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특위 핵심 의제는 ‘자동조정장치’…재정안정성·지속가능성 담보해야”
“지속가능한 연금 위해선 자동조정장치 반드시 필수…OECD 38개국 중 24개국이 가입”
“다음 스텝은 다층 노후보장체계 구축…‘퇴직연금 의무화’하면 소득대체율 50% 넘어”
“정년연장 논의는 특위 의제랑 안 맞아…연금특위 최종 목표는 국민 전원 가입 유인”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이번 연금개혁안 합의는 '개혁'이 아닌 '모수조정'에 불과하다. 개혁이라 부르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미래세대의 부담을 분담하고 청년들이 동의하는 개혁을 일관되게 말씀드렸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지금도 청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 그나마 연금 기금 고갈 시점을 늦춰주면 시간은 버는 만큼 차라리 안 하는 것보단 낫다는 마음에서 결단을 내렸다."
18년 만에 여야가 대화를 통해 '연금개혁'의 시계를 돌린 가운데, 중간에서 핵심 가교 역할을 맡았던 보건복지위원회 국민의힘 간사 김미애 의원은 4월3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처럼 말하며 그간의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앞서 3월20일 개혁안이 통과됐을 때도 합의 처리 성과에 대한 강조 대신 청년 세대를 향해 "죄송하다"고 사과를 전했다. 그렇다면 김 의원이 추구하는 바람직한 연금개혁 방향과 구상안은 무엇일까.
김 의원은 연금개혁의 방향으로 '재정안정성'과 '지속가능성' 담보에 재차 방점을 찍었다. 그러면서 국회 연금특위 국민의힘 간사로서 모든 의제를 열어놓고 특위에서 논의해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논의 의제 중 하나로 '다층 노후보장 연금체제 구축'을 내세웠다. 그는 "국민연금만으로는 노후 대비가 불가능하다"며 '퇴직연금을 의무화'하면 국민들이 받는 돈인 소득대체율이 50%를 넘길 수 있다고 자신했다.
또 ▲재정 안전화를 위한 자동안전장치 도입 ▲연금제도 수익률 제고 ▲연금 사각지대 해소 ▲크레딧 지원 시점 등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 측에서 내세우는 '정년 연장'은 청년층 일자리 문제와 연관되는 만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 이번 논의 주제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만큼 해당 의제는 특위와 별개로 초저출산‧초고령화 문제 해결 차원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 김 의원의 입장이다.
이번 연금개혁 합의에 대해 전반적으로 평가한다면.
"이번 합의는 개혁이라 할 수 없다. 당초 연금개혁의 취지는 노후소득 보장이 아닌 재정 안전성과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였다. 노후소득 보장이 목표였다면 국민연금뿐 아닌 다양한 노후소득 보장 수단에 대한 개혁이 수반돼야 했다. 이번엔 국민연금의 가장 큰 문제인 2055년 고갈 우려를 해소하겠다고 개혁을 시작했다면 그 문제에만 초점을 맞춰야 했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 때 연금개혁을 통해 2028년 40%로 내려갈 소득대체율을 오히려 인상한 것은 개혁에 역행하는 셈이다."
보험료율을 인상한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는가.
"그간 정부에서 인기 하락과 저항 우려에 손을 대지 못한 부분을 4%포인트나 올린 것은 바람직한 개혁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소득대체율까지 덩달아 올렸기 때문에 그 효과도 반감된 셈이다. 개혁의 본 취지인 지속가능성을 위해선 보험료율을 수지균형에 맞게 19.8%까지 올려야 한다. 그런데 이 수준에 한참 못 미치게 4%포인트만 올려 13%에 맞췄다."
청년층에선 세대별로 손익차가 크다며 반발이 나오고 있다.
"보험료를 납부할 시점에 소득대체율도 같이 적용되기 때문에 어느 특정 세대의 유불리를 판단하는 것은 맞지 않다. 하지만 2030을 비롯한 미래 세대는 충분히 반발할 수는 있다. 이번에는 기금 고갈 시점만 늦췄을 뿐, 운영 수익률이 계속 5.5% 상태라면 그다음에는 결국 미래세대 부담이 된다. 그러니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라는 요구할 수 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지금부터라도 미래 세대에 부담을 떠넘겨선 안 된다. 그 부담을 현 세대도 나눠가져서 연금 기금이 고갈되지 않게 설계해야 한다. 물론 국가 지급 보장을 명문화했지만 혹여 나중에 연금 기금이 없어지고 국가 형편도 나빠져서 재원이 부족해지면 미래 세대는 계속 불안할 수밖에 없다. 단순히 기금 고갈 시점을 몇 년 늦추는 차원으로는 개혁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그래서 자동조정장치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민주당은 자동조정장치를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건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자동조정장치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8개국 중 24개국이 도입한 상태다. 민주당은 국회에서 이례적으로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젊은 의원들이 기자회견 한 내용을 새겨들어야 한다. 하지만 민주당의 특위 위원 구성을 보니 전혀 그들의 목소리에 공감하지 않는 분들만 채워 놓아서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 최소한 특위 관련 외부 민간 자문위원이나 공론화위원회 외부위원 만큼은 2030 과반 이상이 참여하도록 요구할 방침이다."
이번 여야 간 합의 과정에서의 막전막후도 궁금하다.
"핵심 쟁점은 소득대체율과 자동조정장치였다. 당초 민주당 발의안에는 '소득대체율 50%' 인상안까지 포함돼있었다. 자동조정장치에 대한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의 입장도 일관되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우리 당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오히려 소득대체율 44%를 받더라도 자동조정장치는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만약 안 받겠다고 하면 소득대체율이라도 40%에서 인상해선 안 된다. 어렵게 40%까지 온 것을 후퇴시켜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협상은 역시 쉽지 않았다. 민주당은 소득대체율보다 자동조정장치 거부를 더 강하게 주장했다. 그래서 결국 우리 쪽에서 소득대체율을 43%까지 깎는 안으로 조율하게 됐다."
당내에선 박수영 의원을 비롯한 당 연금특위 위원들이 전원 사퇴하면서까지 반발했다.
"특위 위원들도 개혁이 아닌 개악이라 했고, 저도 공감한다. 하지만 우리 소수당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민주당이 독단적으로 처리하게 내버려 둘 수도 없지 않나. 민주당하고 협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서 저도 여러 고민을 했다. 하지만 멈춰있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나아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나마 연금 기금 고갈 시점을 늦춰주면 시간은 벌 수 있지 않나. 차라리 안 하는 것보단 그렇게라도 하자는 마음에서 결단을 내렸다."
여야 간 가교 역할을 하면서 고충도 많았을 것 같다.
"특히 민주당은 지도부 차원에서 결론내야 할 부분을 복지위 소위원회를 열어서 심사하라고 압박하는 등 크고 작은 다툼이 많았다. 물론 여러 곳에서 비판은 받았지만 정작 누군가는 그 역할을 맡아서 해야 했다."
당에선 구조개혁 로드맵을 어떻게 구상하고 있나.
"핵심은 '다층 노후소득 보장체계 체계' 구축과 '재정안정화 조치'다. 후자를 위해선 물가 변동률에서 가입자 증감과 기대여명 증감에 따라 연금액을 조정하는 '자동안전장치' 도입이 적극 논의돼야 한다. 낸 보험료보다 많이 받을 수 있도록 인상률의 하한선(0.31%)을 설정하면 전년도 연금액보다는 인상되도록 설계할 수 있다. 또 3040 의원들이 주장한 연금 소득세 등 어떤 의제도 제한 없이 열어둘 생각이다."
다층 연금제도 체계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손봐야 한다고 보는가.
"국민연금 수익만으로 노후소득 보장은 불가능하다. 국민연금, 기초연금, 개인연금, 퇴직연금 등 다층 노후소득보장 체계를 두텁게 구축해야 한다. 이중 퇴직연금만 의무화해도 노후소득 보장을 위한 소득대체율이 43%가 아니라 50%를 넘게 된다. 미래세대들이 왜 노후 소득 보장을 국민연금으로만 해결하려 하냐고 지적하고 있지 않나. 또 이것만 가지고 노후 소득을 보장하겠다고 해서도 안 된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알려야 하고 국민들도 본인의 노후 대비를 다층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맞다. 이런 다각적 부분을 검토하고 논의해야 한다."
민주당에선 '정년연장'도 특위에서 함께 연계시켜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물론 의무납입 연령(59세)과 정년 연장이 맞물려 있는 사안은 맞다. 하지만 정년연장은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이번 특위 논의 주제로는 맞지 않다고 본다. 정년 연장을 하면 결국 청년층 취업의 문이 좁아질 수 있지 않나. 너무 특위 논의 범위를 확대하는 대신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특위와는 별개로 '퇴직 후 재고용' 등은 초저출산‧초고령화 문제 해소를 위해 끊임없이 논의해야 한다고 본다. 결국 연금 고갈이나 지속 가능성 문제도 초저출산‧초고령화 문제로 인해 대두됐지 않나. 출산율이 계속 일정했다면 보험료 납부자는 변동이 없는 만큼 자동조정장치도 필요 없어진다. 하지만 보험료를 내는 사람은 줄어들고 연금 수급자는 늘어나기 때문에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 필요한 장치다."
이외에도 어떤 의제들을 특위 차원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보는가.
"연금 수익률 제고와 연금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논의는 물론, 크레딧의 지원 시점을 지금부터 적용할지 사후 수급 시 적용할지 여부도 함께 논의할 것이다. 해당 논의 내용들은 정쟁의 소재가 되지 않도록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최종적으로 연금에 대한 반감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올바른 개혁을 통해 국민들이 모두 가입하도록 유인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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