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신세계마켓, 배후시설까지 ‘갓벽’
8년 걸친 식품관 개조 프로젝트
후방 시설 최고 위생 체계 갖춰
“고객이 보지 않는 곳까지 최고 수준의 위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이번 리뉴얼의 목표였습니다. 신세계가 먼저 나서서 업계의 위생 문화를 선도함으로써 한국 유통의 새로운 표준이 될 것이라고 자부합니다.”
‘어두운 조명에 물기가 흥건한 바닥, 고기와 생선 냄새가 가득한 공간에서 얼룩진 조리복을 입고 식자재 원물 손질 작업에 한창인 직원들.’ 가장 화려한 소비 시설인 백화점은 리테일의 정점으로 꼽히지만 식품관의 배후 시설은 시설 투자 순서에서 가장 뒤로 밀려있는 외진 공간이었다. 신세계는 8년여의 강남점 식품관 리뉴얼 과정에서 방문객이 오가는 외부 공간 못지않게 식자재가 오가는 후방 시설에 공을 들였다.
“굳이 이렇게까지 비용을 투자할 필요가 있느냐”. 주변에선 신세계의 후방시설 리뉴얼에 의아함을 나타냈다고 한다. 신세계는 고집 있게 하역장, 저장고 등 식자재가 지나는 물류 공간과 직원 이동 동선 전반에 최첨단 위생 설비를 도입해 나갔다. 공기정화장치, 에어터널, UV 살균 엘리베이터, 손을 씻어야 문이 열리는 위생 전실 등 최신 방역 기술을 도입해 소비자가 더 안심하고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쇼핑 환경을 조성했다.
신세계 후방시설 리뉴얼의 핵심은 직원들이 의식하지 않고도 위생을 유지하도록 동선마다 살균·정화 시설을 구축한 데 있다. 우선 매장 출입구에는 살균·항바이러스 기능을 갖춘 공기정화장치를 설치해 반경 5m 내 초미세먼지·유해가스를 제거한다. 또 강한 바람으로 먼지를 털어내고 흡수하는 에어터널과 자외선(UV) 살균 엘리베이터를 도입해 외부 이물질의 매장 내 유입을 최소화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상품 조리·소분 공간과 별도로 신세계마켓 매장 내 6곳에 ‘위생 전실’을 마련했다. 주방과 소분실로 들어가기 위해 위생전실에서 크게 세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만 입장할 수 있다. 소독약이 담긴 발판을 지나 위생복과 위생모·앞치마·장화 등 각종 용품을 착용한다. 손을 씻은 뒤 고가 가전브랜드 다이슨의 비접촉식 핸드드라이어로 물기를 말리고 자동문 옆 손 소독기에 손을 넣으면 주방·소분실의 자동문이 열린다. 손 소독을 하지 않으면 문이 열리지 않도록 설계됐다.
악취도 없다. 반찬 주방에는 전용 공조 시스템을 도입해 열기, 냄새, 유해가스를 빠르게 배출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축산 소분실은 한우·수입육·계육 등 축종별로 공간을 나눠 상품 간 혼재를 막았다. 바닥 마감재에도 공을 들였다. 내구성과 청결성이 뛰어난 메틸메타크릴레이트(MMA) 방수 타일을 깔아 오염물 흡착을 막고 미끄럼 사고 예방 효과까지 더했다.
신세계 강남점의 위생 혁신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신세계마켓은 리뉴얼 오픈 이후 한 달간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34% 신장했고 구매 고객 수 역시 36% 증가했다. 방문객 구성도 다양해졌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20일 “기존 서울 서초·강남 지역 기반 고객층에 더해 외국인 관광객, 가족 단위 방문객, 젊은 커플 등 다채로운 고객군이 새롭게 유입됐고 식품관의 평균 체류 시간도 전년 대비 8% 증가했다”며 “세심하게 설계된 공간이 고객에게 편안함과 신뢰를 제공하며 자연스럽게 구매로 연결된 결과”라고 말했다.
이번 리뉴얼을 통해 식품관은 먹거리를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진화했다. 식품관을 방문한 소비자가 패션·잡화 등 타 카테고리로 소비를 이어가는 핵심 연결 고리로 자리매김했다.
신세계 강남점 리뉴얼 오픈의 시작은 지난해 2월 국내외 인기 디저트를 집약한 ‘스위트파크’가 문을 열며 본격화됐다. 약 1년간 스위트파크는 누적 방문객 수가 1200만명을 돌파하며 ‘디저트 테마파크’로 입지를 굳혔다. 강남점 식품 전체 매출에서 디저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이른다. 대표 소금빵 맛집 ‘베통’에는 평일 낮 시간대에도 줄을 늘어서 빵을 구매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어 6월에는 호텔풍의 트렌디한 미식 공간 ‘하우스 오브 신세계’를 오픈해 백화점 푸드홀의 혁신을 보여줬다. JW 메리어트 호텔과 맞닿아 있는 지하 1층, 과거 면세점이 위치했던 공간에 조성된 하우스 오브 신세계는 유동 인구가 적고 방문객 시야에서 벗어난 입지였지만 오마카세 스시바를 비롯한 다채로운 미식 매장이 입점해 핵심 식당가로 변모했다. 미가훠궈, 윤해운대갈비, 미도한우함박 등 매장에서는 음식의 맛을 끌어올리기 위해 백화점 푸드홀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숯을 이용한 조리 방식을 택했다. 신세계는 화재 위험에 대비해 매장별로 연소통을 구비하는 등 안전 관리에 심혈을 기울였다.
신세계는 기존 식품관·파미에스트리트·면세점이 분리된 직선형 동선의 틀을 깨고 고객 이동을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도록 ‘ㅁ자형 순환 동선’을 도입했다. 에스컬레이터와 화물용 엘리베이터의 위치를 조정하는 대규모 구조 변경과 함께 입점 브랜드의 재배치 등 총 300여회 이상의 설계 조정이 이뤄졌다.
올해 2월 제철 식재료와 각국의 진미를 모은 ‘신세계마켓’을 선보인 데 이어 하반기 델리존과 건강식품관 조성이 마무리되면 총 6000평(약 2만㎡) 규모의 국내 최대 규모 식품관이 완성된다. 스위트파크에서 신세계마켓, 델리존까지 동선이 유기적으로 이어져 방문객이 산책로를 걷듯 식품관 전체를 편하게 둘러볼 수 있다.
김선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장은 “이번 위생 시스템 개선은 단순한 시설 보완을 넘어 고객 신뢰를 바탕으로 한 식품관의 본질적인 진화”라며 “앞으로도 위생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미식 복합 공간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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