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야권 일각 “대검청사를 임시 대통령실로 활용”… 대선 주자들 용산 기피에 청와대 복귀론 부상
2022년 3월 당선인 신분이던 윤석열 전 대통령은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로 옮기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를 두고 야권에선 영빈관 신축과 합동참모본부 이전 등을 모두 합치면 그 비용이 1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불필요한 이전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민의힘 내부 "청와대로 돌아가야"
논란 속에 문을 열었던 용산 대통령실이 윤 전대통령 파면과 함께 2년 11개월 만에 다시 문을 닫을 가능성이 커졌다. 조기 대선일이 6월 3일로 정해진 후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도 잇따라 대통령실 재이전 의사를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민주당은 차기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용산 대통령실을 그대로 사용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윤 전대통령의 상징과도 같은 공간인 데다, 보안상 허점이 많고 각종 '주술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는이유에서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용산 대통령실로 들어가는 데는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은 4월 8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어느 정당이 집권하느냐를 떠나서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대통령실 자리가 용산이어야 한다는 데 대다수 국민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 사이에서도 '용산 대통령실불가론'이 우세하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4월 8일 시장 퇴임식을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용산 (대통령실)은 불통과 주술의 상징이 돼버렸다"며 "당연히 청와대로 복귀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철수 의원도 4월 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청와대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며 "청와대 규모를 좀줄여서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또 경호를 잘하게 만들면 된다"고 말했다. 다만 오세훈 서울시장은 용산 집무실 이전에 부정적이다. 오 시장 측관계자는 "대통령실을 이전하려면 상당한 금액의 예산이 필요하다"면서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대통령실 이전에 세금을 낭비하는 것을 국민이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 불가론'을 주장하는 대선 주자들은 대통령집무실을 세종으로 옮기는 방안도 거론하고 있다. 세종으로 대통령실 이전은 수도권 과밀화를 해소하는 동시에, 대선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충청권민심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공약이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대선 때 '세종 대통령실'을 공약한 바 있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도 지난달 대전을 방문해 "청와대, 여의도 국회를 합친 명품 집무실을 구축해 세종을 국민 통합의 장으로 만들자"고 말했다.
정부서울청사로 대통령실 이전 시 휴대전화 '먹통'
하지만 대통령 집무실 세종 이전은 대규모 공사가 필요하다는 점 등 여러 제약 조건으로 신속히 성사되기가 어렵다. 개헌 등 복잡한 법적 절차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러한 점에서 일단 '청와대 재이전'론에 정치권의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야권에선 '임시 대통령실'도 논의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용산 대통령실에 그대로 들어가는 건 말이 안 된다. 청와대로 들어갈 수도 있지만 보안시설 정비 등 리모델링을 하는 데 수 개월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청와대로 복귀하려면 지하벙커 내 위기관리센터를 복구해야 하고, 군사시설보호·방공구역을 재설정해야 한다. 그는 이어 "누가 대통령이 되든 용산 대통령실이 아닌 제3 장소를 대통령실로 정하는 것으로 여야 대선후보가 합의하고, 취임 직후 즉각 사용할 수 있는 임시 대통령실을 마련하는 방안도 있다"고 말했다.이 때문에 야권 내부에선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대검찰청 청사도 여러 임시 대통령실 후보지 중 한 곳으로 거론됐다고 한다. 대검 청사는 시민들이 오가는 도로와 100m가량 떨어져 있고, 외부인의 접근이 어렵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부지 안에는 부속 건물도 여러 동 있다. 야권 관계자는 "직접 수사를 하지 않는 대검이 꼭 서울에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며 "차제에 대검의 세종 이전도 함께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조국혁신당은 국가 균형 발전을 강조하며 대검의 지방 이전을 주장하고 있다.
다만 선거를 앞두고 급하게 밀어붙이기보다 체계적으로 이전 계획을 세우는 것이 우선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치권 한 인사는 "여야 대선 주자들이 대통령 집무실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보다는 대통령실의 기능과 역할을 어떻게 조정할지에 더 신경 써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 등이 참여하는 범국가 차원의 기구를 설치하고 거기서 추진해야 흔들림 없이 일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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