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인데 "경선룰 바꾸자"는 친명…그 뒤엔 4년 전 '이낙연 트라우마'

더불어민주당이 내부에서 대통령 후보 경선 방식을 둘러싸고 3일째 옥신각신했다. 의결을 하겠다던 11일에도 오전 10시부터 특별당규준비위원회(당규위) 3차 회의를 열었지만 경선 룰 최종 의결을 미뤘다. 민주당은 예비 후보 간 룰 미팅이 아닌 당규위를 통해 경선 방식을 정한다.
이춘석 당규위원장은 이날 회의를 연 지 7시간 만에 나와 “논의를 마쳤지만, 결과는 말씀드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론은 바꾸지 않겠지만 우리 당에 출마하는 후보와 캠프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최종 의결은 12일 2시에 하겠다”고 부연했다. 당규위 내부적으로는 친이재명계가 주장해 온 ‘국민참여경선’(당원투표 50%, 일반국민 여론조사 50%) 방식이 잠정적으로 채택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선을 룰을 둘러싼 내부 갈등은 ‘어대명’(어차피 대선 후보는 이재명)이라는 말이 돌고 있음에도 친이재명계가 지난 대선 때와 다른 방식으로 “경선룰을 바꾸자”고 나서면서 시작됐다. 당 밖의 주자들까지 아울러 일반 국민 선거인단을 모집해 치르는 ‘오픈 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를 주장해 온 군소 주자들은 “최소한 기존 룰대로 하자”는 입장이었다.
2021년 20대 대선 때 민주당은 전국대의원과 권리당원 80만 명 외에 전화와 온라인으로 본인 인증을 거쳐 신청하는 일반 국민도 모바일과 현장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국민경선’을 치렀다. 친명계는 이 같은 룰을 이번에는 국민 선거인단 모집 대신 여론조사로 대체하는 ‘국민참여경선’으로 개정하자고 밀어붙이는 중이다. 선거인단 모집 과정에서 발생하는 변수마저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친명계가 룰 변경을 고집하는 배경엔 역선택 트라우마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전날 당규위 비공개회의에서 한 친명계 의원은 “전광훈과 전한길이 움직이는 게 100만 명이 넘는다. 이 사람들이 조직적으로 들어오면 어떻게 할 거냐”며 역선택 우려는 강하게 제기했다고 한다. 그러자 비명계 의원은 “룰을 바꾸는 것 자체가 부담이고, 다른 캠프들도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며 막아섰다.
2021년 경선 당시 순항하던 이재명 후보는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일격을 당한 경험이 있다. 이낙연 62.37%, 이재명 28.30%를 기록하자 이 후보 측에선 “특정 종교 집단이 경선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결과”는 주장이 나왔다.
여론조사업체 에스티아이 이준호 대표는 “지난 대선 경선 때도 전광훈이나 신천지가 개입했다는 등 온갖 이야기가 있었지만 증명되진 않았다”면서도 “최근에는 극우집단이 전국 순회 집회를 열 정도로 조직화돼 경선 개입 우려가 아주 비현실적인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룰 개정 시도에 각 군소 캠프는 강하게 반발했다. 김동연 경기지사 측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노무현,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들어온 국민선거인단 모집 국민경선 원칙을 파괴하지 말라”며 “응원봉 연대의 힘을 국민선거인단으로 모아야 본선에서도 승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제라도 후보 측 대리인 논의 테이블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김두관 전 의원 측도 “후보 의견을 1도 포용하지 않는 민주당 친이재명 지도부가 어떻게 중도층과 국민을 포용하겠느냐”고 비판했다.

이 같은 반발에 대해 당 지도부 관계자는 “룰은 당에서 논의해 정하는 것이고, 후보들 이후 등록 절차를 거치니 같은 시스템 아래서 경쟁을 하는 것”이라며 “각 캠프가 원하는 바는 익히 알고 있어 의견 수렴은 충분히 됐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룰 변경 시도가 본인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경선 방식에 대한 질문에 이 전 대표는 “제가 선수인데 심판 규칙에 대해 뭐라고 말을 하겠나. 국민과 당원의 결정에 따라 어떤 결정도 수용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전날 경선 룰을 확정했다. 1차 경선에서 4명으로 후보를 압축한 뒤 2차 경선을 통해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방식이다. 1차 경선은 국민여론조사 100%로, 2차 경선은 국민여론조사 50%·당원투표 50%를 반영해 실시한다. 1차 경선을 통과한 4명 중 과반 득표자가 있으면 최종 경선 없이 대선 후보를 확정하지만,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에는 2차 경선 상위 2인을 두고 결선 투표를 치른다. 최종 후보는 5월 3일 확정된다.
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윤과 술친구' 자랑한 그 의원, 한동안 찍혀 죽어 지냈다" [尹의 1060일⑤] | 중앙일보
- "김옥숙 변했네…이럴 수 있냐!" 이순자 분노한 '오물통' 발언 | 중앙일보
- 박나래 자택 도난사건 미스터리…경찰 "외부침입 흔적 없다" | 중앙일보
- 17세 치어리더, 돌연 "숨 못 쉬겠어"…원인은 3년간 몰래한 이 짓 | 중앙일보
- 행운과 불운과 노상방뇨...아멘코너에서 생긴 일 | 중앙일보
- 2002 월드컵 그 축구스타…"돈 앞에 도덕 팔았다" 비난 터졌다, 왜 | 중앙일보
- "기성용에게 성폭력 당했다" 폭로자들, 손배소 항소심도 패소 | 중앙일보
- 이재명 대선 독주 체제, 국힘 누구와 붙어도 과반 [중앙일보 여론조사] | 중앙일보
- "피의자 죽으면 다 끝나나"…장제원이 소환한 '공소권 없음' 논란 | 중앙일보
- "여보, 나 성폭행 당했어요" 아내 말에 동포 살해 몽골인, 결국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