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 불가능한 공포에 일본 치매 할머니가 한 행동
[이학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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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유리> 영화 포스터 |
| ⓒ (주)영화사조아 |
일본 공포 영화에서 '귀신이 나오는 집'은 친숙한 소재다. 오래 전부터 일본에선 억울하게 죽은 영혼이 복수를 한다는 괴담이 흔했으며 이런 원혼의 복수는 거주 공간이자 가족, 정체성, 과거를 의미하는 장소인 집과 결합해 다양한 형태의 이야기로 발전했고 영화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일본 공포 영화를 대표하는 <주온> 시리즈는 집 자체가 저주의 매개체였고 <링> 시리즈에선 원혼이 생전에 살던 집과 우물이 중요한 공간으로 나타난다. 이들 영화에서 집은 억압된 기억, 죄의식, 해결되지 않은 상처가 외부로 표출되는 공간이었다.
<사유리>는 일본의 '귀신이 나오는 집'을 다룬 영화들의 계보를 잇는 작품이다. 영화는 일본의 오시키리 렌스케 작가가 만든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삼았다. 원작 만화 <사유리>는 일본 공포물의 익숙한 설정으로 시작해 중반부터 예상치 못한 '반격'과 '복수'를 펼치며 전형적인 틀을 깬 것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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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유리> 영화의 한 장면 |
| ⓒ (주)영화사조아 |
전반부는 억울하게 죽은 영혼이 집에 깃들어 복수심에 사무쳐 악행을 저지르는 '원혼 모티프', 평범한 공간을 배경으로 삼아 친숙함 속에서 공포를 추출하는 '일상성', 분위기를 중요시하며 느린 호흡으로 불안감을 증폭하는 '심리적 공포' 등 <링>과 <주온>이 구축한 친숙한 공식에 충실한 정통 J-호러다. 감독은 시각적, 청각적 효과를 덧붙여 공포를 극대화한다. 집 안 곳곳을 활용한 긴장감 넘치는 카메라의 움직임과 집 안에서 들리는 사유리의 웃음소리나 기괴한 소음은 마치 관객에 카미키 가족과 함께 공포를 체험하는 듯한 몰입감을 준다.
후반부엔 원작과 마찬가지로 '반격'과 '복수'를 기반으로 한 코미디 장르로 전환한다. 귀신이 사는 집에 눌러앉겠다는 것도 모자라 복수를 한다는 원작 만화의 설정도 기가 막힌 데 영화는 한술 더 떠서 치매에서 벗어나 제정신이 돌아온 할머니 하루에와 손자 노리오가 '태극권'으로 사유리에게 복수한다는 기발한 상상력을 발휘해 웃음을 자아낸다. 사유리에 대한 반격 장면엔 과장된 연출과 터무니없는 상황들이 계속되며 공포와 웃음이 공존하는 혼돈의 분위기를 만든다. 과거 태극권 사범이었던 할머니의 가르침을 받아 손자가 신체를 단련하는 모습은 마치 무협 영화의 한 장면 같다. 시라시이 코지 감독은 공포와 코미디를 조화시키는 어려운 작업을 멋지게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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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유리> 영화의 한 장면 |
| ⓒ (주)영화사조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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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유리> 영화의 한 장면 |
| ⓒ (주)영화사조아 |
영화에서 사유리는 코로나19처럼 예측 불가능한 공포로 다가온다. 할머니 하루에와 손자 노리오가 가족을 하나둘 잃는 모습은 코로나19가 확산하며 많은 사람이 겪은 상실감과 다를 바가 없다. 사유리의 가족들이 그녀를 죽인 후 살인을 감추는 장면은 마치 코로나19가 유행할 무렵 일본 정부가 저지른 은폐가 겹쳐진다. 할머니 하루에가 가족이 죽어도 경찰이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다고 화를 내며 자신과 노리오가 직접 사유리를 처리하는 건 코로나19 당시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자 개인과 지역 공동체가 정부의 지원 없이 자구책을 마련하던 현실을 은유한 인상이다.
원작 만화가 2011년에 연재를 시작했고 시라이시 코지 감독 역시 팬데믹 상황을 담았다고 언급한 적이 없었기에 무리한 해석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영화를 준비한 시기는 코로나19가 한창 일본 사회에 영향을 주었던 무렵이다. 당시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의 경험과 그로 인한 불안은 무의식적으로든 반영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시라이시 코지 감독은 말한다.
"일본 사회의 불안을 공포로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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