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의 이적' 끝에 찾아온 이고은의 특별한 우승

양형석 2025. 4. 10.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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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흥국생명의 주전 세터로 활약하며 풀타임 주전으로 커리어 첫 우승

[양형석 기자]

8일 끝난 V리그 여자부 챔피언 결정전이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의 통산 5번째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특히 '배구여제' 김연경은 자신의 마지막 시즌, 마지막 챔프전에서 정관장 레드스파크스를 3승2패로 꺾으며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5차전 34득점을 포함해 챔프전 5경기에서 46.31%의 공격성공률로 133득점을 기록한 김연경은 만장일치로 챔프전 MVP에 선정되며 현역 생활에 행복한 마침표를 찍었다.

김연경이 한국 여자배구 역대 최고의 선수인 만큼 스포트라이트가 김연경에게 집중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지만 김연경 혼자 힘으로 챔프전 우승을 만든 것은 결코 아니다. 40.97%의 성공률로 115득점을 기록하며 김연경의 좋은 파트너가 됐던 투트쿠 부르주가 있었고 챔프전 5경기 23번의 세트에서 23개의 블로킹을 성공시키며 흥국생명의 '든든한 방패' 역할을 한 아닐리스 피치도 빼놓을 수 없는 주역이다.

또한 5차전에서 부상 당한 신연경 리베로 대신 조끼를 입고 코트에 투입돼 46.15%의 리시브 효율과 7개의 디그를 기록한 도수빈 리베로의 활약도 있었다. 그리고 이번 시즌 흥국생명의 우승에서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선수가 있다. 작년 6월 트레이드를 통해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은 후 김연경을 비롯한 공격수들에게 공을 배분하면서 풀타임 주전 세터로 첫 우승을 차지한 '꼬꼬' 이고은 세터가 그 주인공이다.

조송화 이적 후 세터난에 시달린 흥국생명
 이고은은 작년 6월 7번의 이적 끝에 5번째 구단 흥국생명의 유니폼을 입었다.
ⓒ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흥국생명은 2010-2011 시즌 김연경도, 황연주(현대건설 힐스테이트)도 없는 팀을 챔프전 준우승으로 이끈 김사니 세터가 떠난 후 2013-2014 시즌 세터난에 시달리며 프로 출범 후 첫 최하위에 머물렀다. 2014년 흥국생명에 부임한 박미희 감독(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2011-2012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4순위로 흥국생명에 입단한 프로 4년 차 유망주 조송화를 새로운 주전 세터로 낙점했다.

2014-2015 시즌부터 흥국생명의 주전 세터로 활약한 조송화는 초반 다소 성장통을 보였지만 경험이 쌓이면서 박미희 감독이 추구하는 흥국생명의 색깔에 녹아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흥국생명은 조송화 세터가 주전으로 활약한 5번째 시즌이었던 2018-2019 시즌에 통산 4번째이자 김연경 해외 진출 후 처음으로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흥국생명과 조송화의 인연은 2019-2020 시즌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흥국생명은 2020년4월 FA시장에서 국가대표 세터 이다영(샌디에이고 모조)을 영입했고 김연경까지 복귀하면서 '슈퍼팀'을 구성했다. 하지만 이다영 세터는 2020-2021 시즌 후반 '쌍둥이자매 학원폭력 사건'에 연루되면서 V리그를 떠났다. 흥국생명은 2021-2022 시즌 김다솔 세터와 박혜진 세터를 번갈아 기용하며 시즌을 치렀지만 중국으로 돌아간 김연경의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6위로 떨어졌다.

2022-2023 시즌 김연경이 복귀한 흥국생명은 김다솔 세터가 주전으로 팀을 끌어가다가 2022년12월 트레이드를 통해 이원정 세터(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를 영입했다. 이원정 세터는 풀타임 주전 경험은 없지만 2017-2018시즌엔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에서, 2020-2021 시즌엔 GS칼텍스 KIXX에서 챔피언 반지를 따냈던 '우승 DNA'를 가진 선수로 이적과 동시에 흥국생명의 주전 세터로 활약했다.

하지만 이원정 세터 역시 흥국생명에서 활약한 두 시즌 동안 우승 반지를 추가하지 못했다. 2022-2023 시즌 이원정 세터가 프로 생활을 시작했던 도로공사에게 2연승 후 3연패라는 '리버스 스윕'을 당한 흥국생명은 2023-2024 시즌에도 챔프전에서 현대건설을 만나 3연패를 당했다. 결국 흥국생명은 작년 6월 페퍼저축은행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프로에서 11시즌을 보낸 이고은 세터를 영입했다.

김연경의 마지막 시즌을 함께 한 주전 세터
 이고은은 정관장과의 챔프전에서 세트당 10.39개의 세트를 성공시키며 흥국생명의 5번째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 한국배구연맹
대구여고 출신의 이고은 세터는 2013-2014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도로공사에 지명됐다. 하지만 도로공사는 2014년 국가대표 세터 이효희(도로공사 코치)를 영입했고 이효희 가세 후 기회가 줄어든 이고은은 2016년6월 트레이드를 통해 IBK기업은행 알토스로 이적했다. 하지만 이고은이 자리를 옮긴 기업은행에도 이고은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경험치를 가진 베테랑 세터 김사니가 있었다.

이고은은 2016-2017 시즌 김사니 세터가 부상으로 이탈한 틈을 타 쏠쏠한 활약을 선보이며 5라운드 MVP에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 최근 10년간 세터 포지션의 선수가 V리그 라운드 MVP에 선정된 경우는 2016-2017 시즌 5라운드의 이고은과 2023-2024 시즌 4라운드의 김다인(현대건설) 밖에 없다. 이고은은 2016-2017 시즌 기업은행의 챔프전 우승에 기여했지만 2018년 6월 다시 GS칼텍스로 트레이드 됐다.

이고은 세터는 GS칼텍스에서 두 시즌 동안 활약하며 안혜진 세터와 팀의 성장을 만들어냈지만 2020년 5월 이효희 세터의 은퇴로 세터진에 구멍이 생긴 친정팀 도로공사로 컴백했다. 이고은 세터는 도로공사에서 두 시즌 동안 활약한 후 페퍼저축은행과 FA계약을 맺었지만 페처저축은행에서의 활약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결국 작년 6월 이원정 세터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었다.

흥국생명에서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김연경과 호흡을 맞춘 이고은 세터는 안정적인 볼 배급과 빠른 몸 놀림을 활용한 끈끈한 수비로 흥국생명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특히 2라운드 MVP에 선정된 김연경은 "내가 아닌 이고은이 2라운드 MVP"라며 후배의 활약을 극찬했다. 이고은 세터는 챔프전에서도 흥국생명 선수들을 이끌면서 주전 세터로서 생애 첫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이고은 세터는 프로 입단 후 트레이드만 4번, FA와 보상선수 이적까지 더하면 무려 7번의 이적을 경험한 V리그의 대표적인 '저니맨'이다(실제로 이고은은 현대건설과 정관장을 제외한 모든 구단에서 활약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이고은 세터는 5번째 팀이었던 흥국생명에서 한국 여자배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 김연경과 호흡을 맞추며 주전 세터로서 첫 우승을 이뤄내는 프로 입단 후 최고의 순간을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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