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 이식’ 가수 유열 “삶과 죽음, 그 경계에서 깨달은 것”
“최근 검사 결과도 좋았고 하루 1㎞ 걷고 가벼운 웨이트도 할 만큼 회복됐습니다. 숨 쉬며 사는 매 순간이 축복이고 기적입니다.”
그가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부활절을 앞둔 지난 14일 국민일보와 전화통화로 만난 유열 집사(63·원천침례교회)의 첫 마디는 기쁜 소식이었다. 오랜 폐섬유증 투병 끝에 지난해 7월 폐 이식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인 그는 목소리만으로도 생기와 힘이 느껴졌다.
유 집사는 1986년 MBC 대학가요제 대상으로 데뷔해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이별이래’ ‘화려한 날은 가고’ 등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은 발라드 가수다.
하지만 8년 전 폐섬유증 진단을 받고 서서히 나빠지다가 지난해 5월 초 급격히 악화돼 입원을 했다. 체중이 40㎏까지 줄고 호흡이 곤란해져 산소호흡기에 의존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는 “폐 이식밖에 방법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그 또한 수술할 수 있는 컨디션이 아니었다”면서 “폐이식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순서를 기다려야 하는데 내 차례가 올 때까지 버틸 수 있어야 했다. 그사이 여러 번 죽음의 고비의 순간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죽음 앞에 서보니 비로소 ‘삶’이 보였어요. 그렇게 살아선 안되는 거였어요. 내 앞에 닥친 죽음에 대한 두려움보다 더 괴로웠던 건 하나님 앞에 온전히 살지 못했던 ‘부끄러움’이었습니다. ‘적당히’의 삶, ‘내’가 가득했던 삶, 불순종하며 살았던 삶을 정말 철저히 회개하면서 ‘참삶’의 기회를 달라고 하나님께 매달렸습니다.”
교회 공동체도 3개월간 그를 위해 새벽부터 자정까지 릴레이로 기도했다.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은 엄마와 함께 한 달 동안 새벽 기도에 나가 기도했다. 목사님, 친구들, 선후배 등 많은 이들이 눈물의 중보기도로 함께해 주었고 마침내 폐 이식의 순서가 됐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수술 직전 기증자의 폐에 문제가 생겨 이식이 취소됐다. 희망은 다시 절망이 됐고 의료진은 “일주일이 고비”라고 말했다.
유 집사는 “어린 아들과 아내 곁에 조금만 더 머물 수 있게 해달라며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다”고 말했다.
수술이 취소된 지 7일 만에 기적처럼 다시 기증자가 나타났다. 7시간에 걸친 대수술 끝에 성공적으로 폐 이식을 받았다. 그러나 의사들은 가족에게 “회복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어 중환자실에 오래 머물 수 있다”고 했다.
예상과 달리 수술 이틀 만에 의식을 되찾은 유 집사는 “중환자실 밖에 서 있는 아내를 보자 눈물이 났다. 그동안 곁을 지키며 고생한 아내에게 마음을 담아 손을 흔들었다”고 회고했다.
폐 이식 후 건강하게 회복 중이던 그때, 온라인상에서는 ‘유열이 사망했다’는 근거 없는 가짜 뉴스가 확산됐다.
유 집사는 “마음이 참 씁쓸했다”면서 “비단 내 일이 아니더라도 주변에 누군가 아플 때는 위로와 격려가 필요하다. 그런 순간에 서로의 아픔에 따뜻하게 공감하고 함께 아파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요즘 그는 말 그대로 “하나님이 주신 새 생명”을 살고 있다고 했다.
“폐 이식을 받으며 하나님의 이끄심, 기증자의 사랑과 헌신 그리고 예수님의 부활의 참된 의미를 깊이 깨달았습니다.”
유 집사의 요즘 일상은 매 순간이 감사다. 바람을 느끼고, 앉고 일어서며, 걷고, 어느새 의젓한 6학년 아들과 아내와 나누는 모든 순간이 그리고 교회 교우들, 지인들과의 교제가 선물처럼 다가온다고 했다.
그는 “몸이 조금 더 회복되면 마음껏 하나님을 찬양하며 하나님의 은혜와 복음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라디오 방송도 내려놓고 폐섬유증이 진행되면서 하나님을 더 알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칼빈대 신학대학원에 들어가 3년간 공부했고 2023년 2월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어요(웃음). 목회자가 되려던 건 아니었고, ‘목회자’라는 직분도 아직은 하나님 앞에서 어렵게 느껴집니다. 지금은 하나님이 덤으로 주신 이 삶을 통해 무엇을 원하시는지 계속 기도하고 있어요.”
유 집사는 마지막 당부에 더욱 힘을 주었다.
“지금 우리가 사는 모든 시간, 모든 것들이 하나님이 주신 축복이고 기적입니다. 그 시간을 어떻게 더 아름답게 기적적으로 살아내는가는 우리들의 몫입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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