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캘리그래피 대가' 강병인 작가, '문자회화'로 건너가다
[구영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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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병인 작가의 초대전 ‘획의 변주‘ 포스터. |
| ⓒ N2ARTSPACE |
(2)'참이슬', '화요', '산사춘', '열라면'…
(1)는 인기가 높았던 영화와 드라마의 제목이고, (2)는 한국을 대표하는 소주와 라면 상품의 이름이다. 그렇다면 (1)과 (2)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드라마 제목이든 소주 이름이든 그 글씨를 '한글 캘리그라피의 대가' 강병인(64) 작가가 썼다는 점이다. 50여 년 동안 붓을 잡아온 그는 한글서예와 디자인을 접목한 '캘리그래피'로 이름이 높은 작가다. 그런 그가 지난 4월 3일부터 오는 5월 17일까지 열리는 전시회를 통해 새로운 변화를 꾀한다. 전시회를 주최한 측은 이를 "문자회화로 건너가는 첫걸음"이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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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병인 작가의 신작 ‘자유’와 ‘자유2‘ |
| ⓒ N2ARTSPACE |
강병인 작가를 초대한 N2 ARTSPACE측은 "이번 전시는 소리를 하늘과 땅, 사람으로 나누고 합하는, 이른 바 해체와 조합이라는 한글의 근원으로부터 획의 본질을 찾아나선 여정이다"라며 "하늘과 땅, 사람으로 해체되어 독립적으로 써 있는 획들은 저마다 제 모습을 찾아 글자가 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예가 요구하는 서법, 일필휘지를 고집하면서도 너느새 획들은 문자회화로 건너간다, 강병인만의 시각언어, 새로운 회화 형식으로서의 문자변주를 노래한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전시 공간은 총 세 가지 변주에 따라 구성된다. 첫번째 변주는 '해체'다. 한글이 소리를 하늘과 땅과, 사람으로 나누고 합하는 것처럼 강병인 작가의 '획의 변주'가 시작되는 지점도 하늘과 땅, 사람이다. 이를 증명하듯 그의 작업실도 한글의 창제원리인 '천지인(天地人'을 반영해 공간을 나눴다고 한다. "천은 갤러리, 지는 교육·소통·작업, 인은 서재"로 쓴다는 것이다. '하늘 사람 땅'과 '자유', '자유2' 등이 첫 번째 변주에 속하는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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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병인 작가의 신작 ‘춤춰봐, 기쁨이야‘와 ’웃어봐, 행복이야‘ |
| ⓒ N2ARTSPAC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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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병인 작가는 이번 전시회에 글씨에 나전을 이용한 작품을 선보인다. 사진은 ‘열‘과 ’뜻문자 한글‘ 작품. |
| ⓒ N2ARTSPACE |
N2 ARTSPACE측은 "봄, 꽃, 춤, 솔 등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네 삶을 형상화한 글씨들은 나전 장인의 손길로 다시금 변주되었다"라고 밝혔다. 특히 강병인 작가의 대표적인 글씨 중 하나인 '열라면'의 '열'자가 나전으로 새롭게 탄생했는데, 라면 포장지에서 보던 '열'이란 글씨가 어떤 미술작품으로 재탄생되었을지를 확인해보는 것도 이번 전시회의 포인트다.
N2 ARTSPACE의 안소현 큐레이터는 "'해체'란 필연적으로 돌아오는 길을 알 수 없는 모험과 같다"라며 "강병인 작가는 그러한 모험의 길을 과감히 선택하며 새로운 시도와 창조의 과정을 담아낸다, 이번 전시는 한글서예의 독창적인 변주를 통해 글씨라는 씨앗을 품은 땅에서 가능성의 꽃을 피우는 과정과 결과를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안소현 큐레이터는 "전시에서는 강병인 작가의 대표작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법과 소재를 활용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라며 "예를 들어, 한지에 먹과 옻칠을 조합한 작품, 화선지에 써 내려간 서예뿐만 아니라 판화지 위에 그려진 서예까지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또한 나전으로 완성된 독특한 작품들도 준비되어 있다"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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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글 캘리그래피 대가‘ 강병인 작가 |
| ⓒ 강병인 |
도서출판 예서원과 편집회사 한성기획 등에서 근무했으며, 위드콤디자인을 설립하고, 그래픽 잡지 <프로워크>를 창간해 발행인 겸 편집인으로도 활동했다. 1990년대 초중반 "서점, 백화점, 식품을 가도 다 붓글씨"였던 일본을 보면서 캘리그래피의 세계에 눈을 떴다. 캘리그래피(Callygraphy)란 아름다운(calli) 글씨(graphy)라는 뜻으로, 붓과 손으로 휘갈겨 쓴 듯한 아름다운 글씨를 가리킨다. '손 글씨' 또는 '멋 글씨'라고도 한다.
2002년부터는 캘리그래피 작가로 독립해 캘리그래피작업실 '술통'('글씨 하나로 술술 통하는 세상'이라는 뜻)을 설립했고, 한국캘리그래피디자인협회 창립 멤버로 참여했다. 한국시각정보디자인협회 이사와 부회장, 한국캘리그래피디자인협회 부회장, 문화체육광광부 문화예술 명예교사와 국립한글박물관 개관 위원, 해외문화홍보원 우리문화해외진출 활성화 민간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2022년까지 총 19회의 개인전을 열었고, 한글날 기념전과 서울미술대전, 광주디자인비엔날레, 베이징국제도서전 등 다수의 단체전에도 참여했다. <한겨레> 공모 제호 디자인 국민공모 우수상, 한국출판인회의 올해의 출판디자이너상 등을 수상했고, 한글문화 발전에 기여한 것 등을 인정받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 대한민국디자인대상, 은탑산업훈장 등을 받았다.
'글씨에 미친 글씨 연구가'인 강병인 작가는 한글의 뜻과 글꼴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살리는 캘리그래피로 주목받아왔다. "서예와 디자인을 접목한 현대한글서예를 통해 한글의 독특한 조형성과 예술성을 찾고 알려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자신의 명함에 '한글의 아름다움이/온 세상에 피어나는 그날까지/나의 붓은/춤추리라'라는 글을 새길 정도로 한글에 애정을 보여왔다. 스스로를 '멋글씨가' 혹은 '글씨연구가'라고 부른다.
저서(글씨 포함)로는 <글꽃 하나 피었네-강병인의 캘리그래피 이야기>, <The Typography>, <옛 공부벌레들의 좌우명-고전 속 지식인들의 마음 지키기>, <글씨 하나 피었네>, <한글꽃이 피었습니다>, <오롯 한 글>, <꽃 지는 저녁-정호승 시를 강병인 쓰다>,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문정희 시를 강병인 쓰다>, <나의 독립-독립운동가의 시와 말씀을 글씨로 보다>, <글씨의 힘-브랜드를 키우는 글씨의 비밀>, <서로가 꽃-강병인 글씨로 보는 나태주 대표 시선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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