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잃은 개 119에 신고하고 3시간 뒤... 눈물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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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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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풍에 쓰러진 나무 세찬 바람에 쓰러진 나무 |
| ⓒ 본인 |
겨우내 추위를 꿋꿋이 이겨내고 만개했던 벚나무 꽃잎이 무자비한 봄바람에 흩어지던 14일 밤과 15일 아침 사이 있었던 '작은 기적'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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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기 하마를 닮은 강아지 |
| ⓒ 박순국 |
잠시 핸드폰에 한눈을 파는 사이 보호자라 생각했던 일행이 가버렸는지 보이지 않았고, 난간에 기대어 있는 저와 편의점 내부에 근무 중인 직원 1명을 제외하고는 강아지 근처에 아무도 없었습니다. 혹여 편의점에서 키우는 강아지일까 싶어, 때 마침 영업 마감 준비를 하기 위해 편의점 외부로 나오는 직원에게 질문을 드리니 '처음 보는 강아지'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 아... 주인을 잃은 강아지구나.'
고민하는 사이 어느덧 시간은 밤 11시를 넘어섰고, 주위 인적이 뜸해지고 있었습니다. 편의점도 영업 종료 시간이 되어 곧 간판의 전등이 꺼졌습니다. 봄을 시기하는 세찬 찬 바람에 두꺼운 외투를 입었음에도 한기가 느껴지는 날씨 속에도 강아지는 뭐가 그리 신이 나는지 추위도 잊은 채 뛰어다녔습니다. 이따금 종종걸음으로 편의점을 빠르게 지나치는 낯선 행인의 발을 쫓아 놀아달라는 듯 응석을 부리는 강아지를 보고 있으니 마음 한편이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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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근 게시글 강아지 찾아가세요 제발 |
| ⓒ 박순국 |
10년 전의 일입니다. 가을비가 세차게 오던 저녁, 어느 날 우산을 쓰고 길가를 걷다 비에 흠뻑 젖은 채 차도 옆 인도 위를 서성이고 있던 강아지를 발견하여 인근 파출소에 데리고 간 적이 있었습니다. 파출소 내 경찰이 불편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기에, 어쩔 수 없이 그날 밤 제 집으로 데려 왔습니다.
다음날 강아지를 안고 동네에 있던 인근 동물 병원, 강아지숍을 모두 돌았음에도 끝내 보호자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강아지는 얕은 기침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었지만, 강아지에 대한 지식이 없었던 저는 단순히 "강아지가 비에 맞아 감기에 걸렸구나" 정도로 생각했고, 잘 먹고 잘 자면 그냥 나을 거란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전단지를 만들어 동네 곳곳에 붙였어야 했기에 강아지의 건강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기도 했습니다. 최대한 빨리 강아지의 가족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전단지를 붙인 그다음 날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었고, 강아지 기침도 멈추지 않았기에 집에 두는 것보단 "동물 보호소에 인계하면 강아지 기침 정도는 치료해 주겠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 또한 급히 처리해야 할 개인적인 일이 있었기에 더 이상 강아지에 쓸 여력이 없어 3일째 되던 날 동물 보호소에 오후 인계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4일째 드디어 이름 모를 노인에게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동물 보호소로 인계한 지 24시간이 되지 않았기에 빨리 보호소에 연락하여 강아지 데리고 가시라고 웃으며 말하고 통화를 끊었습니다.
그런데 그 뒤로 아무런 말씀이 없으셔서 먼저 연락 드려보니 아래와 같은 내용의 짧은 문자 메시지가 왔었습니다.
"동물 보호소로 입소한 다음날 아침, 피를 토하며 죽어 있는 강아지를 직원이 발견했다고 합니다."
10년 전 그날의 충격은 오늘의 나에게 눈앞의 강아지를 임시보호할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하였고, 10년 전 그날의 경찰과 동물 보호소의 기억은 나의 신고를 막았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한겨울 같았던 4월의 늦은 밤, 오지도 않을 것 같은 기적의 당근 메시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편의점 문을 닫고 퇴근하던 학생으로 짐작되는 젊은 직원이 강아지와 우두커니 서 있던 제게 넌지시 말을 건넸습니다.
"119에 한번 연락을 해 볼까요?"
'119에 전화하면 직원들이 싫어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예전과는 다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 또 오지도 않을 당근 메시지를 하염 없이 기다리는 것보단 낫지 않을까 싶어 "그렇게 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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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9 소방차 119 소방차 도착 |
| ⓒ 박순국 |
자신에게 기다리고 있을 그 가혹한 운명을 아는지 모르는지 소방대원에 함께 놀자며 응석 부리는 똥꼬발랄하던 강아지를 다른 한 소방대원이 단호히 들어 올리니 어찌나 얌전하던지요. 강아지를 들고 착잡한 표정으로 안락사 단어를 말씀하시던 소방대원을 바라보며 '그러면 제가 임시 보호를 할게요'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예전 일이 생각나서 차마 입 밖으로는 꺼내지 못했습니다.
"인계하시는 구청의 연락처를 혹시 알 수 있을까요?"
제 마음속에 아주 작게 남아 있던 알량한 양심이라도 지켜야겠다는 생각에 연락처를 받았습니다. 그 뒤 소방차에 실려있던 철제 케이지에 들어가 소리 없는 사이렌 불빛과 함께 떠나는 강아지를 지켜보고 있자니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 ▲ 분실견 차량 통행이 빈번한 도로로 가지 못하도록 나뭇가지로 놀아주고 있는 영상 ⓒ 박순국 |
집으로 돌아왔지만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구멍 난 양심에 도저히 잠을 이루지 못해, 동네 커뮤니티에도 조언을 구하는 글을 남겼습니다. 그런데 그 잠시 뒤, '기적'이라고 부를 만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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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근 게시글 강아지 찾아가세요 제발 |
| ⓒ 박순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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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근 게시글 기적 |
| ⓒ 박순국 |
"새벽에 강아지 보호자분께서 펑펑 눈물을 쏟으시면서 구청에 방문하셨어요. 저희가 보호자라고 말씀하시는 분의 핸드폰에 저장된 수십 장의 강아지 사진을 확인하고 연락처와 성함을 받은 후 강아지 인계해 드렸습니다."
분명 어제는 차갑기만 한 봄바람이었는데, 오늘 아침의 봄바람은 차가우면서도 그 어찌나 상쾌하던지요. 아기 하마를 닮은 강아지에게도, 애타게 강아지를 찾았을 가족에게도 작은 기적이 일어난 것 같습니다.
밤 산책을 가볍게 나갔다 뜻하지 않은 소용돌이에 휘말린 저에게도 작은 기적이 일어났던, 잊지 못할 3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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