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힘 빠진 중국 배터리…현지서 힘 키운 K배터리 기회
중국산 옥죄는 관세
15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 무역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 1~2월 미국의 중국산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수입액은 2억8900만 달러로, 전년 동기(3억8300만 달러) 대비 24.4% 줄었다. 1월 수입액은 전년 대비 14.8% 늘었지만, 2월 들어 58.8%나 급감했다. 중국은 미국의 전기차용 배터리 수입 1위 국가다.
1~2월 미국의 전체 배터리 수입은 23.1% 늘었다. 미국의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 자체는 오히려 늘었지만, 중국산 공급을 크게 줄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 기간 전체 수입액에서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68.8%에서 42.3%로 줄었다.
앞서 미국은 지난 2월 4일(현지시간) 펜타닐 등을 문제 삼으며 중국에 대해 10% 보편 관세를 발효했다. 중국산 배터리는 당초 28.4%의 관세율을 적용받고 있었는데, 38.4%로 늘어난 것이다.
특히 3월 이후 미국의 대중 관세율이 점점 불어나면서 중국산 배터리가 받는 제약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3월 10% 추가 보편 관세를 부과했다. 5월 3일부터는 자동차 부품에 대한 품목별 관세(25%)도 예고한 상황이다. 자동차용 배터리는 자동차 부품 관세 대상에 포함되고, 대중 125% 상호관세 대상에선 제외된다.
중국산 배터리가 미국 시장에서 주춤하면서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모두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일찍이 미국 현지 배터리 생산 체계를 구축해왔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시간주 홀랜드 단독 공장 등 3곳을 가동하고 있고, SK온은 조지아주에 자체 공장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SDI도 최근 미국 완성차 업체인 스텔란티스와 함께 설립한 인디애나주 코코모 공장 가동에 돌입했다. 여기에 추가로 건설 중인 공장까지 완공될 경우 한국 배터리 3사의 미국 내 배터리 생산능력(CAPA)은 600기가와트시(GWh)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중국 조선 산업을 집중 견제하면서 한국 조선업계도 반사이익을 받고 있다. 미 국방부는 중국 국영 조선사 CSSC를 블랙리스트에 올렸고, 미·중 갈등 고조로 글로벌 선주들이 중국 조선소와의 계약을 꺼리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지난달 전 세계 선박 발주량 150만CGT(표준선환산톤수·58척) 가운데 한국은 82만CGT(55%)를 수주해 중국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중국은 52만CGT(35%)로 2위였다.
미국의 견제에 실제로 중국의 선박 수주량도 크게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조선·해운 전문지인 트레이드윈즈는 15일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하우 로빈슨 통계를 인용해 올해 1분기(1~3월) 중국 조선업체들에 대한 벌크선 주문량이 13건에 그쳐 1993년 이후 32년 만에 가장 적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43건 대비 90.9% 감소한 수치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미국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업체 벤처글로벌이 최대 12척의 LNG 운반선 발주를 검토 중이다. 최근 국내 조선 3사를 방문해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총 수주 금액은 최대 4조 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나상현·박영우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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