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기의 과·알·세] 싱크홀, 지하철역 주변 가장 위험…GPR 탐사·AI 예측 등 상시 모니터링 강화

이준기 2025. 4. 20.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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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수 빠져나가며 지반 압박
GPR 탐사장비 확충·점검 강화
AI 활용 예측 플랫폼 구축해야
지하철 역 주변의 싱크홀 발생 가능성이 높은 첨단 과학기술 기반의 상시 모니터링이 시급하다. 아이클릭아트 제공
UGS 융합연구단의 연구 개념도.
아이클릭아트 제공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도심 곳곳에서 싱크홀(땅꺼짐)이 끊이지 않아 시민들의 불안감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서울 등 수도권의 경우 지하철역이나 지하공사 현장 등에서 싱크홀이 자주 일어나고 있어 이들 지역의 지하구조물과 지하수 분포 및 변화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첨단 장비를 활용한 예측 기술 고도화가 필요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싱크홀 발생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노후화된 하수관 교체가 가장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역 주변의 싱크홀 발생 비중이 70% 이상에 달하는 만큼 이 일대를 중심으로 첨단 장비와 기술을 활용한 안전 점검 강화 및 점검 주기 단축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장기적으로 예산 확대를 통해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 장비를 확충하고, AI를 활용한 싱크홀 예측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선제적 대응이 요구된다고 강조한다.

◇"韓, 싱크홀 안전지대 아니다"…'무분별·과도한 지하개발' 영향

싱크홀은 땅이 가라앉아 생긴 커다란 구멍을 말한다. 크기나 형태가 불규칙하고, 한 번 발생하면 원형 모양으로 땅이 몇 m씩 가라 앉는다. 도심 속 지하 개발이 가속화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싱크홀 발생 빈도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우리나라도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 도심에서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도심 속 싱크홀은 커다란 인명 피해와 물적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사전 예측과 피해 최소화 노력이 요구된다.

그렇다면 싱크홀은 왜 생길까. 땅 속의 지하수가 빠져 나가면서 지반이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땅이 갑작스럽게 주저앉기 때문에 발생한다. 싱크홀은 주로 퇴적암이 많이 분포한 곳에서 깊고 커다랗게 생긴다. 퇴적암 지층에는 탄산칼슘으로 이뤄진 석회암 지대가 잘 발달해 있는데, 탄산칼슘은 빗물이나 지하수에 녹아 있는 이산화탄소와 만나 화학반응을 통해 쉽게 녹아 싱크홀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단단한 화강암층과 편마암층으로 이뤄져 싱크홀 안전지대에 속한다. 하지만, 무분별하고 과도한 지하 개발과 지하수 사용 및 채굴 등으로 지반이 약해지면서 싱크홀 발생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도심에서 늘어나는 싱크홀의 주요 원인으로는 지질학적 지반 함몰을 비롯해 하수관 손상, 부적절한 지반 굴착, 지하수위 저하 등을 꼽을 수 있다.◇과학기술로 막을 수 있나?… GPR 탐사 확충·AI 활용 예측 플랫폼 구축

도심에서 발생하는 싱크홀의 70% 이상은 지하철 노선 주변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지하철 공사 등 지하 개발로 인해 지하수가 대량으로 빠져 나가고, 지하수 변화에 따라 토사 유출·유입으로 인해 지반 약화와 같은 지반 변형으로 이어져 싱크홀 발생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지하 공동 및 하중으로 인한 지하 구조물의 파손이 유발돼 지상에선 도로 함몰과 같은 형태의 사고가 발생한다. 최근 경기 광명시에서 발생한 신안산선 붕괴 사고가 대표적이다. 이런 사고가 반복되는 것은 지하공간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 데이터가 없고, 공사 중 안전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안전 불감증이 한 몫했다는 분석이다.

재난분야 전문가들은 첨단 지하탐사 장비와 AI·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로 싱크홀 발생 예측과 피해 최소화가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주관기관으로 선정한 'UGS 융합연구단'을 출범시켜 사물인터넷(IoT) 기반 지하매설물 모니터링 및 관리시스템 기술 개발을 수행했다.

UGS 융합연구단은 지하공간의 지질환경, 지하수 분포·변화, 도시철도 구조물·주변 지반 변화, 주변 상하수도 관로 상태 변화의 복합 감시 데이터 등을 분석해 지하공간의 이상 징후를 사전에 감지·예측·대응하는 'IoT 기반 지하공간 그리드 시스템'을 사업 기간 동안 완성했다. 일종의 MRI검사처럼 IoT 기반으로 지하공간을 촘촘히 훑어보기 위해 연구단이 꾸려졌다.

사업 기간 중에는 서울시가 보유한 자체 지하 공간 관련 데이터와 상하수관로, 도시철도 시설물, 지하수 관정 등에서 측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하안전관리 플랫폼 구축을 지원했고, 지자체가 가지고 있는 상하수관 영상 데이터를 활용해 지반침하 AI 예측 기술도 확보했다. UGS 융합연구단장을 역임한 이인환 ETRI 수도권연구본부장은 "30년 이상된 노후화된 하수관을 시급히 교체하는 게 현재로선 싱크홀을 예방하는 가장 최적의 방법"이라며 "지하철 역 주변에 대한 GPR 장비의 상시 탐사와 함께 GPR 탐사 이후 문제가 없을 때 지하 공사를 허가해 주고, 안전 규정 준수를 강화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이어 "결국 이런 문제는 정부 예산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것이기에 싱크홀 해결을 위해 연구된 다양한 과학기술적 솔루션을 현장에 직접 실증해 테스트하고, 검증된 기술을 적용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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