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끼삐끼' 치어리더의 과한 노출, 번지수 잘못 짚은 LG

황혜정 2025. 4. 1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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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치어리더 향한 왜곡된 시선은 그만... 시대 감수성 맞는 콘텐츠 발굴-전문성 주목 필요

[황혜정 기자]

 LG 트윈스 응원단에 합류한 치어리더 이주은이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응원을 펼치고 있다.
ⓒ 연합뉴스
프로야구 LG트윈스가 대중 앞에서 번지수를 제대로 잘못 짚었다.

지난주 공개된 LG트윈스 치어리더 의상은 팀 응원을 위한 무대의상이라기엔 지나치게 선정적이었다. 단순한 응원이 아니라 의도된 성적 연출이었다.

논란은 당연했다. 진짜 문제는 단지 노출 수위가 아니다. 그런 의상을 누가, 왜 기획하고, 관중이 그것을 어떻게 소비하는가에 있다.

스포츠는 공정한 경쟁과 열정을 나누는 무대다. 치어리더는 그 안에서 경기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공식 퍼포머이자, 팀의 중요한 구성원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이들을 동등한 주체로 보는 대신, '시선을 끌기 위한 장치'로 소비하고 있다. 이제는 이 왜곡된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할 때다.

기획된 응원, 소비되는 시선

치어리더 의상이 무대용 퍼포먼스의 일환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많은 이들이 말한다. "치어리더들도 스스로 의상을 선택한 거 아니냐"고. 실제로 많은 치어리더들은 의상 선택에 자율권을 갖고 있으며, 퍼포먼스와 콘셉트에 따라 합리적인 디자인을 추구하고 있다.

그런데 정말 이들의 선택이 온전히 '자율적'일까? 대행사의 조회수 중심 기획, 구단의 무관심한 승인, 온라인 바이럴을 겨냥한 노출 설계 아래 만들어진 의상이 '자기표현'일 리 없다.

무엇보다 치어리더의 무대는 더 이상 경기장만이 아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 SNS에서 영상은 수십만 조회 수를 기록하며 하나의 '콘텐츠'가 된다. 노출이 많을수록 더 많은 시선을 받고, 구단과 개인 모두에게 홍보 효과가 있다는 걸 아는 순간, '선택'은 이미 '전략'이 된다. 그 안에서 치어리더는 주체가 아니라, 기획된 소비 대상이 된다.

과거엔 가능했다. 프로야구 관중 대다수를 이룬 '넥타이 부대' 중심의 관중을 자극하는 '섹스 어필'은 흥행 전략 중 하나였다.

지금은 아니다. 여성 관중이 절반을 넘고, 가족 단위 팬들이 야구장을 찾는다. 야구 산업이 빠르게 '여성향'으로 재편되고 있는 오늘날, 구단이 여전히 치어리더를 '시선 유도용 장치'로 소비한다면, 그건 스스로 시대를 거스르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지난해 한국 스포츠 사상 첫 1000만 관중을 돌파한 '자칭' 국민 스포츠인 프로야구에서 이렇게 문제 의식 없이 구태의연한 성별 소비 코드를 반복한다는 건 비겁하고 무책임한 기만이다.

미식 축구(NFL)의 '댈러스 카우보이스' 치어리더팀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혹자는 '이들의 의상이 한국의 치어리더들보다 더 선정적이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다. 맞다. 이들도 브라탑에 숏팬츠를 입고 열띤 응원전을 펼친다.

한가지 고려해야 할 점은 이들은 '퍼포먼스의 끝판왕'으로 불린다는 것이다. 강도 높은 안무, 고난도 루틴, 프로다운 태도가 그들을 설명한다. 이들의 세계를 조명한 넷플릭스 7부작 다큐멘터리는 치어리더들의 열정과 빛나는 무대와 함께 그 이면에 가려진 노동 착취와 업계의 현실을 동시에 담아내며 높은 화제성과 함께 '시즌 2'를 확정 지었다.
 2월 4일 델러스 카우보이스의 치어리더들이 응원하고 있는 모습
ⓒ AFP=연합뉴스
한국은 어떤가? 야구장에서 덤블링도 없고, 고난도 안무도 없다. 그런데 왜 그들보다 더 선정적인 복장을 입어야 하는가? 결국 이는 퍼포먼스를 포장한, 시선을 위한 연출일 뿐이다.

한편, 유럽 일부 리그에서는 치어리더 문화 자체가 없다. 있어도 춤 자체의 예술성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에선 치어리더 제도를 아예 폐지하거나, 성별 다양성과 기능 중심의 공연팀으로 대체되고 있다.

"대행사가 준비한 거다."

구단이 가장 자주 내놓는 말이다. 그러나 그건 곧 "우리는 아무 생각 없다"는 고백에 불과하다. 프로야구 NC 다이노스는 구단 창단 당시부터 치어리더의 복장을 보수적으로 조정해왔다. 가족 친화적 구장을 표방하기 때문이다. 이는 복장 조절이 가능한 일이며, 의지의 문제라는 걸 방증한다. 구단 이름을 내걸고 치어리더를 무대에 세웠다면, 그 옷과 무대, 시선까지 모두 구단의 책임이다.

치어리더 응원 문화, 변화는 가능하다

치어리더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스포츠와 대중문화를 연결하는 문화적 접점이자, 팬들과 소통하는 무대의 주체다. 이들의 존재는 존중 받아야 하며, 그들의 무대는 '선정성'이 아닌 '전문성'으로 평가 받아야 한다.

이제는 프로야구단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더 부지런해져야 한다. 스포츠 현장의 변화와 관중 구성의 다양성에 발맞춰 지속적으로 시대를 읽고, 구성원 모두가 존중 받을 수 있는 새로운 문화 기획과 콘텐츠 발굴이 필요한 때다.

잊지 말자. 치어리더 '이주은'의 이름 석 자와 얼굴을 단번에 알린 건 선정적인 의상을 입었을 때가 아니다. 화장을 고치다가 화들짝 놀라면서도 이내 태연하게 '삐끼삐끼' 춤을 춘 '프로페셔널'한 모습이라는 걸.

그래서 LG트윈스의 이번 치어리더 복장은 번지수를 제대로 잘못 짚었다. 단순한 실수가 아닌, 의식 없는 기획의 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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