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불법" vs "내란 몰이"…나경원·홍준표·한동훈, 치열한 설전(종합)
羅·李, 한동훈에 '사퇴 촉구'…韓 "최선 다하겠다" 거부
이철우·나경원·홍준표·한동훈 등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 4인이 12·3 비상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의견 차를 드러내며 치열하게 맞붙었다. 한동훈 후보는 국민의 시각에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막은 것은 불가피했다며 자신이야말로 윤 전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극복할 인물이란 주장을 내놨다. 반면 이철우·나경원 후보는 한 후보에게 계엄의 책임이 있다며 후보 사퇴를 요구하는 등 갈등을 빚었다.
이철우·나경원·홍준표·한동훈 등 국민의힘 경선 후보 4인은 20일 오후 서울 강서구에 ASSA아트홀에서 열린 1차 경선 B조 토론회에서 비상계엄 사태, 윤 전 대통령 탄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대응 방안 등을 주제로 논쟁을 벌였다.
후보들은 먼저 '민생·경제·복지'를 주제로 펼쳐진 1차 토론회에서 입을 풀었다. '저출생' 문제의 시급함을 피력한 이철우 후보는 "지방시대를 열어서 수도권에 와 있는 젊은이들이 결혼을 안 하는 문화를 바꿔야 한다"며 지역균형 발전을 통한 저출산 해소를 주장했다.
나경원 후보 역시 '저출산'을 선택하며 "얼마 전 헝가리 대책을 이야기했었는데, 난임지원부터 시작해서 전반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신혼부부에 1%대 초저리로 20년간 대출을 해주고, 넷째를 나으면 원금을 전액 탕감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준표 후보는 공통 주제 중 '글로벌 경쟁력'을 선택하며 "정권이 5년마다 바뀌기 때문에 단기적인 정책에만 치중해서 부침이 심하다. 부총리급 미래전략원을 설치해 나라의 계속성을 추구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홍 후보는 "(지금 나와 있는) 후보자 중 미래전략원 부총리로 괜찮을 사람은 누구냐"라는 사회자의 "나경원"이라고 짤막하게 답했다. 이에 나 후보가 "대통령을 하려고 나왔는데…총리를 하라고 한다면 생각해보겠다"고 답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한동훈 후보는 '글로벌 경쟁력' 확장을 위해 "최근 정의선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일종의 주고받는 딜을 했었다"는 사례를 제시한 뒤 "그런 건 국가가 나서서 해야 한다. 나라가 대신해 미국과 딜을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진 '외교·안보' 토론에서 네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나 후보는 "문재인 정부가 엉터리 종전선언과 주한미군 철수를 추진하려 할 때 직접 백악관으로 가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과 담판을 지어 종전선언을 막아냈다"며 "대통령에 당선되면 제일 먼저 미국으로 날아가 그동안 쌓아온 네트워크와 경력으로 대한민국의 외교 안보를 확실하게 지키겠다"는 주장을 펼쳤다.
홍 후보는 "외교 문제는 국익 우선 실용주의를 근본 원칙으로 삼아야 하는데, 안보 문제에서 가장 절실한 건 남북 핵균형"이라며 "미국이 세계 질서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었기 때문에, 트럼프 정부를 설득해 남북 핵균형을 이루겠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북한 김정은의 핵노예가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후보는 "지난 7월 당 전당대회 당시 미국 외교·안보 브레인인 에버리지 콜비 국방부 차관이 내 발언을 보고 '미국의 외교정책을 확실히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며 "나는 한국의 법조인이기도 하지만, 미국 뉴욕주에서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미국의 법조인이기도 하다. 주요 국가 리더들이 세대교체를 이루면서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젊어지고 있는데, 내가 그 일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후보는 "우리나라는 수출로 먹고살기 때문에 핵개발을 하게 된다면 굉장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만큼 미국 전술핵의 한국 배치를 추진해야 한다"며 "트럼프가 북한과 빅딜을 할 수 있게 해주면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그런 기회를 주면 트럼프의 태도는 달라질 것"이라고 홍 후보와는 조금 다른 핵무장 의견을 개진했다.
'사회 통합'을 주제로 펼쳐진 조별주제 토론에선 몸을 어느 정도 푼 후보들 간의 본격적인 설전이 펼쳐졌다. 설전의 주제는 '비상계엄'과 '탄핵인용'이었다. 포문을 연 건 한동훈 후보였다. 한 후보는 "우리 당이 배출한 대통령이 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비상계엄은 불법이라고 봤다"며 "그래서 앞장서서 막았다. 국민이 먼저였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계엄 자체가 정당한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아니면 계엄이 잘못된 것이고 계엄을 한 대통령이 직무수행을 수행할 수 없다고 보거나 둘 중 하나"라며 "계엄은 반대하지만 경미한 과오뿐이라고 생각하는 건 넓은 의미에서는 계엄옹호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한 후보는 홍준표 후보를 향해 "지난해 12월 4일 경솔한 한밤중의 해프닝이라고 말했고, 3월 20일에는 '홧김에 서방질한 것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며 ""홍 후보도 계엄에 반대하는 취지로 이해했다. 그런데 탄핵에 대해서는 반대 취지를 가졌다"고 물었다.
이에 홍 후보는 "실질적으로 피해가 없었다. 2시간 해프닝이었다. 대통령한테 자진 하야할 기회를 주자는 얘기를 한 것"이라며 "(비상계엄에 대해선)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정치적 책임을 지고 (윤 전 대통령에게) 자진 하야하라는 말씀을 드리는 건 이제 더 이상 통치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한 후보는 이철우 후보에게도 "페이스북에 3월 13일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정당한 권리를 행사한 것이라고 말했는데, 헌법재판소에서 결론이 난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이 후보는 "탄핵소추를 안했으면 헌법재판을 받을 필요가 없었다. 한 후보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느냐. 우리 당 후보로 나왔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 아니냐"라고 맞받았다.
나 후보는 한 후보로부터 '윤 전 대통령 신당 논의'에 대한 질문을 받곤 "한 후보가 탄핵 내란몰이 선동한 것 때문에 결국 이 지경을 만들었다"며 "그 당시 대통령이 내란을 자백했다고 하면서 내란몰이 선동을 하는데 가장 앞장섰다.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나 후보는 한 후보가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의 경쟁력에서 뒤쳐진다는 점을 꼬집으며 "경쟁력 조사, 여론조사를 봤는데 이재명 후보에 대해서 내가 한 후보보다 7%p 우위다. 그동안 좋은 자리 많이 하셨는데 보수통합을 위해 대통령 후보는 그만두시고 헌신하면 어떻겠느냐"라고 역공을 가했다.
그러자 한 후보는 "이 상황에서 내가 꼭 필요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우회적으로 대통령 후보 사퇴 요구를 거절해 양측의 긴장감은 최고조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어진 2차 공통 주제 토론에선 홍 후보와 한 후보가 갈등을 빚었다. 홍 후보가 "이번 (대선)에는 이재명을 어떻게 잡을 생각이냐" "배신자 프레임을 어떻게 벗어날 것이냐"라고 압박하자, 한 후보는 반대로 "국민을 배반하지 않기 위해서 계엄을 저지했다. 역으로 묻겠다. 12월 3일 열 시 반 홍 후보가 당대표로서 내 입장이었으면 계엄을 막았겠느냐"라고 역공을 가했다.
이에 홍 후보가 "나는 그때 대구시장이었는데, 가정을 물을 건 없다"고 일축하자, 한 후보는 다시금 "계엄에 대해 떳떳이 얘기할 수 있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이재명 후보를 같이 극복할 수 있는 사람이 이번 선거를 이길 수 있다. 그게 나"라고 자신했다.
두 사람은 '3년 임기 단축'을 전제로 한 개헌을 두고도 논쟁을 벌였다. 한 후보가 "정권 후반부에 힘이 빠졌을 때 개헌을 추진하는 것은 힘들지 않겠느냐"라고 지적하자, 홍 후보는 "임기 단축은 대선 때마다 나오는 얘기인데, 대선에 수천억원이 들어가는데 3년 하려고 대통령을 하겠다는 것은 난센스"라고 맞받았다.
'재미 요소'를 주기 위한 코너들은 토론회 전·후반부에 배치됐다. 토론회의 가장 첫 순서는 성격유형지표(MBTI) 소개였다. 이에 이 후보는 자신을 ESFJ(사교적인 협상가)로, 나 후보는 ENFJ(정의로운 해결사)로 소개했다. 홍 후보는 ESTJ(엄격한 관리자)였고, 한 후보는 ENTJ(대담한 통솔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밸런스 게임은 △이재명 후보와 조국 조국혁신당 전 대표 중 한 사람을 변호인으로 선임한다면 누구를 선임하겠나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민생 물가 챙기기와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하기 중 어떤 것을 먼저 하겠나 등 두 가지 질문으로 구성됐다.
한 후보는 '이재명'을 고르면서 "2번이신 분(조국 전 대표)은 이미 (교도소) 안에 계시지 않느냐. 그분이 변호를 하실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 후보는 선택을 거부했다. 이 후보를 선택한 나 예비후보는 "검사 사칭범(이재명)은 사람 속이는 건 아주 능한 것 같다"고 말했고, 이 후보는 "(조 전 대표는) 감옥에 가 있으니까 변호사로 쓸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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