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더 때린 관세…미국 내 “중국과 협력강화 판 깔아줘”

김원 2025. 4. 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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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발등 찍는 트럼프 관세


7일(현지시간) 중국의 한 공장 직원들이 미국 수출용 모자를 생산하고 있다. 미·중 관세 분쟁으로 이날 아시아 증시는 폭락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일본과 동남아 주요국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국 내에서 이들 국가의 ‘친중(親中)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급망을 중국이 아닌 미국 중심으로 구축하겠다는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전략이 오히려 ‘제 발등 찍기’가 되고 있다.

7일 백악관에 따르면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이 베트남(46%)·태국(32%)·인도네시아(32%) 등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국에 매긴 상호관세율은 평균 33%에 이른다. 한국(25%)·일본(24%)·중국(34%)·대만(32%) 등 동북아 4개국에도 평균 28.8% 관세를 부과했다. 유럽연합(EU·20%)보다 높고, 브라질·아르헨티나·칠레(각각 10%) 등 중남미 국가와 차이도 크다. 동아시아 국가에 고율 관세가 부과된 것은 무역흑자가 많을수록 높게 책정되는 상호관세 계산식 탓이다.

베트남·태국 등이 속한 아세안은 ‘세계의 공장’이라 불릴 정도로 각국 기업의 제조시설이 밀집해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스마트폰 40~50%를 베트남에서 제조하며, 애플·인텔·나이키 등 미국 주요 기업도 아세안에 생산 거점을 두고 있다. 트럼프 관세로 큰 타격을 입게 된 이들 국가가 미국 의존을 줄이고 중국과 협력을 강화할 것이란 전망이 잇달아 나온다.

브라이언 샤츠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하와이)은 지난 4일 상원 본회의장에서 “중국·일본·한국이 최근 트럼프에 대응하기 위해 자유무역에 대해 함께 논의했는데, 나에게는 가장 충격적인 장면”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서울에서 열린 한·중·일 경제통상장관회의를 언급한 것이다.

2019년 이후 6년 만에 열린 통상장관회의에서 한·중·일은 자유무역협정(FTA) 재추진 등을 위해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팀 케인 민주당 상원의원(버지니아)도 “일본과 한국은 우리가 가진 아시아에서, 아니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동맹국”이라며 “그런데 트럼프의 관세는 일본과 한국을 중국의 품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건 정말 어리석은 일”이라고 비판했다.

미 언론도 비슷한 우려를 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6일 ‘미국 관세가 시진핑의 날을 만들었다’는 제하의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묶어놨던 ‘경제 블록’의 끈을 끊어버렸다”고 분석했다. 미국 정치매체 악시오스는 7일 브루킹스의 중국 전문가인 패트리샤 킴의 말을 인용해 “관세 충격으로 인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미국 파트너들은 경제적으로 미국으로부터 벗어나야 할 시급한 필요성을 느낀다”며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고, 또 중국을 바라볼 것”이라고 전했다.

기업계에서도 ‘친중’ 움직임은 빨라지고 있다. 지난달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발전고위급포럼(CDF)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크리스티아누 아몽 퀄컴 CEO 등 글로벌 기업 CEO 87명이 참석했다. 아세안도 관세 문제에 대해 중국을 포함한 동북아 국가와 공동 대응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트럼프 정부와 관세 협상을 앞둔 한국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이 한국과 일본 등 우방국을 (당연히 미국의 입장에 동조하는) 하나의 상수로 보는 시각이 있었다”면서 “한국이 먼저 중국과 협력 확대를 모색할 필요는 없지만, 한·중·일 경제통상장관회의처럼 협력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은 미국과 협상에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세종=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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