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IT 대부’ 이용태 전 삼보컴퓨터 회장 별세
국내 최초로 개인용 컴퓨터(PC)와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한국의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초석을 마련한 이용태 전 삼보컴퓨터 회장이 14일 새벽 별세했다. 향년 92세. 빈소는 고려대 안암병원에 마련됐다. 유족으로는 장남 이홍순 삼보컴퓨터 고문, 차남 이홍선 TG나래 회장, 장녀 이한경, 차녀 이경순, 삼녀 이임순이 있다. 발인은 오는 18일 오전 7시다.

고인은 1933년 3월 3일 경상북도 영덕군에서 태어났다. 영덕농업고등학교(現 경북 영덕고등학교)에 진학했으나 자퇴 후 고등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이후 서울대 물리학과에 진학해 졸업하고, 미국 유타대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 연구원, 한국전자기술연구소 부소장 등을 지냈다.
이 전 회장은 컴퓨터에서 한글을 입출력할 수 있는 터미널 시스템을 최초로 개발했고, 국내 정부·공공기관 행정 시스템 전산화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등 일찍이 한국의 ICT 산업 기반을 마련하는 데 힘을 보탰다. 1980년 청계천에 삼보컴퓨터를 설립하고 이듬해 한국 최초의 국산 상용 PC인 SE-8001을 만들었다. 1982년엔 애플2 컴퓨터의 호환 기종인 ‘트라이젬20’을 생산하면서 국내 최초로 개인용 PC를 보급하기도 했다. 금성사·삼성전자·대우전자 등 대기업이 PC 시장에 진출한 건 그 이후부터다. 1980년대 한국의 컴퓨터 산업이 성장하면서 호황기에 접어들 때, 삼보컴퓨터는 ‘국민 PC’로 자리매김했다.
고인은 1982년 국내 최초 데이터 통신 서비스 회사인 데이콤(2010년 LG유플러스로 합병)의 초대 사장을 맡기도 했다. 1981년 청와대가 체신부에서 전기통신사업을 떼어 내 공사화하면서 데이터통신 사업을 전담할 회사를 설립했는데, 이를 이끌 적임자로 이 전 회장을 낙점한 것이다. 당시 오명 체신부 차관이 고인을 찾아와 데이콤 사장을 맡아달라고 부탁했다는 건 잘 알려진 일화다.
한국의 인터넷 시대를 제일 먼저 연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1996년 한국전력과 함께 인터넷 서비스 제공사(ISP)인 ‘두루넷’을 설립했다. 1997년 9월 이용호 당시 한국전력 사장과 함께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을 만나 초고속 정보통신 공동 개발을 약속하기도 했다. 두루넷은 국내 최초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한 뒤 전국 가정과 기업에 저렴한 인터넷 서비스를 보급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1999년 11월에는 국내 기업 중 최초로 미국 나스닥 시장에 직상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PC·인터넷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삼보컴퓨터와 두루넷은 쇠락의 길을 걷게 됐다. 경영이 악화하자 두루넷이 2002년, 삼보컴퓨터가 2005년 각각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이 전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후 두루넷은 하나로텔레콤(2005년), 삼보컴퓨터는 셀런(2007년) 등에 매각됐다. 고인은 2003년 박약회(博約會)라는 공익 교육 단체를 설립해 유교 기반 인성 교육에도 헌신했다. 2021년 4월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정보통신 1세대 원로에게 수여하는 특별 공로상을 수상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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