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대선 함께 치르는 대통령제? 문제라고 생각하는 이유

김현철 2025. 4. 9. 15:18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장] 한 사람에게 행정권력 전부를 독점시키면 권한 남용이 반복된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6일 '조기대선'과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이와 관련 김현철 변호사가 관련 글을 보내와 싣습니다. 오마이뉴스는 개헌 관련 다른 입장의 글도 환영합니다. <기자말>

[김현철 기자]

▲ 우원식 국회의장 개헌 관련 기자회견 우원식 국회의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개헌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6일 우원식 국회의장이 '4년 중임 대통령제 개헌안'을 발표했고, 그것에 대해 다음 날 제가 쓴 비판 기사를 지인에게 보냈습니다(관련 기사 : 4년 중임 대통령제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 그랬더니 이재명 대표 적극 지지자였던 지인은 저의 비판 취지에 공감하지만, 그래도 개헌이 되어서 이재명이 4년-4년, 8년을 집권하는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제게 말했습니다.

그러나 과연 그렇게 될 수 있을까요. 아래에서는 미국 대통령제와 의원 선거를 살피고, 지금 정가에서 주장하는 총선-대선을 함께 치르는 대통령제 개헌안이 어떤 해악을 가지는지 논증하겠습니다.

미국 대통령제와 의회 선거

미국 헌법에서, 하원 의원 435명은 지역을 대표하고 임기는 2년이며, 하원 의석 수는 인구수에 따라 주별로 배분됩니다. 한편 100명의 상원 의원은 6년 임기로, 인구와 관계없이 각 주 2명씩 배분되며, 2년마다 상원 의원의 약 1/3이 다시 선출됩니다. 이들 의원 선거는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르는 선거와 대통령 임기 중간의 선거로 나뉘며, 중간 선거(midterm election)를 'off-year election'이라고도 부릅니다. 'off-year'는 '열매가 열리지 않는'이라는 뜻으로, '대통령을 뽑지 않는다'는 의미로 사용된 것입니다. 지난 100여 년 동안 특기할 만한 현상이 있었는데, 대통령과 함께 치르는 선거에서는 '대통령의 당'이 한 번의 예외 없이 하원의 다수당이 되었고, 중간선거에서는 집권당이 대부분 패배했고, 승리한 경우는 단 세 번에 불과했습니다. ▲대공황 당시였던 1934년 루스벨트 행정부, ▲경제 호황을 구가했던 1998년 빌 클린턴 행정부, ▲9.11 테러 직후였던 2002년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그 예입니다.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르는 의원 선거에서 '대통령의 당'이 승리하는 현상을 '코트-테일 이펙트'(coat-tail effect)라고 부르는데, 대통령 후보의 인기에 편승해서 대통령의 코트 끝자락을 잡고 소속 정당 의원 후보들이 의회에 입성하는 현상을 빗댄 것입니다. 반면 중간선거에서는 경제 호황이나 집권당에 특별히 유리한 정세가 펼쳐지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집권당이 패배하고 야당이 승리했습니다. 이는 집권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견제 심리에서 비롯된 것이며, 더 근본적인 원인은 반대당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는 양당 체제로부터 기인하는 것입니다. 지금 트럼프의 관세정책으로 인해 미국 주가가 폭락하고, 인플레이션과 국제적인 통상마찰이 예견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벌써부터 많은 평론가들이 내년 11월에 예정된 선거에서 공화당의 패배를 점치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미국 대통령은 만성적인 여소야대에 시달리는데, 이것은 미국 헌법의 기초자들(Founding Fathers)이 예정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여소야대 현상을 '분점정부', 즉 Divided Government(나뉘어진 정부)라고 부르는데, 이렇게 설계된 이유는 파운딩 파더스가 대통령과 의회 누구도 압도적인 권력을 행사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1787년 필라델피아에 모여 미국 헌법을 기초한 55명의 파운딩 파더스는 부유한 대지주이거나, 금융가, 대상인, 해운업자, 주지사 등이었습니다. 당시 미국 사회의 특권층에 속했던 그들은 변화보다는 현상유지를,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정부보다는 소극적이며 질서유지에 치중하는 야경국가(Night-watch State)를 선호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의회를 통과한 법률안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고, 의회는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게 하며, 법원으로 하여금 위헌법률 심사권을 보유하게 한 것입니다.

그러나 행정명령의 영역에서는 의회가 대통령을 전혀 견제할 수 없습니다. 결국 미국식 대통령제는 행정명령의 영역에서는 '제왕적 대통령', 입법의 영역에서는 여소야대로 인한 '무기력한 대통령'이라는 모순된 현상을 안고 있습니다. 요컨대 '견제와 균형'의 제도라고 불리는 미국식 대통령제는 실제로 '교착과 공전'의 제도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파운딩 파더스가 예정했던 결과물입니다.

대한민국 국회의원 선거에서 보이는 '중간 선거'의 특징

대한민국의 경우에 대통령 임기 5년, 국회의원 임기 4년으로 인해 그 최소공배수인 20년을 주기로, 대통령 선거와 가깝게 치러지는 선거는 '대통령의 당'이 승리하고, 대통령 집권 중반에 치르는 선거는 '미국 중간 선거'의 특징을 보이면서 집권당이 패배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박근혜 탄핵 이후에 치러진 전국단위 선거, 즉 2017년 5월 9일 제19대 대통령 선거, 2018년 6월 13일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2020년 4월 15일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모두 민주당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그러다가 2020년 8월 문재인 민주당 정부가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입각을 밀어붙이면서 데드크로스가 시작되었고, 2021년 4월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중간 선거'로서 그 특징을 보였습니다. 그 다음 날인 4월 8일자 <한겨레>의 <오세훈 지지가 아니라 '민주당만 아니면 된다' 생각에 찍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보듯이, 유권자들은 중간 선거적 투표경향을 보였습니다.

총선-대선을 함께 치르자?

요컨대 총선-대선을 함께 치르는 대통령제로 개헌하자는 주장이 의미하는 바는 대통령의 당선과 함께 다수당으로서의 집권당을 출범시키자는 것입니다. 코트-테일 이펙트를 통해 '대통령의 당'을 승리하게 하려는 것입니다. 그래서 미국식 대통령제가 안고 있는 여소야대로 인한 '무기력한 대통령'으로부터 벗어나려는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대통령이 훌륭한 사람이고, 그의 당이 괜찮은 정당이라면, 이 제도가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그 반대라면, 4년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막을 수 없습니다. 아주 쉬운 가정을 해보겠습니다. 지난 2022년 3월 9일에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를 함께 치렀다면 20대 대통령에 윤석열, 국회 다수당은 국민의힘이 되었을 것입니다. 만약 그랬다면, 김건희의 개인적 비리 말고도, 양평고속도로 변경 의혹, 대왕고래 프로젝트 등등 막대한 재정적 부담을 가지는 부정부패를 민주당이 막을 수 있었을까요?

지난 8일 MBC '손석희의 질문들'에 출연한 유시민 작가가 윤석열 탄핵사태에 대해 "대통령이라는 막강한 자리와 윤석열이라는 말도 안 되는 캐릭터의 잘못된 만남에서 시작된 불행"이라고 진단하고서, "2년 반 만에 수습해 다행"이라고 말했습니다. '2년 반'만에 수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의회 다수당이 민주당이었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총선-대선을 함께 치르는 순간, '대통령의 당'이 다수당이 되는 것이며, 우리는 제2의 윤석열을 막지 못합니다.

행정권력과 의회권력을 어떻게 일치시킬 것인가?

만약 총선-대선을 함께 치르는 대통령제 개헌을 할 거라면, 미국과 같이 국회의원 임기를 2년으로 해서 중간선거 제도도 같이 도입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대통령의 전횡을 막지 못합니다. 그런데 굳이 이렇게 할 바에는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앞서 살폈듯이 지금 우리의 국회의원 선거제도가 실질적으로 중간 선거적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렇게 되면 굳이 헌법을 개정할 이유가 없어지게 됩니다. 특히나 4년 중임으로 바꾼다고 해도 대통령의 임기를 연장하고, 레임덕을 조금 미루는 기능을 가질 뿐, 대통령의 권한 남용을 제도적으로 막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다시 미궁에 빠지는 이유는 개헌론으로 '미국식 대통령제'만을 고집한 탓입니다. 미국식 대통령제는 야경국가를 전제로 소극적인 정부를 계획했던 플랫폼입니다. 그렇기에 국민경제의 한 축으로서의 정부를 계획하고 복지행정을 기획해야 하는 현대의 적극국가 시스템에 맞지 않습니다. 따라서 미국식 대통령제의 구상과 달리, 행정권력과 의회권력을 일치시키는 것은 너무나 필요한 전제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될 때 발생하는 행정부 수장의 권한 남용을 어떻게 제한하느냐입니다.

분권형 대통령제도 정답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그 이름처럼 결코 분권적이지 않기에 그러합니다. 프랑스의 경우에 대통령의 당이 의회 다수당이면, 실제로 총리를 대통령이 임명하며, 강력한 대통령제로 운영됩니다. 한편 대통령의 당과 의회 다수당이 다르게 되면, 의회가 임명하는 총리가 권한을 행사하는 의원내각제로 운영되고 이것이 동거정부입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 총리와 대통령의 권력투쟁이 현실화 될 수 있으며, 일반적인 여소야대 대통령제의 갈등보다 더 극렬한 이중권력 상태가 됩니다.

행정권력과 의회권력을 합리적으로 일치시키는 통치구조는 의원내각제입니다. 의회 다수당이 내각을 구성하되, 대한민국 역사에서 오랫동안 반복되었던 대통령의 권한 남용을 막기 위해 수상의 권한을 대폭 제한하는 것입니다. 의원내각제를 수상의 권한을 중심으로, 사르토리가 세 가지 형태로 구분했습니다. ① 각료들의 권한이 동등하지 않고 수상은 누구보다 우위에 있는 형태(first above unequals), ② 각료들의 권한이 동등하지 않은 가운데 수상이 그들 중 으뜸인 형태(first among unequals), ③ 수상이 상호 동등한 권한을 갖는 각료들 가운데 으뜸인 형태(first among equals).

우리 역사에서 대통령이 권한을 남용했던 트라우마를 고려해서 세 번째 형태의 의원내각제를 제안합니다. 독일연방기본법 제65조가 대표적인 예가 될 것입니다. 이에 의하면, 수상은 정치의 기본방침을 결정하고 그 기본방침의 범위 내에서 각 장관은 독자적으로 자기 책임하에 소관 사무를 관리합니다. 다만 장관 사이에 중첩된 업무에 관한 의견 불일치가 있으면 정부, 즉 내각이 결정합니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는 현 정부의 문제점이 극명하게 노정되었을 때, 의원내각제는 의회의 결의로 내각을 불신임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면 수상이 의회를 해산하고, 총선을 치러 새로운 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 것입니다. 지금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광장에 나와 '퇴진하라, 파면하라'라고 외치지 않아도 의회의 의결만으로 충분하고, 헌법재판소가 엉뚱한 결정을 내리지 않을까 노심초사하지 않아도 되는 것입니다.

제가 7일자 기사에서 밝혔듯이 그 이름이 무엇이든지 그 본질이 대통령제라면 최순실, 김건희의 국정농단은 재현될 수밖에 없고, 박정훈 대령 사건을 막을 수 없으며, 명태균 게이트, 12.3 계엄은 다시 발발할 수 있다고 봅니다. 지금 우리의 정치는 오직 권력투쟁만이 논쟁되고 있습니다. '투쟁으로서의 정치'에서 국민의 삶을 더 윤택하게 하고 더 행복하게 하는 '계획으로서의 정치', '행정으로서의 정치'로 바뀌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대한 갈등의 요소를 줄여야 합니다. 즉 행정권력과 의회권력을 일치시켜야 합니다. 그와 더불어 행정부 수장의 권한을 대폭 줄여 그 남용을 막는 장치도 함께 설계되어야 합니다.

한 인간에게 행정권력 전부를 독점시키고, 그 권한 남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어리석은 제도를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는 지금의 상황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