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분의 아이들세상] 도벽 청소년

2025. 4. 16.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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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3학년 남학생 P는 남의 자전거를 여러 번 훔쳐서 경찰서에 신고되기도 했다.

처음 경찰에 신고된 후엔 잠시 멈추더니 다시 도벽이 시작돼 차츰 심해져만 갔다.

P는 반성하고, 다시는 안 하려고 노력도 했지만, 그 순간이 되면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도벽이 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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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쾌한 감정 벗어나기, 흥분되는 느낌 갖기 등 이유


중학교 3학년 남학생 P는 남의 자전거를 여러 번 훔쳐서 경찰서에 신고되기도 했다. 처음 경찰에 신고된 후엔 잠시 멈추더니 다시 도벽이 시작돼 차츰 심해져만 갔다. P는 반성하고, 다시는 안 하려고 노력도 했지만, 그 순간이 되면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도벽이 발동한다. 자신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그리고 또 반복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용돈이 부족한 것도 자전거가 없는 것도 아닌데 자전거만 보면 훔치고 싶어진다고 하였다. 대다수의 습관적인 도벽을 하는 사람들이 이처럼 자신도 알 수 없는 이유로 순간 행동하고 후회하기를 반복한다. 그러나 도벽의 유발 요인을 생각해 내는 건 간단치 않다.

도벽이 일어났던 최근의 상황을 떠올려 보게 한다. “가능한 한 생생하게 상상해보세요. 마치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요. 어디 있나요? 무엇을 하고 있나요? 몇 시인가요? 무엇을 보고 듣나요? 누가 함께 있나요? 그 다른 사람은 무엇을 말하거나 행동하고 있나요? 어떤 기분인가요? 무엇을 생각하고 있나요?” 이렇게 사건이 지금 일어나는 것처럼 더 생생하고 현실감 있게 느끼게 하려고 ‘현재형’ 시제로 묻는다.

P는 “학원 가는 길이예요. 테스트가 있는데 준비가 부족해서 불안해요. 시험을 못 보면 부모님에게도 연락이 갈 거고, 레벨이 다운되면 창피할 거 같고, 어젯밤에 공부를 안 한 게 후회도 되면서 자책하고 긴장이 돼요.”

어떤 행동이 반복될 때는 그에 대한 강화 요인이 반드시 있다. 그것을 알기 위해 다시 “행동을 한 직후에 무엇이 일어나나요? 그때 어떤 느낌이 있나요? 원하는 것을 얻거나 원치 않는 것을 피할 수 있었나요? 어떤 식으로든 기분이 나아지나요? 또는 긴장감이 사라지나요?”라고 질문한다.

행동한 이후에 일어나는 느낌과 감정, 현상에 집중해 본다. “자전거 훔칠 때 스릴도 있고, 시험에 긴장되었던 느낌 걱정을 잊어버렸어요”라고 기억했다. 이처럼 강화 요인은 눈에 보이는 보상일 수도 있지만, 긴장감 같은 불쾌한 감정이 일시적으로 해소되는 느낌을 말하는 경우도 많다. 이해할 수 없는 충동적인 행동을 습관적으로 하게 하는 요인에는 P와 같이 ‘불쾌한 감정에서 벗어나기’ ‘흥분되는 느낌 갖기’ 외에도 자신이 강하다고 느껴지거나 스스로 상황을 통제한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자신이 그것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느끼거나, 관심이나 주목받기 등등 매우 다양하다.

P에게 질문한다. “이런 스릴 같은 느낌은 지속되었나요?” “다시는 긴장감이 나타나지 않았나요?” “다시는 걱정하는 마음이 떠오르지 않았나요?” “무엇인가를 잃거나 놓치게 되었나요?” P는 오히려 더 큰 자책감, 후회감, 자신의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생각과 모멸감, 부모님에 대한 죄책감 등등이 배가 되어 나타났다고 했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소문이 나 따돌림도 받게 되었다.

이처럼 자신의 도벽 행동이 반복되는 이유를 분석하고 단기 결과와 장기 결과를 알게 하는 것은 도벽 치료를 위해 매우 도움이 된다.

이호분(연세누리 정신과 원장,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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