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선고에도, 박정훈 대령 끝까지 괴롭히겠다는 국방부의 속내 [김형남의 갑을,병정]
[김형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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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9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보직해임 무효확인 소송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보직해임 무효 소송은 행정소송이고, 항명죄 사건은 형사소송으로 서로 관련이 없는 것은 아니나, 반드시 행정소송이 형사소송 결과에 따라야 할 필요는 없다. 군사법원이 그랬듯 수원지법도 박정훈 대령과 해병대수사단이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기록을 경상북도경찰청에 이첩한 행위가 적법절차에 따른 것이 맞는지, 보직해임 사유가 될 수 있는지 따져봤으면 될 일이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어찌 되었든 재판은 1년 6개월 만에 열린 것치고는 짧게 끝났다. 재판부는 이날 바로 변론을 종결하고 선고 기일을 잡을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군사법원에서 보직해임의 원 사유가 되는 항명이 형사상 무죄 판결이 났고, 도리어 피고 해병대사령관의 이첩 중단 지시가 권한 밖의 일이라는 결론도 난 바 있다. 이 밖에도 박 대령 측에서 1년 6개월간 수원지법에 제출한 무수히 많은 증거와 의견서를 종합해 볼 때 보직해임이 부당하다는 판단은 명약관화했을 것이다.
그런데 피고 해병대사령관 측 대리인은 재판을 더 천천히 진행해달라는 요구부터 꺼냈다. 항명죄 항소심 재판이 4월 18일에 시작되니 항소심 결과를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다는 주장이었다. 박 대령이 최근 인사근무차장이라는 비편제 보직에 임명된 사실을 언급하며 이 점 역시 검토해서 의견서를 제출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물론 수사단장, 군사경찰 병과장 보직해임의 정당성 여부를 따지는 재판과 보직해임 이후 새로운 보직에 임명된 사실은 법적 연관성이 없는 별개의 문제다. 뿐만 아니라 박 대령 측에서 제시한 증거와 서면을 검토해 의견서를 제출하려면 시간이 넉넉히 필요하다는 요청도 덧붙였다. 재판장은 이에 대해 "그 동안 안하고 뭐했나?"라 지적했고, 5월 28일 한 기일을 더 진행한 뒤 선고하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소송을 질질 끄는 배경에는 국방부의 의중이 깔려있을 가능성이 높다. 박 대령의 대령 계급 정년은 2027년 12월 31일까지다. 이날이 지나면 박 대령이 소송에 이겨도, 어떤 자리에 복귀해도 전역해야 한다. 보직해임 무효소송은 이제 1심 단계에 있으니 형사소송 최종심 판단을 핑계 삼아 항소심, 상고심까지 끌고 가면 1년 이상은 족히 시간을 벌 수 있다는 계산일 것이다.
끝까지 괴롭히겠다는 국방부
보직해임의 원인이 되는 항명죄를 사실상 국방부가 '뒤집어씌웠다'는 판결이 국방부 관할의 군사법원에서 나왔지만 국방부는 당사자인 박 대령에게 사과 한마디, 유감 한 줄도 표명하지 않았다. 그간 겪은 불이익한 처우에 대한 원상복구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국방부는 한술 더 떠 항명죄 형사 소송과 보직해임 무효소송 모두 끝까지 가볼 심산이다. 끝까지 괴롭히겠다는 것이다.
이런 걸 두고 '괘씸죄'라 한다. 국방부와 군 수뇌부에겐 박 대령이 죄를 지었건, 누명을 썼건, 부당한 명령과 외압이 있었건 말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이들에게 박 대령은 상관의 부당한 명령을 따르지 않은 불편한 부하이고, 군 조직을 들쑤셔놓은 배신자일 뿐이다.
그뿐인가. 군에는 박 대령이 제 자리를 찾아 복귀하길 불편해하는 이들이 많다. 가까이로는 해병대사령부의 주요 간부들로부터 국방부 곳곳에 포진한 군법무관들과 수사관들, 멀게는 파면된 윤석열에 이르기까지. 박 대령에게 항명죄를 덮어씌우고,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철판 깔고 위증하고, 진실을 밝히는 일에 침묵해 온 모든 이들에게 박 대령의 군사경찰 수사업무 복귀는 불편을 넘어선 두려움이나 다름없다.
2024년 3월 5일, 박 대령은 2023년 8월 30일에 자신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염아무개 군검사를 허위공문서작성, 감금미수 등으로 고소했다. 구속영장에는 박 대령이 한 적 없는 행동과 말은 물론, 국방부검찰단이 한 적 없는 수사까지 했다고 하는 등 총 17가지의 거짓말이 적시되어 있다. 염 군검사와 국방부검찰단은 이 영장청구서를 들고 박 대령을 연행해 인치하고, 구속영장실질심사까지 받게 했으나 결국 영장이 기각되는 수모를 겪은 바 있다.
염 군검사가 영장청구서에 쓴 거짓말의 대부분은 영장을 심사하는 재판부로 하여금 박 대령이 증거인멸 중이고 항명 혐의도 분명하다는 인상을 갖게 할 목적이었다. 박 대령 휴대전화를 포렌식 해서 여러 증거들을 확보해 놓고 포렌식 결과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고 허위 사실을 적시한다든지,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비화폰을 포렌식 한 적도 없으면서 임의제출 받은 사진 캡처를 '포렌식 자료'로 둔갑시켜 국방부검찰단의 수사에 신빙성을 더하는 식이다. 누가 봐도 허위임이 분명한 것들뿐이다.
그런데 이 사건을 수사한 국방부조사본부는 지난 3월 28일, 염 군검사를 불기소 의견으로 국방부검찰단에 송치했다. 국방부검찰단이 허위 작성한 영장청구서와 관련된 범죄의 기소 여부 판단을 국방부검찰단에 맡기는 것도 황당한 촌극이지만, 국방부조사본부에서 쓴 '불기소 의견서'란 것은 한층 더 가관이다. 조사본부는 17개 고소 사실을 낱낱이 반박하여 사실상 염 군검사를 위한 변호인 의견서나 다름없는 문서를 군검찰로 보냈다. 물론 반박의 내용은 대부분 억지에 가깝다.
김계환 사령관 비화폰 포렌식 문제는 '포렌식을 한 적은 없지만 포렌식에 준하는 수사 절차를 거쳤으므로 허위 아님'이라 정리했고, 박 대령이 부하들에게 거짓말을 시켰다는 허위사실에 대해서는 '거짓말을 시킨 적은 없지만 거짓말을 하게끔 상황을 조성한 것'이란 염 군검사의 변명을 그대로 실어줬다. 실제 박 대령 부하들은 거짓말을 한 적도 없지만, 문구만 보더라도 '거짓말을 시킨 행위'와 '거짓말을 할 상황을 조성한 행위'는 구속 여부 판단에 있어 엄연히 다른 무게를 갖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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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첫 정식 형사재판이 열리는 14일 오전 윤 전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
| ⓒ 사진공동취재단 |
박 대령 문제뿐 아니라 채 상병 사망 사건 자체도 여전히 수사가 중단된 상태로 방치되어 있다. 이 와중에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은 '건설사 사장이 책임 없듯, 나도 없다'는 얘기를 버젓이 하고 다닌다. 이 모든 문제를 풀자면 윤석열이 임기 중 세 번, 한덕수 권한대행이 한 번, 도합 네 번 거부권을 행사한 '채 상병 특검법'의 조속 처리가 불가피하다.
지난 14일, 윤석열 내란죄 사건 첫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특전사 대대장은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상관의 지시를 부하들에게 끝까지 전달하지 않았다. (12월 3일로부터) 얼마 전, 군검찰이 박정훈 대령에게 항명죄로 징역 3년을 구형한 걸 봤기 때문이다'라고 진술했다.
부당한 명령을 부하들에게 전달하면, 부하들에게도 그 명령을 따를 것인지 아닌지 판단할 몫이 생긴다. 따르면 불법행위를 자행하는 것이고, 따르지 않으면 항명죄로 처벌받는 세상이니 아예 부하들에게 자기가 받은 명령을 하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위법부당한 명령이 난무하고, 그 명령을 두고 항명죄로 보복당할 것을 걱정해야 하는 것이 오늘날의 군대다.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을 바로 잡지 않는 한, 이 문제는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 군인들에게 명령의 위법성을 판단할 부담을 주지 않으려면, 애초에 적법한 명령만 발령되는 군대를 만들면 된다. 그 첩경은 위법한 명령을 발령한 군인들을 엄히 단죄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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