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중 암투와 귀신 이야기가 만났더니... 파격적인 사극의 탄생

김상화 2025. 4. 20.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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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SBS <귀궁>

[김상화 칼럼니스트]

 SBS 금토드라마 '귀궁'
ⓒ SBS
SBS가 오랜만에 사극으로 금토 드라마 시청자들을 찾아왔다.

지난 18일 첫 방영된 <귀궁>은 그동안 소개된 'SBS 금토 드라마'와는 결을 달리 가져간 작품이다. 그동안 해당 시간대엔 권선징악 혹은 피카레스크로 불리는 악인 중심의 이야기를 그려간 드라마들이 주로 다뤄졌고 자연스럽게 현대물로 구성돼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선사했다.

그 결과 <열혈사제>, <모범택시>, <지옥에서 온 판사>, <펜트하우스> 등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바 있다. 얼마전 종영한 <보물섬> 역시 이러한 기조를 충실히 따르면서 "SBS 금토 드라마 = 시청률 불패"의 공식을 완성시켰다. 그런데 <귀궁>은 지난 2019년작 <녹두꽃> 이후 무려 6년 만에 찾아온 금토 사극이면서 2021년 논란을 일으켰던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 이후 4년 만에 조선시대를 배경 삼은 SBS 신작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모은다.

승천의 그날을 기다렸지만 용이 되지 못한 채 이 땅에 남게 된 이무기, 무당의 운명을 거부한 애체(안경) 장인, 그리고 개혁 군주 등을 중심으로 흥미로운 이야기를 그려나갈 <귀궁>는 일단 전작 <보물섬>이 다져놓은 꽃길을 발판으로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시켰다.

시작부터 주인공이 죽다니?
 SBS 금토드라마 '귀궁'
ⓒ SBS
정확한 시기를 알 수 없는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귀궁>은 시작됐다. 어느날 궁궐에선 기이한 일이 오랜기간 벌어지고 있었다. 왕 이정(김지훈 분)의 원자(박재준 분)은 원인을 알 수 없는 광증에 시달렸고 이를 치료하고자 검서관 윤갑(육성재 분)은 무속의 힘을 빌려보자는 간청을 올리지만 왕은 궁중 법도 상 그럴 수 없다고 제안을 거절한다,

이후 윤갑은 낙향한 전 좌의정(안내상 분)을 포섭하라는 왕의 은밀한 지시를 받고 먼길을 떠나지만 왕의 반대세력인 곽상충(윤승 분) 일당의 습격을 받고 끝내 목숨을 잃는 일이 발생하고 만다. 이때를 틈타 이무기 강철이(김영광 분)가 그의 몸을 빌려 빙의에 성공했고 자신과 늘 악연관계에 놓인 신비한 능력을 지닌 애체 장인 여리를 위협하기에 이른다.

그녀가 지닌 귀신 쫒는 돌, 경귀석을 빼앗기 위해 강철이는 여리와 실랑이를 벌였고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은 낭떠러지에서 그만 동반추락하고 만다. 이 광경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본 윤갑의 혼령은 그저 망연자실할 뿐이었다.

악귀의 기운으로 가득 찬 궁궐
 SBS 금토드라마 '귀궁'
ⓒ SBS
강철이가 빙의된 윤갑과 더불어 입궁하게 된 여리는 궐에 있는 팔척귀의 존재를 알게 됐다. 임금이 있는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기분 나쁜 음기로 가득 차 있는 점에서 의문을 갖게 된 여리는 갑작스런 수살귀의 공격에 목숨을 잃을 뻔한 위기에 처한다.

다행히 윤갑의 도움으로 간신히 우물 밖으로 나온 여리는 궁에 남아 여기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현상을 파해치면서 윤갑의 혼령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 다닌다. 뒤이어 우물에서 수살귀를 끌어낸 여리는 "나리가 있는 곳을 알려 달라"고 말했지만 "알아도 넌 만날 수 없다. 만나면 너도 죽어"라는 경고만 들을 뿐이었다.

그 순간 궁중에선 굿하는 소리가 울려퍼졌고 이에 놀란 수살귀는 몸을 숨기면서 두려움에 떨기 시작했다. 계속 윤갑이 어디 있난지 캐뭍는 여리에게 수살귀는 "그것에게 이미 먹혔어. 팔척귀!"라고 답해 충격을 안겨줬다. 또 다른 귀신의 존재를 알게된 여리, 그리고 승천을 위해 천년을 기다린 강철이의 다음 행보는 어떻게 될 것인가.

육성재-김지연의 호연... 흥미진진한 귀신 이야기
 SBS 금토드라마 '귀궁'
ⓒ SBS
첫 회부터 주인공이 죽음을 당하는 제법 파격적이면서 속도감 있는 <귀궁>의 전개는 퓨젼 사극임에도 불구하고 더욱 파격적인 구성을 드러낸다. 인간의 몸을 빌려 비로소 느끼는 미각의 즐거움을 표현한 코믹한 CG를 비롯해 극의 엔딩을 장식하는 BGM 속 강렬한 록 비트의 선율은 이 드라마가 결코 평범한 사극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검서관 윤갑과 빙의된 이무기 강철이 등 1인 2역을 소화하는 육성재의 능청스런 연기는 다소 무거울 수 있는 '퓨젼 사극 버전 엑소시스트' 같은 드라마에 부드러움을 선사한다. <귀공자> 이후 오랜만의 작품 출연인데다 사극 첫 도전임에도 불구하고 변화 무쌍한 윤갑/강철이라는 캐릭터를 무리 없이 소화해낸다.

자신을 항한 운명을 거부한 여리 역을 맡은 김지연은 초반부터 온갖 귀신들과의 사투를 벌이면서 그 시절 수동적인 여인상 대신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는 진취적인 인물로 확실하게 자신을 각인시킨다. 전작 <피라미드 게임>에서 절대 권력에 결코 굴하지 않았던 성수지 역할로 깊은 인상을 심어준 데 이어 <귀궁> 또한 과거 <조선변호사>의 부진을 털어내도 좋을 만큼 제 옷을 입은 것처럼 맹활약을 펼친다.

궁궐 속 권력 암투는 각종 사극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재로 활용됐지만 <귀궁>에선 온갖 악귀와 만나면서 예측 불허의 궁금증을 키우고 있다. 이를 통해 결코 평범하지 않은 퓨젼 판타지 사극임을 1-2회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각인시키고 있다. 일단 전작의 후광 속에 좋은 출발을 보여준 <귀궁>으로선 비교적 탄탄하면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야기들의 연이은 등장과 더불어 또 한번의 인기 예감을 가져볼 만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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