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비판보도 막으려고 '불공정 기준' 마련했나?
[심규상 대전충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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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시(시장 이동환)가 고양시 행정에 대한 비판 보도를 막기 위해 권한을 남용한 광고비 배제 기준을 마련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 고양신문 |
고양시는 지난 1월 '2025년 행정광고 집행기준'을 마련했다. 이에 따르면 행정광고비 지출 대상언론사를 고양특례시에 출입 등록한 후 1년 이상 지속해 기사를 게재하는 언론사로 정했다. 출입 기간이 1년 미만이거나 출입 등록한 기자가 없더라도 시정 홍보가 필요한 경우 행정광고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시는 이 같은 기준에 따라 올해 14억 원의 행정 광고비를 집행 계획을 마련했다.
광고비 받고 싶으면 비판보도 쓰지 말라?
고양시는 이와 함께 새로운 행정광고비 배제 언론사 기준도 제시했다. ▲고양특례시 정책에 불균형적인 시각으로 부정적 내용을 지속적으로 보도한 언론사 ▲고양특례시가 언론중재위에 제소(중재신청)하거나 최근 2년 이내 사실 왜곡 또는 허위 과장보도로 언론중재위로부터 조정, 결정 처분을 받은 언론사(1회 3년, 2회 5년, 3회 10년) ▲정책 보도 건수가 미비한 언론사 등으로 기준을 마련했다.
이중 '부정적 내용을 지속적으로 보도한 언론사' 배제 기준은 시 정책에 대한 비판보도를 원천 봉쇄하려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제 고양시는 풀뿌리지역언론인 <고양신문>에 대해 2022년 8월부터 돌연 행정광고비 집행을 끊었다. <고양신문>은 고양지역에 기반한 유일한 주간 유료 신문으로, 지난 1989년부터 발행하고 있다(관련 기사: <고양신문> 광고비 0원 왜? "시장님 공약기사 부정적으로 써" https://omn.kr/24yc4 ).
고양시는 지난해까지 행정광고 집행 대상 언론사를 정부 광고 지표, 네이버 등 포털 노출, 발행 부수, 매체 영향력, 광고효과, 보도 내용 등의 요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언론사를 선정했다. <고양신문>은 고양시 유일의 종이신문이자 고양시 온라인 매체 영향력 상위권으로 평가돼 이 기준에 따르더라도 행정광고비 배제 대상이 아니다. 이후 여러 시의원으로부터 고양시가 시 행정에 대한 비판·감시 보도를 막기 위해 <고양신문>에 대한 길들이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올해 새로 마련된 '언론중재위에 제소(중재신청)'만으로 행정광고 배제 기준은 비판 언론에 대한 대표적 불골정 행정 광고 배제 기준으로 꼽히고 있다. 또 언론중재위 중재신청만으로 광고배제를 할 수 있다는 것이여서 권한 남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제 고양시는 새로운 배제 기준을 만들기 직전인 지난해 11월 언론중재위에 <고양신문>을 상대로 4건의 기사를 한꺼번에 중재신청(제소)했다.
고양시가 중재 신청한 보도는 ▲2024년 5월 초 보도 '선거법 위반' 허위 보도자료 "이동환 시장에게 보고했다"'(선거법 위반 혐의 관련 시장 관여 의혹 다룬 기사) ▲2024년 8월 초 보도 '시 도시재생 거점시설 입찰 "임대료 터무니없이 비싸"' ▲2024년 6월 말 보도 '예술인 거주 1위 고양시, 문화예술 예산 비중은 오히려 줄어' ▲2024년 8월 말 보도 '세일즈 시장? 12일간 해외 출장 중 기업투자 0건'(해외 출장 성과 분석)이다. 보도 시점에서 적게는 3개월 이상, 많게는 반 년이 지나 뒤늦게 중재 신청한 것이다.
고양시는 올해 상반기 61개 언론사를 대상으로 한 행정 광고를 집행 계획에서 <고양신문>을 또 제외했다. <고양신문>을 행정 광고에서 배제하기 위해 언론중재위에 제소했고, 이를 근거로 맞춤형 새 기준 만든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는 이유다.
'사실 왜곡 또는 허위 보도로 언론중재위로부터 조정, 결정 처분을 받은 언론사'라는 배제 기준은 언론중재위의 권한과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언론중재위는 언론보도로 인한 분쟁의 조정과 중재, 침해 사항을 심의하는 기구다. 언론보도로 인한 침해 사항이 있을 때 해당 언론사에 향후 유사한 보도가 반복되지 않도록 주의를 촉구하는 권고 역할도 하고 있다. 따라서 해당 언론사가 권고를 받은 이후 이를 잘 이행하는 지 여부와 무관하게 조정과 결정 처분 내용만으로 행정광고 집행을 배제하는 것은 마찬가지로 권한 남용으로 해석되고 있다.
언론중재위는 고양시가 제기한 <고양신문>의 4건의 기사 중 1건은 반론 반영, 1건은 제목 수정을 권고했다. 사실 왜곡 또는 허위 보도라는 고양시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양신문>의 관련 보도를 사실 왜곡 또는 허위 보도로 인한 침해가 아닌 양 측간 갈등으로 보고 이를 중재, 조정한 것이다.
이영아 <고양신문> 대표는 "법률 자문 결과 고양시가 언론중재위에 제소만으로 행정 광고에서 배제하는 것은 행정기본법상 '평등의 원칙'을 위반한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으로서의 지방자치단체가 재량 행위를 하는 데 있어 '합리적 이유 없이' 행정 대상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평등의 원칙)이 있는데 언론중재위에 제소한 것이 '합리적 이유'에 해당하지 않아 오히려 '재량의 남용'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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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환 고양시장 |
ⓒ 고양시 |
'언론중재위 제소(중재 신청)만으로 행정 광고를 배제하는 기준은 권한 남용이라는 의견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 해당 주무관은 "고양시에서도 언론중재위 제소는 (침해 구제를 위한) 최후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어 남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올 초 <고양신문>에 대한 언론중재위 제소 이유와 결과에 대해서는 "다른 부서에서 한 일로 내용을 알지 못한다"고 답변했다.
<고양신문>은 객관적 이유 없이 수년째 행정광고비 대상 언론사에서 제외하고, 언론중재위 중재 신청만으로 행정 광고를 배제하는 기준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에 위법부당한 일로 신고하거나 행정심판을 청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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