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가 던진 돌 [김선걸 칼럼]

김선걸 매경이코노미 기자(sungirl@mk.co.kr) 2025. 4. 6.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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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에 개봉한 ‘프리티 우먼’은 돈 많은 사업가(리차드 기어)와 ‘거리의 여자(줄리아 로버츠)’의 로맨스 영화다. 영화 중 로데오 거리 고급 매장에서 무시당하는 줄리아 로버츠를 데려가 싹쓸이 쇼핑을 하자 직원들이 굽신거리는 대목이 있다. ‘돈의 힘’을 보여준다. 여기서 리차드 기어의 직업이 사모펀드 대표다. 당시는 사모펀드(PE)라는 말이 잘 쓰이지 않던 시대지만 리차드 기어는 직업이 뭐냐는 질문에 “어려운 기업을 사들여 부문별로 잘라 팔아서 돈을 번다”고 말한다. 바이아웃(Buyout)을 설명한 셈이다.

그때부터 이런 직업은 돈을 많이 벌었던 모양이다.

‘홈플러스 사태’로 MBK파트너스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나 ‘토종 대표 펀드’란 수식어가 붙던 곳이다. MBK는 홈플러스의 기습적인 기업회생절차 신청으로 납품 업체와 투자자에게 큰 피해를 초래했다. 홈플러스 인수 후 핵심 자산 매각으로 경쟁력을 떨어뜨렸다는 비판도 받는다.

김병주 회장은 사재출연을 약속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피해자들의 분노를 진정시킬지는 미지수다.

MBK 창업자들의 비전과 열정을 젊은 시절부터 지켜봤던 사람으로서 안타깝다. 그러나 MBK는 이미 수년 전부터 이런 사태의 전조를 보여왔다.

MBK는 급격한 성장으로 조직이 관료화되고, 검증되지 않은 대리인들이 투자자, 관, 언론과 접촉했다. 도전하는 MBK의 이미지는 ‘오만한 포식자’로 바뀐 지 오래다. 한 사모펀드 관계자는 “업계 내외에 MBK 편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김광일 부회장이 대당 수억원에 달하는 슈퍼카 수십 대를 소유했다든가, 우군이었던 신영증권 등 4개 증권사가 홈플러스 경영진을 단박에 고소한 것으로 봐도 그들이 어떻게 행동했는지 짐작이 된다. 고통받는 고객이나 업체 앞에서, 돈을 물 쓰듯 쓰고 교만하게 행동하면 평가가 좋을 수가 없다.

문제는 이번 MBK 사태로 사모펀드 업계 전체가 위기에 봉착했다는 점이다. 지난 2000년대 초 먹튀 논란이 일었던 론스타 사태 이후, 사모펀드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절정에 오른 시기다. ‘약탈자본’ ‘먹튀’ 같은 단어가 심심찮게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역대 최초로 사모펀드에 대한 검사에 나섰다. 검사란 감독기관이 직접 회사를 찾아가 업무를 들여다보고 임직원 면담도 하는 조치다.

은행처럼 입출금 업무가 있는 곳도 아닌데 이런 조치는 이례적이다.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발전했다는 한국 사모펀드 산업이 후퇴할까 걱정된다.

금융업에서 신뢰란 업의 본질에 가깝다. 사모펀드 업계는 그 ‘신뢰’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사모펀드는 국가로서도 중요한 ‘전략 산업’이다.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과 구조조정을 통해 산업의 메기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인수합병 활성화와 한국 자본의 해외 진출에도 한몫을 한다. 그래서 사모펀드를 키워왔다. 그런데 한방에 신뢰가 흔들렸다.

몇 년 전부터 한국 대기업들이 MBK를 기피하기 시작했다. 한국을 기반으로 성장한 펀드가 한국 기업들을 적으로 돌렸다. 이 사실이 작금의 홈플러스 사태와 무관할까. ‘페라리 수십 대’류의 MBK 관련 정보가 떠돈다. 어디서 나왔을까 생각해보라.

‘토종펀드 대표’라는 수식어가 붙던 MBK다. 과연 돈 번 만큼 한국 사회에 기여하고 기업을 파트너로 존중했었나. 사모펀드는 수년간 엄청난 성장을 했다. 영화 주인공처럼 사는 이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사회와 괴리됐다는 느낌이 든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MBK뿐 아니라 다른 펀드도.

[주간국장 kim.seonkeol@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4호 (2025.04.09~2025.04.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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