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폭발설? 물리학자 김상욱 "한국 피해, 이것에 달렸다"

이준목 2025. 4. 8.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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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지구별 잡학사전: 지중해>

[이준목 기자]

▲ 알쓸별잡 알쓸별잡
ⓒ tvN
"지금 우리 사회가 힘든 것은, 누군가 한 명이 실수하고 넘어지면 다시 일어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손가락질 받는 그 사람이 없어지면 그 세상은 과연 행복해질까? <말레나>의 사연을 통해 어떻게 우리는 '비참이 자비를 만드는 순간'을 만들어낼수 있을까를 함께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7일 방송된 tvN 인문학 예능<알쓸별잡-지중해>에서는 시칠리아 여행기를 둘러싼 잡학박사들의 다채로운 지적 수다가 펼쳐졌다.

시칠리아는 이탈리아 남부에 위치하며 지중해 최대의 섬으로 불린다. 역사와 문화적으로도 엄청난 서사를 간직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인간은 지구의 주인 아닌 세입자"

시칠리아 동부에 위치한 에트나산은 해발 330미터에 이르는 유럽 최고의 활화산으로 꼽힌다. 1669년는 대규모 화산 폭발이 일어나 인근 지역 대부분이 폐허가 되기도 했다. 최근에도 에트나를 비롯해 화산 폭발은 세계 곳곳에서 종종 일어나고 있으며, 특히 현대 들어 먼 곳까지 영향을 미치는 '화산쇄설류(화산의 폭발로 인해 화산 가스, 화산재, 연기, 암석 등이 뒤섞인 구름이 고속으로 분출되는 현상)의 위험성이 알려지며 경각심을 자아내고 있다.

한반도도 몇 년 전부터 '백두산 100년 주기 폭발설'이 꾸준히 제기되며 주목받고 있다. 백두산은 기록에 따르면 1573년, 1673년, 1702년 등 한 세기마다 주기적으로 꾸준히 폭발했던 전례가 있으며, 가장 최근의 분화 기록은 1925년으로 올해가 정확히 100년이 되는 해다.

물리학자 김상욱은 백두산 폭발시 한국이 입을 피해는 '바람 방향'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백두산에서 서울까지의 거리는 약 500Km다. 한국은 편서풍대에 속해 있어서 바람이 서쪽으로 불 경우 백두산 분화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은 낮다고.

또 하나의 변수는 용암이 분출하면서 백두산 천지의 물과 결합해 발생할 수 있는 2차 피해다. 백두산 천지의 수량은 약 20억 톤 이상으로 추정되며, 용암이 분출할 경우 800도가 넘는 고열의 수증기가 발생하면서 대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대 과학으로는 화산의 정확한 폭발 시점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전조 증상 관찰 이후 대피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하지만 화산 폭발이 인류에게 주는 혜택과 교훈도 있다. 인명피해만 발생하지 않는다면, 화산 폭발은 땅속에 있는 미네랄 등 좋은 양분을 퍼뜨리는 역할도 하기도 한다. MC 윤종신은 "인간이 절대 지구를 지배하며 사는 게 아니라 조마조마하면서 살고 있는 것 같다고"는 말했다. 물리학자 김상욱은 "인간은 지구의 주인이 아니라 세입자일뿐"라고 정의하며 거대한 자연의 힘 앞에서 인간이 겸손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시칠리아인들은 에트나 화산을 '마마 에트나(Mama Etna)라고 친근하게 부른다. 시칠리아인은 화산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여기기보다는, 이 땅 위에서 더불어 함께 교감하고 기도하고 농사를 지어가면서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 하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었다.

'마피아'를 둘러싼 오해들

<파우스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등을 집필한 독일의 대문호 괴테는 이탈리아 전역을 여행하며 <이탈리아 기행>을 집필했다. 특히 "시칠리아를 빼면 이탈리아의 영혼은 빈거나 마찬가지"라고 할만큼 시칠리아에 깊은 애정을 표현한 것으로 유명하다.

다재다능했던 괴테는 시칠리아 여행을 하면서 문학적-과학적 영감을 얻었고, 훗날 빛과 색을 연구한 <색채론>, 식물을 연구한 <식물변형론>등의 저작을 배출하는 토대가 됐다. 괴테의 여정을 체험한 안희연 시인은 "괴테를 통해 여행이 한 사람의 인생에 얼마나 많은 씨앗이 되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평했다.

시칠리아에는 지중해와 에트나 화산이 한눈에 보이는 높은 언덕에 위치한 타오르미나 고대 그리스 원형극장(Greek - Roman theatre 혹은 Teatro Antico Di Taormina)이 있다. 유현준은 건축가의 관점에서 "그 지역에서 가장 좋은 데 지어진 건축이 뭔지 보면 그 사회가 어떤 사회인지 알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 지역에서 가장 높은 곳에 건물을 짓는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노동력과 자본의 투입을 의미하고, 그것은 '강력한 권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리스 아테네에서는 신전(종교)이, 로마의 팔라티오 언덕에서는 왕궁(황제)이 지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했다. 반면 시칠리아에서는 시민을 위한 극장이 가장 높은 곳에 자리잡았다는 것은, 당시 사회가 그만큼 '민주인 시민중심 사회'였다는 증거로 해석될수 있다.

한편 시칠리아의 어두운 일면을 보여주는 상징으로는 이탈리아 최대의 범죄조직인 '마피아'가 있다. 시칠리아에서 기원한 마피아는 오늘날 마약·도박 등으로 인해 국제적인 범죄조직을 형성했다.

마피아(Mafia)의 어원으로는, 과거 이 지역을 통치했던 아랍세력, 혹은 피난처로 쓰인 동굴의 이름에서 유래했다는 등 여러 가지 가설이 존재한다. 시칠리아는 약 2800여 년의 역사동안 10개 이상의 세력들이 거쳐간 파란만장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핍박과 고난의 세월을 겪은 시칠리아인들에게 가장 중요했던 가치는, 국가도 민족도 이념도 아닌 바로 자신과 가족(패밀리)를 지켜야한다는 '생존'이었다.

시칠리아인들은 문제가 생기는 경우, 지배층이나 공적인 제도에 호소해서 해결하기보다는, 내 가족과 가까운 사람, 힘을 지닌 사람에게 의지했다. 마피아를 소재로 한 전설적인 영화 <대부>의 한 장면처럼, 강력한 힘과 권위를 가진 대부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시칠리아인들에게는 중요한 생존 방식의 하나였다.

<대부>는 영화로 인해 마피아의 상징처럼 잘못 알려졌지만, 사실 본래 의미는 가톨릭에서 '영적인 아버지'를 상징하는 종교적 표현이었다. 이 때문에 종교계에서는 영화를 통해 마피아와 가톨릭이 밀접하게 연관된 것처럼 그려진 데 불편한 심기를 밝히기도 했다. 마피아가 멋진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대부>같은 헐리우드 영화들, <빈센조>같은 한국 드라마에서는, 마피아를 마치 대단한 의적이자 다크히어로라도 되는 것처럼 무분별하게 미화한 경우도 많다.

하지만 현실의 마피아는 세계적으로도 손꼽힐만큼 잔인하고 악명높은 범죄 집단에 불과하다. 마피아는 역사적으로 자신들을 수사하는 검사를 살해하고 폭탄테러를 일으키거나, 심지어 세살짜리 소년이었던 니콜라 코코를 잔혹하게 살해하는 짓도 서슴치않았다. 먼 과거가 아니라 최근 몇 년 전까지도 실제로 일어났던 현실이다. 2014년 프란치스코 바티칸 교황은 마피아의 ' 아이 살해사건'이 벌어진 이후 "마피아는 이제 주님의 공동체 일원이 아니다. 마피아는 공식적으로 파문됐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비참이 자비를 만들어내는 순간

이탈리아의 톱배우 모니카 벨루치가 주연을 맡은 <말레나> 역시 시칠리아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2차대전과 무솔리니 파시스트 정권 당시, 한 순수한 여인이 아름다운 미모 때문에 비정한 세상에 의해 오해받고 수난을 당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본성과 전체주의에 대한 비판을 담은 작품이다. 남자들이 건네는 담뱃불에 둘러싼 말레나(모니카 벨루치)의 복잡한 표정을 담은 장면이 특히 유명하다.

<말레나>가 극중에서 군중들에게 마녀사냥을 당하는 장면은, 성경의 요한복음에서 '간음하다 걸려서 잡혀온 여인'의 이야기를 변주했다. 성경에서는 청년 예수가 성난 군중들 앞에서 "너희들 중에 누구든지 죄없는 사람이 있다면 먼저 저 여자를 돌로 치라'고 하자 부끄러움을 느낀 사람들은 물러간다.

하지만 영화에서 말레나는 누구의 도움도 받지못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가장 비참한 순간을 겪는다. 불쌍한 여인 한 명을 통해 대중들이 자신의 잘못을 투사하면서 정작 나는 깨끗하다는 합리화를 일삼는 인간의 잔인성을 부각시킨 장면이다.

현실의 말레나와 비슷한 사례로, 1960년대 시칠리아 출신의 여성 프랑카 비올라가 있다. 그녀는 성폭행 피해자였음에도 순결을 잃었다는 이유로 가해자와의 '재활 결혼'을 요구하는 시칠리아의 악습을 최초로 거부하며 끝까지 저항했다. 당시만 해도 비올라는 수많은 비난과 협박에 시달렸지만 훗날에는 용기있는 행동으로 사회를 바꾼 '시칠리아의 여성 영웅'으로 재평가받기에 이른다.

오늘날에는 온라인과 SNS의 등장으로 사회 공간과 익명성은 무한대로 확장되고, 타인에게 함부로 돌을 던지기는 쉬워졌다. 사람들은 서로 누군지 모르기에 타인에게만 더 높아지는 도덕적 잣대를 요구한다. 나는 누군가에게 돌을 던지지만 익명성을 방패막이로 삼아 나에게는 그에 대한 잘못과 책임을 지지 않아도 상관없는 세상이 돼버렸다.

성인 아우구스티스는 예수가 간음한 여인을 용서했던 일화를 두고 "M(Miseria, 비참)이 M(Misericordia, 자비)를 만나는 순간"이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법학박사인 한동일 교수는 성경과 <말레나>의 사례를 대비하며, 관용과 자비가 없어지고 남의 잘못만 비난하는 사회 세태를 꼬집었다.

한동일은 "예수가 사람들이 모두 떠나고 난 후 여자의 손을 잡아 일으키며 '다시는 죄짓지 말라'는 이야기는 어쩌면 '다시는 실패하지 말라'는 격려가 아니었을까"라고 해석했다. 예수가 그녀와 끝까지 눈을 마주치지 않은 것은, 어쩌면 상대를 위해 선택한 가장 작은 배려였다.

지금 우리 시대에는 말레나처럼 어려운 상황에 처한 누군가를 대할 때 '우리의 시선'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드는 일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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