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2035] 어르신에게 ‘이선좌’ 띄우는 사회

임성빈 2025. 4. 14.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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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빈 경제부 기자

# ‘접속자가 많아 대기 중입니다. 나의 대기순서 6만2569번째’

경기도에서 봄꽃 축제로 유명한 한 수목원 입장권 예매 웹사이트 화면에 뜬 문구다. 한 달 전부터 ‘100% 온라인 예매’만 받는다는 이 수목원 표를 어렵게 사서 가보니, 20~40대 젊은 관람객이 상당수였다. ‘부모님과 함께 오면 좋은’ 명소라던데, 50~70대 관람객은 상대적으로 적어 보였다. 입장권을 독점 판매하는 플랫폼에 따로 가입하고, 수만 명대의 순번을 기다려서 표를 사는 과정이 모든 부모님 세대에게 쉬운 일은 아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이미 선점된 좌석입니다.’

지난해 8월 부산 부산진구 롯데호텔에서 보훈대상자 어르신이 키오스크로 음식을 주문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는 모습. [뉴스1]

열렬히 응원하는 프로야구팀의 새 구장에 꼭 가보고 싶어 홈 개막전 예매가 열리자마자 접속했다. 역시 좌석은 거의 다 팔린 상태였다. 산발적으로 뜨는 취소 좌석을 보자마자 눌러도 계속 뜨는 것은 원망스러운 ‘이선좌’ 메시지다. 도대체 얼마나 빠른 사람이 좌석을 채가는지 궁금해진다.

평소 손이 빠르다고 자부했지만, 티켓팅에선 스스로가 답답하게 느껴질 정도로 뒤처진다. 급박한 예매 화면만 들어가면 손에 땀이 난다. 청년도 이렇게 좌절하는데, 하물며 디지털 기기가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 세대는 어떨까.

티켓팅뿐만이 아니다. 키오스크는 이미 많은 고령자에게 큰 벽이 되고 있다. 복잡하게 설정된 키오스크는 노인에게 자존감 하락과 고립감 상승까지 불러일으키는, ‘이선좌’ 메시지 같은 존재다. 옆줄 키오스크에선 하나둘씩 빠르게 주문을 마치고 각자 자리로 가는데, 나만 주문을 잘하지 못해 뒷줄 사람들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는 상황을 상상해 보면 어렴풋이나마 공감이 된다.

청년과 노년 간 ‘디지털 격차’는 이미 크게 벌어져 있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23년도 노인실태조사를 재분석한 결과를 보면 65세 이상 가운데 전자상거래를 할 수 있는 사람은 12%에 그쳤다. 키오스크를 활용해 주문이나 접수를 할 수 있는 어르신은 17.9%뿐이었다. 최근 영남 산불 상황에서 3세대(3G) 구형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일부 고령자는 대피하라는 재난문자도 받을 수 없었다.

디지털 소외를 겪는 어르신 세대에게 사회가 내미는 손길은 미미하다. 노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해 야구 표를 따로 판매하는 구단은 아직 일부에 불과하다. 고령자·장애인을 위한 키오스크를 설치하고 보조 인력을 두도록 하는 법이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소상공인의 부담이 커진다는 우려에 부딪혀 있다.

기술이 조금 발전했다는 이유로 함께 즐기던 일상에서 고령자의 자리를 하나씩 지워가고 있지는 않을까. 기술에 잘 접근할 수 있는 사람만 남으라는 ‘이선좌’ 메시지는 고령자에게 일상이 된 지 오래다. 기술이 발전하는 만큼 포용의 범위도 넓어지는 여유 있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임성빈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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