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 법제화' 두고 간호사들 신경전, 전공의도 발끈… 무슨 일
의사의 의료행위 일부를 불법적으로 대신해온 간호사, 이른바 'PA'(Physician Assistant)가 오는 6월21일 간호법 시행과 함께 법적으로 보호받게 됐다. 그런데 PA가 어떤 의료행위를 어디까지 할 수 있게 허용할지, 그 업무 범위를 규정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들린다. 무슨 일일까.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와 대한간호협회(이하, 간협)는 간호법 시행을 앞두고 '하위법령'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인다. 하위법령의 취지는 'PA의 법적 지위 확보'로, 이를 위해 △PA에 '전담간호사'란 새 이름을 부여하고 △이들의 업무 범위를 18개로 세분화하겠다는 게 골자다.
간협이 '전담간호사'의 업무 분야로 제안한 세부 업무 18가지는 △중환자 △호흡기 △근골격 △소화기 △응급 △수술 △소아청소년 △ 신생아집중 △순환기 △심혈관흉부 △신경외과 △피부배설 △비뇨기 △여성 건강 △마취·통증 △내과일반 △외과일반 △재택 등이다. 이렇게 18개로 세분화해 '전담간호사'의 전문성을 강화하자는 게 간협의 취지다. 간협은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간호법 관련 정책토론회에서 이런 '전담간호사의 업무 18가지'를 하위법령으로 지정해줄 것을 정부에 제안했다.
하지만 이후 한국전문간호사협회·한국간호과학회 등이 속한 21개 간호사 단체가 공동 입장문을 통해 간협의 제안에 반기를 들었다. 이들 단체는 "간협이 18개 세부 분야로 구분된 전담간호사 제도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면서 "특히 이미 오랫동안 의사 공백을 메꾸며 상급실무제공자로서 진료지원업무의 대부분을 담당해 온 '전담간호사'(PA)와 전문간호사의 현황과 경험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이번 운영안은 환자 안전과 간호 전문성 모두를 위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그 근거로 지난 12일 간호계·의사 106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18개 분야 전담간호사 제도(안)'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내밀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간협이 제시한 전담간호사 업무의 18개 분야 세분화'에 동의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 응답자의 20.2%(215명)에 불과했고, 76.6%(813명)는 '전담간호사 분야 세분화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응답자들 사이에선 "환자 1명에게 다양한 질환·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18개로 과도하게 세분화하면 환자 케어(관리) 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없다", "세부 분야별 중복 교육·이수로 임상 현장 적용성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이들 단체는 "오랫동안 진료지원 업무 관련 체계를 갖춰온 미국도 (PA의) 각 분야를 단순화하고 있다"며 "환자 안전을 위해 '전담간호사'의 단계적이고 현실적인 제도화 방안을 촉구한다"고 언급했다.
'전담간호사'로 불릴 PA들은 수련병원에 대거 포진해 있는데, 의사 중에서도 '전공의'의 업무를 도맡아왔다. 기존에 수련병원 대부분은 전공의들의 지원율이 낮고 수술적 치료가 많은 '기피 과'(흉부외과·외과·산부인과 등) 위주로 PA가 전공의를 대신해 수술 부위 봉합·처치, 기관 삽관 등 의료행위를 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2월20일 정부의 의대증원책과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에 반발, 전공의 대다수가 수련병원을 떠나면서 기존에 전공의가 부족하지 않았던 '인기 과'(피부과·성형외과·안과 등)에도 PA가 점차 들어서기 시작했다.
간협이 '전담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18개로 세분화하려 하자, 전공의들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19일 자신의 SNS에 "전담간호사 제도는 한시적으로 운영돼야 한다"며 "진료지원인력(PA)의 자격을 (일반 간호사가 아닌) 전문간호사로 한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의료법 제78조에 따르면 3년 이상의 실무 경험을 보유한 간호사가 2년 이상의 교육 과정을 이수하고, 전문 간호사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전문간호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현재 △가정 △감염관리 △노인 △산업 △아동 △응급 △임상 △종양 △중환자 △호스피스 등 11개 분야에 전문간호사가 투입된다. 박단 비대위원장은 "전문간호사 제도만으로는 (PA 업무 투입이) 부족하며 전문간호사 자격 취득 후 진료 지원 업무에 대한 추가 교육 과정이 필요하다"면서 "전문간호사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7~10년이 걸린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전담간호사'에 임상 경력과 시험만으로 자격을 부여한다면 10년 이상의 임상 경력을 요구해야 한다"며 "('전담간호사'의) 업무 범위에 고난도 술기는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간협은 '전담간호사 제도 세분화 추진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습니다'란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전담간호사'의 (세부 업무) 18개 분야는 현장 간호사의 다양한 의견과 국내외 문헌 고찰을 통해 마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협회(간협)는 오래전부터 의료 현장의 음지에서 '의사의 그림자' 역할을 해온 '전담간호사'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법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대정부·대국회 활동을 해왔다"면서 "지난해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인한) 의료공백 이후 협회는 간호사 업무 명확화, 법적 보호를 위해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을 정부에 요구하면서 전담간호사 제도화 작업을 본격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간호법 하위법령 조문을 통해 기관 삽관, 요추천자(허리 척추에서 뇌척수액을 뽑아내는 검사법)처럼 의사가 수행해도 위험도 높은 의료행위에 대해서도 '전담간호사'가 수행할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전공의의 업무 공백을 메꾸면서 '전담간호사'의 의사 업무를 법적으로 보호하겠단 취지에서다. 박혜린 복지부 간호정책과장은 "진료지원업무 제도화의 목적은 의료현장에서 환자가 적기에 안전한 의료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것"이라며 "진료지원업무 범위에 대한 시행규칙을 빠르게 입법 예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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