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을 섬으로 만들 뻔한, 사납기로 유명한 물길
조선은 읍성의 나라였다. 어지간한 고을마다 성곽으로 둘러싸인 읍성이 있었다. 하지만 식민지와 근대화를 거치면서 대부분 훼철되어 사라져 버렸다. 읍성은 조상의 애환이 담긴 곳이다. 그 안에서 행정과 군사, 문화와 예술이 펼쳐졌으며 백성은 삶을 이어갔다. 지방 고유문화가 꽃을 피웠고 그 명맥이 지금까지 이어져 전해지고 있다. 현존하는 읍성을 찾아 우리 도시의 시원을 되짚어 보고, 각 지방의 역사와 문화를 음미해 보고자 한다. <기자말>
[이영천 기자]
이를테면 내포의 서쪽 끝자락 땅과 앞바다다. 수심가지(水深可知), 인심난지(人心難知))라는 말(물의 깊이는 알 수 있으나 사람의 마음은 알기 어렵다는 뜻)이 이곳에선 정반대로 되는 그런 곳이다. 바람은 물론이요, 드러나지 않은 암초와 수시로 뒤섞이는 물길은 항해에 숙달된 뱃사람마저 속수무책이다. 물속은 알 수가 없고, 이 바다를 맞닥뜨린 뱃사람들 염원은 단 하나, 무사 항해를 빌 뿐이니 저 말이 뒤바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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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흥진성 안흥진성 북쪽 북문과 태국사 쪽에서 바라 본 안흥진성. 너머로 신진도 항이 보인다. |
| ⓒ 국립해양유산연구소 |
이 배들을 통해 강력한 중앙집권제는 물론 귀족이 어떤 물품들을 착취했는지 유추해 볼 수 있다. 침몰한 배들은 전라, 경상, 충청도에서 개경 앞바다 벽란도에 있는 경창(京倉)을 향했을 터다. 아직 실체를 드러내지 않고 펄에 묻혀 있는 배는 또 얼마일까? 세곡선은 유독 왜 여기서 침몰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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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흥진성(1872년_지방지도_부분) 복잡한 해안선과 안흥진성. 산과 능선을 이어 쌓은 성벽과 성안의 시설이 자세하다. |
| ⓒ 서울대학교_규장각_한국학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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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굴포운하 553년 간 5차례에 걸쳐 판 굴포 운하. 일부는 농토가 되었으나, 곳곳에 물이 흐른 흔적이 역력하다. |
| ⓒ 이영천 |
배는 매년 침몰했다. 적게는 수 척, 많게는 수십 척이었다. 조선에 한정하여 굵직한 난파 기록만 보자. 1395년 5월 경상도 조운선 16척 침몰한다. 1403년 5월에 34척의 경상도 조운선이, 연이어 6월에 30여 척 경상도 조운선이 침몰한다. 6월의 침몰에 1천여 명이 목숨을 잃고 세곡 1만 석이 바다에 가라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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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량수각(부분) 신진도 폐가의 벽에서 발견된 안흥진 지휘소 문건 중 '구롱'이란 글자가 써진 종이. |
| ⓒ 국립해양유산연구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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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굴포운하(근경) 마른 봄날인데도 파인 운하에 물이 흥건하다. 이곳이 운하의 최정점 인근이다. |
| ⓒ 이영천 |
왜구의 침탈
고려 시대엔 송나라와 교역하던 국제항이었다. 이때 세워진 안흥정의 위치를 두고 학자들 사이에 논쟁이 분분한 모양이다. 손바닥 모양의 태안반도는 국제항구로서 위상은 물론 풍부한 해산물로 일찍이 방어의 필요성이 넘쳐나던 곳이다. 안흥진보다는 소근진(所斤鎭)을 개척, 해안방어기지로 활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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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안 마을 지금도 수십 호 민가가 성안에 거주 중이다. 옅은 안개에 멀리 구멍 같은 북문과 성벽이 보인다. |
| ⓒ 이영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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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흥진성 남문 신진도가 보이는 남문 밖 성벽. 멀리는 군사시설보호구역이다. |
| ⓒ 이영천 |
안흥진성
1595년 만호진이 된다. 자급자족하는 군사 방어의 원칙을 적용, 땅을 내어 군둔전을 일구게 한다. 전쟁 와중의 고육지책이, 나중 안흥진성의 경제 및 군사의 기반으로 굳어진다. 한때 성안에 300호가 살게 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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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문 각자석 서문 밖 성벽에 성곽을 쌓은 년대가 분명하게 써진 성 돌. |
| ⓒ 국립해양유산연구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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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문과 성벽 태국사 쪽 굽은 성벽에서 바라 본 북문과 성벽. |
| ⓒ 이영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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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문 수홍루 안흥진성 정문 역할을 하는 서문. 바닷가의 옅게 낀 안개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든다. |
| ⓒ 이영천 |
이제 더는 무서운 바다가 아니다. 난행량 아닌 안흥량이다. 오랫동안 섬과 섬 사이, 뭍과 섬 사이도 메워져 복잡한 해안선이 단조로워졌다. 손바닥 모양 태안반도도 섬이 될까 두려워하지 않는다. 예전 필요에 따라 파냈던 운하를, 다시 뚫자는 어리석은 주장이 반복되지 않기만을 유순해진 안흥량도 바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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