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그 까마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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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하 선생은 제게 자유에 기초해 부를 쌓고 평등을 추구해 불합리한 차별을 없애며 박애로 공동체를 튼튼히 연결하는 것이 가능한 곳이 대한민국이라는 것을 몸소 깨우쳐줬습니다.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인사하러 간 자리에서 선생은 '내게 고마워할 필요는 없다. 나는 이 사회의 것을 너에게 주었으니 갚으려거든 내가 아닌 이 사회에 갚아라' 했고, 그 말씀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저임금과 고물가, 폭등하는 부동산 가격에 견줘 제자리를 맴도는 근로소득과 높아지는 실업률에 청년들은 시름하는데,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엄마, 아빠 은행'(엘리자 필비)이라는 사실은 절망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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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김장하 선생은 제게 자유에 기초해 부를 쌓고 평등을 추구해 불합리한 차별을 없애며 박애로 공동체를 튼튼히 연결하는 것이 가능한 곳이 대한민국이라는 것을 몸소 깨우쳐줬습니다.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인사하러 간 자리에서 선생은 ‘내게 고마워할 필요는 없다. 나는 이 사회의 것을 너에게 주었으니 갚으려거든 내가 아닌 이 사회에 갚아라’ 했고, 그 말씀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윤석열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된 뒤 첫 주말, 많은 사람이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2019년 4월 헌법재판관 후보자 청문회 영상을 찾아봤다. 영상에는 “김장하 선생이 재산을 오롯하게 자신의 가족들에게 물려줬더라면 우리는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고 말하는 문형배 권한대행을 볼 수 없었을 것”이라는 댓글이 달렸다. 문 권한대행은 후보자 시절 재산으로 6억7545만원을 신고했는데 동료 고위 법관들에 견주면 많지 않은 자산이었으나 되레 “제가 결혼할 때 평균인의 삶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되겠다 다짐했는데 국민 평균 재산을 좀 넘어선 것 같아서, 제가 좀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가정법원장 재직 시절 법원장의 대외활동비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법원의 ‘보호소년 행사, 피학대 가정 행사, 다문화가정 행사’에 사용한 사실이 청문회 중 드러나기도(?) 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했던 김장하 선생의 ‘사회적 유산’이 ‘위대한 유산’이 된 것이다.
이번에 파면당한 윤석열은 ‘위대한 유산’의 대척점에 있었다. 임기 내내 감세 기조를 유지하며 ‘친부자’ 정책을 펼쳤다. 2023년 신혼부부 양쪽의 부모가 1억5천만원(합계 3억원)을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증여하는 세법 개정안을 ‘저출산·혼인 대책’으로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저임금과 고물가, 폭등하는 부동산 가격에 견줘 제자리를 맴도는 근로소득과 높아지는 실업률에 청년들은 시름하는데,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엄마, 아빠 은행’(엘리자 필비)이라는 사실은 절망적이었다. 자산을 물려받지 못하는 청년들의 박탈감은 더욱 커졌다.
그런데 윤석열 탄핵 이후에도 우리 공동체의 불평등과 세습 문제를 고치겠다고 말하는 정치인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은 더욱 절망적이다. 여야는 12·3 내란 계엄과 탄핵 정국에서도 손잡고 ‘상속세 완화’ 정책을 추진했다. 이런 상황에 고통받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심층 인터뷰했다. 상속세 완화를 촉구하는 보수와 경제 언론의 주장이 무슨 문제를 안고 있는지도 짚었다. 불평등 문제 전문가인 조돈문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사장도 인터뷰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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