼일 보고. 그건 입주민도 싫어하지 않을 거 아녜요. 왜 이렇게 하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이건 정말 인권의 문제입니다."

- 일하는 내내 몸이 엄청 힘들 것 같아요. 10년 이상 쓸 수 있으려면 독한 본드를 쓸 거 아닙니까?
"방 하나에 본드를 바르고 나면 머리가 띵합니다. 비 오는 날은 마루가 젖어서 틀어질까 봐, 겨울에는 본드가 얼까 봐 창문을 닫고 작업합니다. 본드에는 성분 표시도 안 돼 있고, 그냥 친환경 마크만 있어요. 우리가 아니라 입주민에게 해롭지 않다는 거겠죠. 콘크리트 평탄화 작업과 마루를 재단할 때 생기는 톱밥과 온갖 것들도 그냥 마시면서 일하는 거죠. 방진 마스크도 지급하지 않아서 자비로 사서 쓰고 있어요. 달라고 요구해도 알겠다면서 두어 주 안 주고 저희 공정이 끝날 때까지 버티는 식이에요. 평 떼기라는 돈내기 속에 더 일해야 하고, 아파도 참고 일해야 하고, 몸을 갈아서 먹고살아야 하는… 지금의 현실을 언제까지 감내해야 하는지 답답할 뿐입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앞서 말씀드린 건설현장의 불법 하도급 문제는 꼭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고요. 선진국이니 경제대국이니 해도 대한민국 건설현장은 여전히 '후진국'입니다.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결국 사람의 손으로 시작해서 사람의 손으로 끝납니다. 세상에는 가려지고 소외된 노동자가 너무 많아요. 세상과 단절되어 더 피폐해지지 않도록 부디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시길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의 필자인 윤박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회원으로 선전위원회에서 활동 중입니다.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노동안전보건 월간지 <일터>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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