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포진 백신, 치매 예방한다는 강력한 증거 나왔다?
대상포진 백신이 치매 발병 위험을 줄여준다는 새로운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2일(현지시간) 《네이처》에 발표된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한 내용이다.
스탠퍼드대 의대의 파스칼 겔드세처 교수(공중보건학)가 이끄는 연구진은 2013년 9월 영국 웨일즈에서 대상포진 백신이 출시된 이후 치매가 없던 71세~88세 약 28만 명의 건강 기록을 추적했다. 그 결과, 대상포진 백신을 접종한 사람은 접종하지 않은 사람들보다 7년 후 치매에 걸릴 확률이 20% 낮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바이러스 감염이 뇌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를 예방하면 인지 기능 저하를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를 제공한다. 영국 옥스퍼드대 폴 해리슨 교수(정신과)는 "현재로서는 치매 발병을 늦추는 다른 방법이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치매 위험을 20% 줄인다면 공중 보건 맥락에서 이는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보호 효과가 7년 이상 지속될 수 있는지 여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효과적인 치료법이나 예방법이 거의 없기 때문에 대상포진 백신은 "우리가 알고 있는 치매에 대한 가장 강력한 잠재적 보호 효과"가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해리슨 교수는 지적했다.
대상포진은 수두를 유발하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수십 년 동안 신경 세포에 잠복해 있다가 사람들이 나이가 들고 면역 체계가 약해지면 바이러스가 재활성화 해 발생한다. 심한 통증과 감각이상을 동반한 붉은 반점이 신경을 따라 나타난 후 여러 개의 물집이 생긴다. 보통 2주 후 증상이 완화되지만 이때 유발된 신경통은 만성적이고 장애가 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약 3명 중 1명이 평생 동안 적어도 한 건 이상의 대상포진에 걸리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접종 자격을 갖춘 성인의 약 3분의 1이 대상포진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고 한다.
대상포진 예방 접종이 치매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종전 연구는 여럿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연구는 예방 접종을 받은 사람의 건강한 생활 방식과 식단, 또는 더 오랜 교육 기간과 같은 다른 치매 예방 특성을 가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새로운 연구는 이러한 요인들을 배제했다는 점에서 신뢰도가 훨씬 높다고 논문을 검토한 하버드대 의대의 아누팜 예나 교수는 밝혔다. 웨일즈는 2013년 9월 1일 대상포진 백신이 출시되자 해당 날짜에 79세 미만이면 백신 접종을 허용한 반면 80세 이상은 접종 대상에서 제외했다. 연구진은 이를 토대로 생일 차가 크게 나지 않는 연령군 간의 백신효과를 비교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그 차이를 더욱 줄이기 위해 백신 출시 일주일 전에 80세가 된 사람과 그 다음 주에 80세가 된 사람의 데이터를 더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또한 백신을 접종한 사람과 접종하지 않은 사람 사이의 가능한 차이점을 줄이기 위해 치매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진 거의 200개의 약물 처방기록을 포함한 의료기록까지 조사했다.
이 연구에는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무력화시킨 뒤 활용하는 생백신인 조스타박스가 포함됐다. 조스타박스는 대상포진에 대한 보호 기능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약화돼 미국과 일부 다른 국가에서는 접종이 중단됐다. 그보다는 바이러스의 단백질을 활용한 사백신인 싱그릭스가 더 효과적이고 지속력이 뛰어나다는 것이 입증됐다.
지난해 발표된 옥스퍼드대 해리슨 교수 연구진의 연구에 따르면 싱그릭스는 조스타박스보다 치매예방에 효과적이었다. 2017년 미국에서 조스타박스에서 싱그릭스로 전환된 또 다른 '자연 실험'에 따르면 싱그락스를 접종한 사람들이 조스타박스를 맞은 사람들보다 6년 간 치매 진단을 덜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상포진 백신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론이 있다. 겔드세처 교수는 백신이 대상포진을 예방함으로써 바이러스의 재활성화로 인한 신경 염증을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염증은 치매를 포함한 많은 만성 질환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며 "이러한 재활성화와 동반되는 염증을 줄이는 것이 치매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가능성은 백신이 면역 체계를 더 광범위하게 활성화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연구는 이러한 이론에 대한 몇 가지 증거도 제공한다. 남성보다 반응성 면역 체계가 더 강하고 백신 접종에 대한 항체 반응이 더 큰 여성이 남성보다 치매 예방 효과가 더 크다고 겔드세처 교수는 밝혔다. 또한 자가면역 질환과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치매 예방 효과도 더 컸다.
논문을 검토한 미국 콜로라도대 의대의 마리아 나겔 교수(신경학)는 두 이론 모두 설득력있다고 밝혔다. 싱그릭스 제조에 자문을 제공한 나겔 교수는 일부 연구에서 독감 예방 백신을 포함한 다른 백신이 일반화된 신경 보호 효과를 일으킨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신경에 숨어 있기 때문에 대상포진 백신이 특히 인지 장애에 대해 보호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는 치매의 유형을 구분하지 않았지만 "대상포진 백신의 효과가 다른 치매보다 알츠하이머병에서 훨씬 더 크다"는 종전 연구도 있었다. 최근 알츠하이머 및 기타 치매 및 백신에 대한 연구에 참여한 미국 듀크대의 스베틀라나 우크체바 교수(생물학)는 일부 알츠하이머병 사례가 면역력 저하와 관련이 있기 때문일 수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연구에 참여한 웨일스 인구는 대부분 백인이었지만 영국의 치매로 인한 사망 진단서를 분석한 결과 유사한 보호 효과를 시사했다고 겔드세처 박사는 밝혔다. 그의 연구진은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에서도 동일한 보호효과를 확인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5-08800-x)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hanguru@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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