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완전 이전, 개헌 없이 가능하다
[정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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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인 이재명(오른쪽부터)·김경수·김동연 후보가 1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첫 TV토론회를 시작하고 있다. |
ⓒ 국회사진취재단 |
그런데 국회와 대통령실 일부만의 이전을 넘어선 행정수도의 완전 이전은 과거 헌법재판소(헌재)의 결정에 따르면 개헌이 요구된다. 헌재는 신행정수도의건설을위한특별조치법위헌확인 사건(2004. 10. 21. 2004헌마554등)에서 우리나라의 수도가 서울인 것은 우리 헌법상 관습헌법으로 정립된 사항이며 여기에는 아무런 사정의 변화도 없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폐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헌법개정의 절차에 의하여야 하는데, 특별조치법은 헌법개정사항인 수도의 이전을 헌법개정의 절차를 밟지 아니하고 단지 단순법률의 형태로 실현시킨 것으로서 결국 헌법 제130조에 따라 헌법개정에 있어서 국민이 가지는 참정권적 기본권인 국민투표권의 행사를 배제한 것이므로 동 권리를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판시했다.
이 헌재 결정에 따르면 행정수도의 완전 이전은 헌법 개정 사항이다. 그러나 이 결정은 애당초 다음과 같은 이유로 명백히 잘못됐다. 따라서 행정수도의 완전 이전은 개헌 없이 법률 제정만으로 가능할 수 있고 또 가능해야 한다.
수도가 서울이라는 사실이 관습법인가
헌재는 수도가 서울이라는 사실이 관습법에 해당된다고 하면서 관습법의 성립을 위해 요구되는 국민의 법적 확신 등 일반적 성립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수도가 서울이라는 사실에 대해 국민이 법적 확신을 가지고 있고, 장래 이러한 상황이 변하지 않는다고 확신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설사 그러한 법적 확신이 과거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당시 수도 이전을 공약으로 제시한 대통령 후보가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아 당선되었다는 사실 그리고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여야 합의의 압도적인 다수의 지지로 특별조치법을 통과시켰다는 사실에서 이미 그러한 법적 확신은 깨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수도가 서울이라는 사실을 관습법이라고 볼 수 없다.
설사 수도가 서울이라는 사실이 관습법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헌법 차원의 관습법, 즉 관습헌법(사실 관습헌법이라는 용어보다는 헌법관습법이라는 용어가 적절하다고 하겠다. 우리처럼 성문 헌법전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불문 헌법 국가에서 적용될 수 있는 용어인 관습헌법은 적절치 않다)이라고 볼 수도 없다.
왜냐하면 수도가 서울이라는 사실 내지 어느 도시가 수도이어야 한다는 사실이 통치구조와 기본권에 관한 본질적이고 기본적인 사항이어서 반드시 헌법에 규정되어야 하는 헌법 차원의 사항이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해방 후 서울이 수도라고 하는 사실을 지방자치법이나 서울특별시행정특례에관한법률(동법 제2조 참조) 등 법률로 정한 것만으로도 알 수 있다. 어쨌든 수도가 어디냐 하는 사안은 통치구조와 기본권에 관한 본질적이고 기본적인 사항도 아니고 영속적이어야 하는 사항도 아니다. 이는 어디까지나 헌법의 핵심적 사안을 실현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관습 헌법의 개정은 성문 헌법 개정 절차를 따라야 하는가
성문헌법 체계 하에서도 성문헌법의 불완전성, 개방성, 개정이 어려운 특성, 미래지향성 등 성문헌법의 특성상 흠결을 보완하기 위하여 관습헌법의 존재를 부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관습헌법은 성문헌법의 흠결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므로 당연히 성문헌법에 대하여 보충적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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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시 내 대통령 제2집무실이 들어설 ‘행복도시 국가상징구역' 항공사진. |
ⓒ 행복도시건설청 |
따라서 관습헌법의 개정이나 소멸에 성문헌법의 개정을 전제로 하는 헌법개정절차가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수도가 서울이라는 사실이 설사 헌법적 차원의 관습헌법이라고 할지라도 이를 개정하기 위하여 헌법개정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헌재의 결정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즉, 관습법은 관습의 변화로서, 다시 말해 장기간의 관행과 법적 확신의 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개정되거나 사멸되는 것이다.
따라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일반 법률 제·개정을 통해 국민의 법적 확신의 변화를 대변할 수 있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이는 관습에 의하여 형성되는 관습헌법의 본질 및 특성과 부합되기 어렵고, 아울러 성문헌법의 보충적인 효력만을 가지는 관습헌법의 보충성에도 반한다.
그러므로 명시적으로 성문헌법전에 규정된 조항을 개정할 때에만 헌법 제130조에서 정한 엄격한 헌법개정절차가 적용되는 것이고, 이는 헌법제정권력이나 헌법개정권력이라는 강력한 민주적 정당성의 바탕 위에서 명시적으로 성립된 성문의 헌법규범은 역시 강력한 민주적 정당성에 바탕을 둔 명시적 헌법개정절차를 통해서만 개정할 수 있도록 한 헌법제정권자의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헌법제정권력이나 헌법개정권력에 의하여 성립된 명시적인 성문의 헌법규범이 아닌 보충적인 관습헌법의 개정에 대하여 헌법 제130조의 헌법개정절차조항을 적용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논리의 비약과 억지주장
결국 수도가 서울이라는 사실이 관습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설사 관습법이라고 하더라도 수도에 관한 사항이 헌법적 규율사항에 해당하는 관습헌법이라고 할 수 없으며, 또한 관습헌법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이에 대한 개정을 위하여 반드시 성문헌법의 개정절차를 밟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헌재는 위 결정에서 헌법제정권자 내지 헌법개정권자의 역할을 한 것이다. 결국 이 헌재 결정은 재판관들의 정치적 선입견을 헌법이론으로 포장한 논리의 비약과 억지주장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즉 재판관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과 노선에 따라 어떠한 경우라도 수도 이전은 절대로 막아야 한다는 결론을 미리 내린 다음, 헌법이론을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고 정립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헌재의 위상과 신뢰의 확립이라는 측면에서도 대단히 나쁜 선례를 남겼다. 그런 점에서 이 결정은 헌재 역사상 가장 부끄러운 판례 중 하나라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할 전문가는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헌재 결정에 따르면 행정수도의 완전 이전은 개헌 없이는 불가하나, 헌재 결정 자체가 지극히 잘못된 것이므로 이에 구속될 필요는 없다. 차기 정부가 행정수도의 완전 이전을 목표로 한다면 과거의 특별조치법의 경우처럼 일반 법률의 제정으로 가능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국회가 바로 잡아야
그런데 여기서 국회가 과거 헌재의 위헌결정을 받은 특별조치법과 같은 또는 유사한 내용의 입법을 반복해서 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위헌결정의 기속력 문제이다. 이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법 제47조(위헌결정의 효력) 제1항은 "법률의 위헌결정은 법원과 그 밖의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당연한 규정이다. 만일 다른 국가기관이 헌재의 위헌 결정을 따르지 않는다면 헌재가 무력화되고 헌법 질서가 유지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속력은 국회에만은 미치지 못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변화하는 사회질서와 요청에 법질서를 적절하게 적응시켜야 하는 것은 민주적 정당성을 지니고 있는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 부여된 특별한 책무인데 국회가 위헌결정에 기속당하면 이러한 책무를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 스스로가 당해 결정을 취소·변경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회에 헌재의 오류를 바로 잡거나 판례를 수정할 기회가 부여 되어야 하고, 국회의 이러한 행위는 법 발전의 고착화를 방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회는 위헌 결정된 법률이나 법률조항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내용의 입법을 할 수 있고, 이 경우 만일 이러한 반복입법에 대하여 또다시 헌법소송이 제기되면 헌법재판소는 새롭게 본안판단을 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헌재의 위헌결정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동일한 내용의 반복입법을 하고 이에 대해 또다시 제기된 헌법소원 사건에서 헌재가 시대의 변화 내지 사정변경 등을 이유로 합헌결정을 내린 판례가 수차례 있다.
예컨대 헌재가 과거 국회의원선거에서 1000만 원의 기탁금이 너무 과도하다는 이유로 관련 선거법 조항을 위헌으로 결정했는데 이후 국회는 또다시 기탁금을 1000만 원으로 정했고, 이후 국회가 다시 기탁금을 1500만 원으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이에 대하여 1500만 원의 기탁금이 과도한 액수라고 주장하면서 제기된 헌법소원 사건에서 헌재는 1500만 원의 기탁금이 과거와는 달리 합헌이라고 결정했는데, 그 논거로서 다양한 경제 여건과 선거 풍토의 변화를 제시하면서 심판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결론적으로 차기 정부는 개헌 없이 일반 법률의 제정만으로 행정수도를 완전히 이전할 수 있다. 물론 이 경우 과거 특별조치법위헌확인 사건에서처럼 또다시 헌재에 헌법소원심판이 제기될 수 있다. 그 경우 헌재는 새롭게 사건을 심리하여 본안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이 경우 한편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다양한 이유로 과거의 헌재 결정이 대단히 잘못된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다른 한편에서는 그사이 수도 이전에 대한 국민의 여론이 긍정적으로 변했고, 특히 국토의 균형발전과 지방분권화 및 수도권 집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도 이전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기 때문에 헌재가 과거의 판례를 변경하고 합헌 결정을 내릴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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