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간 금명이가 그추룩 외로웠던 속사정
[박솔희 기자]
(*이 기사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화제의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마지막 화까지 공개됐다. 전 국민, 아니 세계인이 드라마의 매력에 '폭싹'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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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
| ⓒ 넷플릭스 |
주연 아이유(극 중 애순)와 박보검(극 중 관식)의 환상 케미와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연출의 짜임새 등 드라마의 매력은 차고 넘친다. 그 중에서도 이주 10년차 제주도민인 내 눈에 띈 포인트 세가지를 뽑아봤다.
고치 살고 고치 죽는 해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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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 스틸 |
| ⓒ 넷플릭스 |
물론 자기가 고생해 잡은 걸 나눠주기 싫은 이도 있을 것이다. 실제 드라마 속 애순이의 엄마 광례(염혜란 분)가 그랬다. 광례는 가진 재산도 없이 가난하고, 남편도 일하기 싫어하는 한량이라서 기댈 것은 제 몸뚱아리 하나다.
다른 해녀들이 물에서 나와 쉴 때도 광례는 전복 하나라도 더 따기 위해 찬 바닷물에 몸을 담근다. 그렇게 힘들게 따온 전복을, 아픈 선배 해녀인 한림할망에게 나눠주려니 성질이 나는 것이다. 광례는 소리친다.
"내가 거기(선배 해녀) 멕이자고 내 목숨 내놓고 맨날 저 저승길을 들어가? 내가 내 새끼 멕이자고 내 숨 팔어 살지, 남의 할망 멕이자고 점복(전복)을 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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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써 따온 전복을 나누지 않으려는 광례 |
| ⓒ 넷플릭스 화면 갈무리 |
"느만 약아서(너만 약았어)? 느 물질 누구한테 배완? 그 자식덜 누구 덕에 멕여 살려?"
어떻게 보면 이런 조냥 정신 덕분에 해녀들이 무리하지 않고 물질을 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많이 따든 적게 따든 어차피 공동의 몫이 있으니 적당히 물에서 나올 수 있다. 무리해서 물질을 하다가는 바닷속에서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 있고, 무서운 잠수병에 걸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해녀들의 세계에서는 다른 해녀들과 보조를 잘 맞춰야지, 혼자만 열심히 일한다고 칭찬 받지 못한다. 드라마에서 광례 또한 "욕심이 잠녀 잡는다", "잠녀가 물 낯설어 죽냐, 욕심에 죽지"라는 다른 해녀들의 잔소리를 듣는다.
그럼에도 제 몸을 아끼지 않고 무리해서 물질을 하다가, 광례는 결국 잠수병에 걸려 스물아홉 일찍 목숨을 잃는다.
밥 각자 떠먹는 '낭푼밥상'
제주에서 남자들은 주로 어업에 종사했다. 배를 타고 멀리 나가 있거나, 조업 중에 풍랑을 만나면 다치거나 죽기도 했다. 일을 나가지 않는 기간에는 애순의 새아버지처럼 한량처럼 지내는 경우가 많았다. 사정이 이러니 일상에서는 여자들이 경제 활동을 하는 것이 필수였다.
해녀들만 해도, 물질만 하지는 않았다. 어린 애순이 고사리손으로 양배추밭을 일군 것처럼, 해녀들 또한 틈틈이 우영팟(텃밭)에서 농사도 지어야 먹고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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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순이네 집에서 먹던 '낭푼밥상'의 모습 |
| ⓒ 넷플릭스 화면 갈무리 |
제주 어촌계장의 파워, 어느 정도냐면
성인이 된 애순은 '학씨' 부상길과 어촌계장 자리를 놓고 겨룬다. 어촌계장 시절 부상길은 위세가 대단했다. 어촌계장 선거 기간이 되자 계원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선물을 돌리는 등, 계장 자리를 지키기 위해 애쓰기도 한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제주의 바닷가 마을에서는 어촌계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어촌계에 속하지 못하면 물질도, 조업도 할 수가 없다. 실제로 요즘 제주에서는 해녀학교를 통해 젊은 해녀들이 꽤 양성되고 있지만, 어촌계에 가입하지 못해 정식 해녀로는 활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물질을 할 줄 알더라도 직업으로서의 해녀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우스운 것은, 드라마에도 볼 수 있듯 해안가 궂은일은 여자들이 도맡아 하지만 어촌계장은 대부분 남자가 차지했다는 상황이다. 실제 십여 년 전 육지에서 제주에 살기위해 왔던 내 가까운 지인은, 물질을 배워서 해녀가 되고자 했다가 어촌계 반대로 포기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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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 스틸컷 |
| ⓒ 넷플릭스 |
이장이 되면, 마을 운영과 관련해 이런 저런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고 명예도 얻는다. 마음먹기에 따라 잇속을 챙길 수 있는 자리인 것도 사실이다. 어촌계장 혹은 이장의 슈퍼파워는 어촌계, 마을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제주 사회 공동체성의 명암을 엿보게 한다.
현대인이 잃어버린 공동체에 대한 향수
서로 돌보고 지탱해 주는 공동체 문화는 어려운 시절을 극복하게 도와준 힘이지만, 때로 집단주의로 개인을 억압하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오늘날에는 오히려 개인주의가 만연하고 공동체가 파괴된 곳이 많다. 아파트에 살면 당장 옆집 윗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하지만 드라마는 결국 공동체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힘들게 물질해 온 전복을 나누기 싫어하던 광례였지만, 해녀 이모들은 끝까지 애순을 '광례 똘(딸)'이라고 부르며 유년기 어린 시절부터 아이 낳고 엄마가 된 뒤까지 평생 그를 곁에서 챙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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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순과 관식의 삶을 그린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
| ⓒ 넷플릭스 |
삶이 시디신 귤을 건네더라도, 이를 달콤한 귤차로 만들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올까. <폭싹 속았수다>는 그 비결이 힘들 때 서로 돕고 의지할 수 있는 '공동체'라고 말하는 듯하다.
공교롭게도 이 글을 쓰는 시점이 제주 4.3 추념일이다. 4부가 공개되고 일주일 뒤가 4.3인 건 우연이었을까? 아마도 아닐 것 같다. 드라마에 '폭싹' 빠졌던 우리 모두가 어떤 방식으로든 제주 4.3을 기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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