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70글쓰기] "언니, 나 왜 그냥 지나쳐?" 6070 사이 이것, 생각보다 많네요
은퇴 전후의 6070 시니어들에게는 세상이 어떻게 보일까요? 그들의 시선을 따라가 봅니다. <기자말>
[정현순 기자]
하루가 달라지는 봄기운에 간단하게 장을 보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반대편에서 웃음을 지으면서 누군가가 나를 쳐다보는 듯했다. 하지만 난 그가 누군지 알아보지 못하고 그대로 지나쳤다. 그런데 갑자기 등 뒤에서 "언니 언니~~" 외친다.
익숙한 목소리, 요란스러운 소리에 본능적으로 뒤를 돌아봤다. 그가 나를 보고 "언니, 나 왜 모르는 척하고 그냥 가? 나야 나"라고 한다. 자세히 보니 오랫동안 함께 산 이웃이었다. 처음엔 못 알아봤다. 달라진 얼굴 때문이었다.
"어머나, OO씨구나. 난 모르는 사람인 줄 알고 지나갔네. 얼굴이 많이 변했어. 와, 쌍꺼풀 수술했다고 사람이 이렇게 몰라보게 달라지다니."
정말 딴사람 같았다. 물론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그는 완전히 인상이 달라졌다. 극 중 주연들이 얼굴을 바꾸는 내용의 영화 <페이스오프>가 생각날 정도였다. 내 말에 그는 "언니 우리 나이에는 쌍꺼풀 수술이라고 하는 게 아니고, 상안검 수술이라고 하는 거야" 한다.
"내가 상안검, 하안검 수술을 둘 다 받은 거라 인상이 더 달라 보일 수도 있어. 눈 위아래에 있던 장애물이 모두 없어졌는데, 당연하지. 어떤 땐 거울 보면서 나도 나 맞나? 할 때도 있다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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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0세 지인을 길거리에 못 알아보고 지나쳤다. 그의 변신한 사연이 궁금해 이야기를 들었다(자료사진) |
| ⓒ sharonmccutcheon on Unsplash |
우리는 잠시 근처에 비어있는 벤치에 앉았고, 그의 눈 수술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상안검, 하안검 수술에 관한 이야기를 해줬다(차후에 좀 더 정확하게 알고 싶어서, 따로 사전을 찾아서 참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상안검과 하안검은 이렇게 다르다. '상안검'이란 눈알을 덮는 두 개의 눈꺼풀 가운데 위쪽의 처진 일부를 제거하거나 재배치하여 주름을 제거하는 수술이고, '하안검'이란 눈알을 덮는 두 개의 눈꺼풀 가운데 아래쪽의 처진 지방 일부를 제거하거나 주름을 제거하는 수술이라고 한다.
이 지인은 어느 날부터인가 눈 위의 눈꺼풀이 아래로 붙어서 잘 떨어지지 않고, 눈이 잘 안 떠졌다고 했다. 또 아래 눈 밑에는 혹이 붙어있는 것 같은 불편함이 생겼고, 자고 일어나면 눈이 퉁퉁 붓기도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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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털사이트에서 '상안검 하안검 수술'을 치면 뜨는 이미지와 후기들. 6070 중노년 키워드가 함께 연관검색어로 뜨기도 한다.(자료사진) |
| ⓒ 화면갈무리 |
그러다 며칠을 더 고민하다가 누구한테 도움을 청하기도 싫어서 상담만이라도 받아볼 마음으로 혼자 성형외과를 찾았다고 한다. 상담을 받은 후에는 무엇에라도 홀린 양 예약금도 주고 수술 날짜도 잡았다고 한다. 혼자서 할 일 다 하고 집에 돌아온 것이다. 집에 돌아와 생각하니 자신이 미쳤나 하는 생각까지 들면서 무척 황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한다.
그의 말을 들으면서 나도 "와, 진짜 대단하다" 했다. 그 또한 예약을 잡아 놓고도, 혼자서는 '수술을 취소할까? 날짜를 미룰까?' 하는 등등 수술에 대한 여러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도 기회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독하게 마음먹고 수술을 그대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수술을 끝내고 의사가 보여준 것을 보고 더욱 놀랐다고 한다. 눈 밑에서는 손가락 한 마디 만한 노란 지방 덩어리가 양쪽에서 나왔고, 윗부분에서 제거한 처진 부분도 만만치 않았다고 전해준다. 수술 들어가기 전에 원장이 그의 눈을 보고는 상태가 심하다고 했던 말이 절로 실감이 났다고 한다.
올해 70세인 그는 수술하고 두 달이 지난 지금 아주 만족한다고 했다. 일단 스스로 거울을 보며 느꼈던 스트레스가 없어지고 자신감도 생겼고, 생활에 불편함도 없어지고 세상이 이렇게 넓고 밝았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꼈다고 한다. 그의 말에 그를 자세히 보니 한결 예뻐지고 표정에 생기가 도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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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70세인 그는 수술하고 두 달이 지난 지금 아주 만족한다고 했다. 실제로 표정에 생기가 도는 것 같았다.(자료사진). |
| ⓒ nci on Unsplash |
그런데 이번 만남에선, 늘 모임에 진심이던 친구가 안 보였다. 그와 같은 동네에 사는 친구에게 소식을 물어보니 눈 수술이 잘못되어서 재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라고 전해준다. "눈 수술은 언제 했어? 그런데 눈 수술이 어떻게 잘못되었는데? 지금은 괜찮아?" 등 친구들 궁금증이 이어졌다. 제일 가까운 지인이 답한다.
"아마 1월에 했나? 어쨌든 눈 수술하고 한 달이 지나도록 한쪽 눈이 잘 안 떠지고 잘 안 감겨서, 결국 수술했던 의사가 다시 해줬다고 하더라."
"걔 눈은 괜찮은 것 같던데, 결국 했네?"
"몰라, 언제인가부터 자기 눈이 자꾸 처진다고, 처졌다고 노래를 하더니 어느 날 수술했다고 전화가 왔어."
70 중후반 지인들 모임, 눈 수술은 이제 거의 일상이지만
그 말을 듣고 있던 한 친구가 "솔직히 나도 성형외과에 가서 상담받고 예약금도 걸고 날짜까지 잡았었는데, 결국 취소했어"라 고백했다. 지난해 12월 초에 이른 송년 모임을 하고 4개월 만에 만났던 건데, 그 짧은 사이에 별별 일이 다 생기고 있었다. 그가 취소한 이유는 뭘까?
상담을 받았는데 자신의 얼굴 피부가 너무 얇아서 윗부분을 자르고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는데도 그땐 그 소리가 귀에 들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 당시에는 자신도 모르게 예약금도 내고 날짜도 잡고, 집에 와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너무 겁이 나고 무서운 생각이 들어 결국은 전화를 걸어 해약했다는 내용이었다. 친구들은 입을 모아 "맞아, 다른 데도 아니고 눈이니깐 겁날만 해. 잘 될 수도 있지만 재수 없으면 잘못될 수도 있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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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보다 수명이 더 길어진 시대인 것은 확실한 것 같다. 100세 시대를 넘어 요즘은 110세, 120세 시대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자료사진) |
| ⓒ grievek1610begur on Unsplash |
얼마 전까지만 해도 100세 시대라고 했는데 요즘은 110세, 120세 시대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꼭 그 나이까지 살진 않아도, 전보다 수명이 더 길어진 시대인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생존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노인들도 그 나이대보다 젊어보이는 경우가 많으며 외형상 건강미를 추구하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젊은 시절처럼 눈을 더 예쁘게 코를 더 높게 하는 등 절대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기보다는, 좀 더 활기찬 삶을 위한 성형수술이 알게 모르게 많은 것이 현실인 것 같다. 지인들 사례를 보니 그렇다.
예전보다 자신감도 찾을 수 있고, 생활 속 불편함도 줄어들고, 안갯속 같았던 세상을 더 아름답게 볼 수 있고. 잠시 희미하게 보였던 사계절 풍경을 몇 년이라도 좀 더 잘 볼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시니어들의 성형수술 목적인 듯하다.
컴퓨터 앞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보니, 어느새 나도 모르게 이웃에 사는 친구가 가르쳐준 성형외과 홈페이지에 들어가 있었다. 나 또한 수술의 종류(성형수술의 언어는 어려웠다), 블로그, 리뷰 등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러다 수술 전후 사진이 올라와 있는, 어느 80세 분이 남긴 후기가 눈에 들어왔다. 딸이 권장해서 눈 수술을 해주었다는데, 하고 나니 달라진 자신의 모습에 만족한다면서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참 좋은 세상에 살고 있어요. 진즉에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을. 왜 진즉에 못 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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