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부품 찾는데 1분30초”…속도로 증명한 토요타 물류 혁신
3종 부품 찾는 데 2분도 채 안 걸려…체계화된 픽킹 시스템 눈길
차량 보유 대수 2배 증가에 맞춰 전면 재편…TPS 철학 구현으로 효율성 극대화
“1분30초입니다.”
지난 17일, 이날 처음 언론에 공개된 경기 시흥시 소재 한국토요타자동차의 부품물류센터에서는 때아닌 대결이 펼쳐졌다. 현장을 찾은 20여명의 기자들은 3명씩 조를 이뤄 조마다 픽킹슬립에 적힌 부품들을 찾아 물류센터를 누볐다. 픽킹슬립은 물류센터 작업자가 지정된 부품을 찾아 출고할 수 있도록 보관 위치와 수량이 기재된 지시서다.
대결은 픽킹슬립에 기재된 보관 위치, 차량 번호, 딜러 명칭, 주문 수량 등 정보를 활용해 출발지점으로 가장 빨리 돌아오는 조가 승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를 통해 출고 절차 중 하나인 ‘부품 픽킹’을 직접 체험해보는 것이 목적이다.
부품 출고는 딜러 주문-부품 픽킹-검수와 포장-상차-배송 단계를 거치는데 이 중 ‘부품 픽킹’이 가장 핵심적이다. 부품 픽킹은 고객 차량의 수리 및 정비 작업에 필요한 부품이 주문 접수되면 해당 상품을 물류 창고에서 집어내는 과정이다.
최대 5만1000가지 부품을 보관할 수 있는 이곳에는 현재 약 2만7000여 종의 부품이 저장돼 있다. 이날 참가자들이 찾아야 할 부품은 조마다 3가지였지만 과정은 예상보다 단순했다. 픽킹슬립에는 부품의 보관 위치가 구역, 통로, 선반 번호, 층, 칸 순서로 명확히 기재돼 있었고 선반마다 부착된 라벨을 따라 해당 지점으로 이동해 지시된 수량만큼 꺼내오면 됐다.
가장 빠르게 부품을 찾아 돌아온 조는 1분 30초 만에 임무를 완료했다. 안전 수칙상 뛰는 것이 금지돼 모두 걸어서 이동했음에도 대부분의 조가 2분 내외로 작업을 마쳤다.
불과 5분간의 간단한 설명만으로 물류 지식이 없는 일반인도 무리 없이 작업을 수행하는 모습을 보며, 토요타 물류센터가 얼마나 체계적이고 정밀하게 정돈돼 있는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토요타는 7대 보관 기술을 중심으로 물류 효율화를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형태와 타입이 유사한 부품끼리 보관해 작업 동선을 최소화하고 ▲수요가 높은 부품일수록 입·출고가 용이한 위치에 배치하며 ▲길고 얇은 부품은 세워서 보관해 공간 활용도를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원칙은 센터 내부 곳곳에서 그대로 구현돼 있었다. 실제로 마트 진열장을 연상케 할 만큼 같은 모양과 크기의 부품들이 칸마다 질서정연하게 배치돼 있었고, 동선도 복잡하지 않았다.
차량 증가에 커진 물류 부담…센터 이전으로 대응 나선 토요타
최근 이전 개소된 시흥 부품물류센터는 토요타가 추구하는 ‘더 좋은 자동차, 더 나은 서비스’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 인프라다. 총 18개 배송 루트를 통해 전국 67개 렉서스·토요타 공식 서비스센터로 부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일 평균 약 4000건의 부품이 출고된다.
한국토요타자동차는 이번 물류센터 확장 이전의 배경으로, 판매 증가에 따라 보다 빠르고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이 필요해졌다고 설명했다.
렉서스·토요타를 합산한 국내 신차판매 누계 대수(UIO)는 2011년 7만5009대에서 2024년 16만8115대로 약 2.2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연간 신차 판매 대수도 꾸준히 증가해 2024년에는 2만3683대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차량 보유에 따른 부품 수요 역시 2배 이상 늘어났다.
이날 센터 소개를 맡은 한정훈 토요타 부품용품부 부장은 “단순한 판매 증가가 아니라 보유 차량이 늘어남에 따라 부품 소비와 공급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는 점이 핵심”이라며 “이런 증가 흐름은 단기적 트렌드가 아니라 지속적이고 구조적인 변화”라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한 공간 확대가 아닌 운영 방식 자체를 개선할 수 있는 신규 물류 거점의 필요성이 대두됐다”며 “기존 물류센터에서 운영 효율의 저하, 비용 재고 관리의 한계에 도달하면서 전면적인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물류센터 규모도 기존 대비 약 2.5배 확장된 연면적 4500평으로 넓어졌다. ‘부품 즉시 공급률’은 토요타자동차가 제시하는 글로벌 기준을 상회하는 97%를 달성했으며, 국내에 재고가 없는 부품에 대해서도 일본 본사와 연계해 최소 4일 이내 공급이 가능하도록 체계를 구축했다.
또한 토요타의 생산 철학인 ‘토요타 생산방식(TPS)’을 기반으로 한 ‘셀 원 바이 원(Sell One Buy One)’ 방식의 재고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부품을 필요한 시점에 맞춰 공급하는 ‘적시공급(JIT. Just-In-Time)’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작업 스케줄은 10분 단위로 정밀하게 나뉘어 관리된다. 물류센터 한쪽 벽면에는 각 시간대별 부품 마감 시간, 지게차·카트 운용 계획, 출고 대상 지역 등이 한눈에 들어오도록 정리된 ‘스케줄보드’가 설치돼 있다. 칸마다 꽂힌 이름표와 장비 배정표는 물류센터가 어떻게 분 단위로 돌아가는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한 부장은 “시간 단위로 정밀하게 계획된 운영체계는 불필요한 재고를 최소화시키고 필요한 부품만 적시에 공급함으로써 TPS 철학의 핵심인 JIT를 현장에서 실제로 구현하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라며 “작업 효율성 역시 눈에 띄게 향상됐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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