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만 6년째 나경원... 5분 만에 법정 떠나 만난 사람은?
[임병도 기자]
|
▲ '빠루' 들어보이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지난 2019년 4월 26일 오전 경호권이 발동된 국회 본관 의안과 앞에서 긴급의원총회를 열고, 이날 새벽 의안과 출입문 개문을 위해 국회 경위들이 사용했던 쇠지렛대(일명 빠루)를 입수해 들어보이고 있다. |
ⓒ 남소연 |
2019년 4월 25일~26일 이틀간 자유한국당 (현 국민의힘)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법안과 선거법 개정안 처리를 막는 과정에서 동료 의원을 감금하고 회의장을 점거하는 등의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습니다. '특수공무집행방해', '폭처법 위반', '국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자유한국당 의원과 당직자만 27명입니다. 그러나 2020년 9월 21일 첫 공판이 시작됐지만 아직 1심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사건이 6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1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당사자들의 잦은 불출석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날 황교안 전 총리도 "재판 기일을 착각했다. 오고 있다"라는 변호인의 주장과 달리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나경원 의원은 재판에 출석은 했지만 불과 5분도 되지 않아 이석했습니다. 재판장이 "오전 재판만 하겠다"고 만류했지만 나 의원은 "대선 경선에 참여해 재판 참석이 어렵다"라며 법정을 떠났습니다.
오죽하면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의 장찬 부장판사는 "이런 식이면 또 1년이 지연된다"면서 "증인이 한 번만 안 나와도 재판이 지연된다. 증인들도 채택돼서 법정에 나오는 게 불편한 일이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증인으로 채택되면 법정에 나오는 건 국민의 의무다"라고 꼬집었습니다.
|
▲ 대선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4월 14일 서울 서초구 영포빌딩 이명박 재단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나 의원은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영포빌딩 이명박 재단에서 이 전 대통령을 만나 "헌법 가치를 지키고,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주의를 제대로 세워야 대한민국이 더 발전하겠다는 생각으로 용기를 냈다"라며 대선 출마 배경을 밝혔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자격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나 의원은 "헌법 가치를 지키는 게 첫 번째"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폭력을 행사하고 국회법을 위반한 것이 헌법을 지키는 일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국회에서 반복해서 발생하는 폭력 사태를 막기 위해 제정된 국회선진화법을 위반하는 행위 자체가 반헌법적인 행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편, 나 전 의원이 재판을 제대로 받지도 않고 이 전 대통령을 만난 사실이 알려지면서 온라인커뮤니티와 뉴스 댓글에선 "일반 국민들도 1심을 4년 넘게 받을 수 있을까요? 특권층은 안 되는 게 없다는 것", "법도 제대로 안 지키면서 무슨 대통을 하겠느냐", "나경원도 사법리스크, 무슨 대선 후보?", "법꾸라지들의 행태를 처벌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 등의 반응이 나왔습니다.
|
▲ 지난 2024년 7월 17일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4차 토론회에서 한동훈 후보가 나경원 후보에게 공소 취소 청탁 의혹을 제기했다. |
ⓒ CBS 유튜브 갈무리 |
지난해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토론회에서 한동훈 후보가 나경원 후보에게 직접 밝힌 '공소 취소 청탁' 폭로입니다. 여당 의원이 법무부 장관에게 자신의 공소를 취하해 달라고 청탁을 했다는 의혹은 가벼이 넘길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후 나경원 후보가 "헌법 질서를 바로 세워달라는 말이었고,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라고 반발하고, 한 후보가 "신중하지 못했던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사과하면서 유야무야 넘어갔습니다.
당대표 후보 토론회에서 나온 의혹이지만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에는 나 의원이 대선 후보로 나오는 만큼 제대로 검증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지명되면 사법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지적합니다.
나경원 의원에 대한 신속한 재판과 함께 '공소 취소 청탁'이라는 중대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이 대선을 이유로 흐지부지 돼서는 안 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실립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T도 울컥한 그날...'파면 선봉장' 두 사람의 123일, 67번 집회
- 이재명 후보가 17개 시도 전 지역에서 이겼던 기록
- 특정 변호사의 몰지각, 검사들의 흔들기...검찰과거사 정리, 풍파를 겪다
- 영업정지 했는데 모니터링 자료 없다? 과기부, 전광훈 알뜰폰 '봐주기' 논란
- [박순찬의 장도리 카툰] 내가 이겼다
- 헌재를 또다시 믿는다
- 파면에 부둥켜 울던 이태원 가족들... 뒤늦게, 축하의 마음을 보냅니다
- 온누리상품권 대량 유통해 62억 챙긴 일당 검거
- 권성동 "한덕수, 경선 출마 안 한다"라지만... 불 붙는 단일화
- 한동훈 "한덕수 띄우기는 테마주 주가 조작 같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