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거 뭐 되려고···” 혀 끌끌 찼던 '딴따라'가 요즘엔 '대세' [강홍민의 굿잡]
“저 딴따라들 나중에 뭐 되려고···”
과거 딴따라로 취급받던 춤꾼들의 반란이 시작됐다. 90년대 바닥을 휘휘 청소하던 힙합바지에 눈을 가려 앞이 보이지 않을 것 같던 헤어스타일로 거리를 활보하던 춤꾼들은 어른들의 욕받이 대상이었다.
혀를 끌끌 차며 눈을 흘기던 어른들을 피해 어둡고 후미진 공간을 찾아다니며 춤을 췄던 그들. 세상의 주류에 들지 못해 반항아로 변해버린 그들이 이제는 누군가에겐 꿈이자 희망의 아이콘으로 변했다.
암울한 청소년들의 현주소라며 보여주던 어둡고 무거운 다큐멘터리 속에서 나온 그들이 자신의 몸짓을 예술로 승화시킨 ‘댄서’로 브라운관 앞에 선 그날이 아마 출발점이 아닐까 싶다.
‘스트릿 맨 파이터·스트릿 우먼 파이터(Mnet)’는 10대부터 소싯적 춤에 대한 꿈이 없었던 아저씨, 아주머니들의 관절을 오랜만에 움직이게 했다. 그 덕분에 댄서들의 몸값은 요즘 몇 안 되는 상종가 종목 중 하나다. 뿐만 아니라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러브콜이 쏟아지는 한국 댄서의 인기에 직업 생태계 조성은 물론, 바닥이었던 시장 수요도 급증하고 하고 있다.
그 가운데, 댄서로서는 늦깎이인 약관(弱冠)의 나이에 춤을 배우기 시작해 현재 해외시장의 K-댄스 전도사로 활약 중인 댄서 ‘우태(본명 채우태)’가 그 중 하나다. 우태가 전하는 현재, 그리고미래의 ‘댄서의 세계’에서는 어떤 특별함이 있는지 들어봤다.
요즘 해외에서 한국 댄서가 굉장히 인기라고 들었어요.
“해외에서 케이팝이 인기인지는 꽤 됐잖아요. 한국 음악이 전세계로 뻗어나가면서 덩달아 한국 댄서들도 인기를 얻고 있어요. 저도 얼마 전에 미주지역 댄스 워크숍 투어를 다녀왔는데, 많은 분들이 신청을 해주신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웃음)”
댄스 워크숍 투어는 뭔가요.
“해외에서 한국 댄서가 워낙 인기가 많다보니 댄스를 배우고 싶은 해외 팬들이 많이 생겼어요. 전 이번에 미국 6개주를 다녀왔는데, 현지 스튜디오와 연계해 댄스 워크숍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했거든요. ‘스맨파(스트릿 맨 파이터·Mnet·2022년 방송)’ 방송 이후에 투어나 그동안 해보지 못한 활동이 많아졌어요.”
해외에서 댄스 워크숍을 열면 신청은 많이 하는 편인가요.
“도시마다 달라요. LA만 해도 스튜디오가 엄청 많고, 한국에서 온 댄서들의 워크숍도 매번 열리거든요.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신청해 주셔서 무사히 마칠 수 있었어요.(웃음)”
‘스맨파’ 방송 이후 삶이 좀 달라진 셈이네요.
“‘스맨파’이전에도 간간히 방송을 하긴 했었어요. 오디션 프로그램의 코치나 가수들과 함께 무대에 서는 방송이라 제가 메인은 아니었죠. 사실 처음 지원을 했을 땐 과연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까 걱정이 많았어요. 그래도 해보는 게 후회가 없을 것 같아 도전해 본 거죠.(웃음)”
댄서의 종류가 나뉘는 것 같아요. 아이돌 같은 가수의 무대안무를 만드는 안무가 역할 또는 본인이 아티스트로서 활동하는 댄서로 말이죠. 우태 씨는 어느 쪽에 더 가깝나요.
“전 딱 중간 지점에 있는 것 같아요. 직업적으로 되돌아보면 댄서, 안무가, 그리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역할을 꾸준히 병행해왔던 것 같아요. 주로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과 호흡을 많이 맞췄던 것 같아요. 보아, 백현, 엑소, 태민(샤이니)을 비롯해 하이라이트, 헤이즈 같은 가수들의 안무를 함께 만들고 백업댄서로 활동했어요. 최근까진 국민대 평생교육원 무용과에서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고, 또 엠비셔스라는 팀에서 댄서로 활동하고 있으니까요.”
한 분야만 해도 시간이 모자랄 것 같은데, 댄서·교수·안무가 모두 다 이뤄낸 셈이네요.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얼마 전엔 댄스스튜디오를 오픈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댄스수업도 하고, 해외 워크숍도 추가됐으니 더 바빠진 셈이죠.(웃음)”
얘길 들어보니, 댄서는 단순히 춤만 잘 추는 사람은 아닌 것 같네요. 직업적으로 댄서는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댄서는 춤을 통해 예술활동과 경제활동을 이어나가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꼭 돈이 목적이 아니더라도 스스로 예술활동을 한다면 모두가 댄서라고 생각합니다. 직업적으로 꼭 분류를 하자면 본인이 하는일의 일부분이 아닌 풀타임으로 춤을 통해 예술활동과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을 댄서라고 정의할수 있지 않을까요.”
댄서로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어떤 일들이 있나요.
“최근 들어 댄서를 찾는 곳이 굉장히 많아졌어요. 우선 댄스 스튜디오에서 일반인들을 가르치는 강사 수요를 비롯해 가수들의 백업댄서 수요도 늘어났죠. 국내 뿐 아니라 해외공연을 커버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댄서들이 필요하거든요.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면 디렉터로서 안무를 만들기도 하고, 또 댄스팀에 소속돼 대학 축제 등 공연을 다니기도 하고요.”
아무리 춤을 잘 춘다고 해도 누군가 알아주지 않으면 소용없잖아요. 댄서는 자신을 잘 알리는 것도 중요할 것 같아요.
“그렇죠. 댄서들은 스스로 소셜미디어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자연스레 자기PR을 하고, 또 팬들이 알려주는 경우도 있죠. 자신을 알리는 것만큼이나 실력과 꾸준함이 필요한 직업인 것 같아요. 꾸준히 다방면으로 활동을 하다보면 기회가 좀 오는 것 같거든요.”
댄서라면 기본적으로 춤 실력은 갖춰져야 할 테고, 또 어떤 것들을 필요한가요.
“댄서가 몸으로 하는 직업이다 보니 우선 건강해야 돼요. 그리고 끈기도 있어야 하고요.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건강하지 않으면 춤을 출 수가 없거든요. 그리고 댄서는 대부분 누군가와 함께 작업을 하거나 커뮤니티 기반으로 이뤄져 있거든요. 타인과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해서 자신의 생각을 잘 전달하는 것, 그리고 잘 듣는 것도 중요합니다.”
춤 실력은 타고나는 게 중요한가요, 아님 노력으로도 가능한가요.
“개인적으론 두 가지 모두 중요하지만 연습이 중요해 보여요. 저도 타고난 실력보다 연습으로 만들어졌거든요. 타고난 실력만 믿고 연습을 게을리 하면 언제든지 정체가 빨리 오는 게 예술이라 생각해요. 주변에 그런 사람들도 많고요. 끊임없이 뭔가를 연구하고 노력하면 다듬어지는 분야가 ‘춤’ 아닐까 싶어요.”
아무래도 몸을 쓰는 직업이라 나이에 대한 걸림돌이 있을 테죠.
“전 그것도 선입견이라고 봐요. 이번 파리올림픽에 출전한 홍텐(비보이 부문) 형님만 봐도 마흔이 넘어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으니까요. 물론, 나이가 들면 10대 20대 때처럼 잘 추진 못하겠지만 어떻게 몸 관리를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봐요.”
춤은 언제부터 추기 시작했나요.
“스무 살 때부터 춤을 추기 시작했어요. 그 전까진 춤이랑 전혀 관련 없는 활동만 했었어요. 고등학교 때 밴드활동을 하면서 드럼을 쳤고, 1년 정도 브라질 축구 유학을 다녀오기도 했어요. 운동을 한 기억이 있어서인지 몸을 계속 쓰고 싶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TV에 나오는 아이돌 댄스를 따라 해봤는데 재미있었어요. 그게 아마 춤에 빠진 계기가 된 것 같아요.”
브라질 유학까지 다녀올 정도면 축구실력이 굉장했겠네요.
“운동을 좋아해서 꿈을 키웠는데, 시기가 너무 늦었었죠. 안 되는 걸 알고 바로 마음을 접었어요.(웃음)”
부모님께서 걱정이 많았겠군요.
“그땐 댄서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그냥 춤이 재밌었어요. ‘비’, ‘2PM' 같은 가수들이 방송에 나오면 따라 춘 정도였어요. 그러다 제대로 배우고 싶은 마음에 댄스 아카데미에 들어가 배우기 시작했죠. 부모님께서도 걱정은 많으셨죠. 당시만 해도 춤추러 다닌다고 하면 인식이 그리 좋진 않았거든요. 그래도 중간에 그만두지 않고 계속하다보니 교수가 됐죠. 그때 좀 인정을 해주셨죠. ‘그래도 뭔가를 하고 있긴 하구나’ 라고요.(웃음)”
댄서로서 행복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음··· 정말 딱 한순간이 기억나진 않아요. 특별한 한 순간보다 무대에서 춤을 추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지금이 행복한 것 같아요.”
요즘 직장인들이나 학생들 중에서 춤을 배우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일반인들이 춤을 배우면 뭐가 좋나요.
“춤을 춘다는 것 자체가 좀 멋있는 일이잖아요. 예전에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는데, 춤은 인생을 살면서 꼭 경험해봐야 하는 예술이라고 정의하더군요. 멋있기도 하고 스트레스도 풀리고, 그리고 건강해지니 안 할 이유는 없는 것 아닌가요.(웃음)”
댄서의 수입은 어떤가요.
“예전에 비해 댄서들의 수입이 높아진 건 사실이에요. 그리고 일할 수 있는 분야도 다종다양해졌고요. 굳이 제 수입을 따진다면 대기업 다니는 친구들보다 수입이 높은 편이에요.”
직업병이 있나요.
“계속 몸을 움직여요.(웃음) 쉽게 얘기하면 가만있질 못하는 게 직업병이죠. 그리고 밥을 먹을 때나 씻을 때나 어디에 있더라도 음악이 있어야 해요. 음악이 없으면 불안한 느낌이랄까.”
좋아하는 음악 장르나 가수가 있나요.
“장르를 가리진 않아요. 그냥 좋은 음악을 찾아 들으려고 애쓰는 스타일이에요. K-팝 중에서도 춤추기 좋은 노래를 자주 들어요. 뉴진스 노래 좋아해요.”
댄서의 미래는 어떻게 변화할까요.
“말씀드린 것처럼 국내 댄서들이 해외에서 인기가 많아요. 물론 K-팝이나 여러 이유가 있지만 해외에선 이런 계속 수요가 넘쳐나고 있어 저뿐만 아니라 다른 댄서들도 해외에서 한국을 알리고 기회를 잡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사실 과거에는 춤추는 사람들을 안 좋은 시선으로 봤지만 지금은 충분히 직업적으로도 비전이 있다고 봅니다.(웃음)”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사진=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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