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 정신 건강, 치매 예방에 집중… 우울·불안은 방치
서울 노원구에 사는 김모(71)씨는 2년 전까지 한 택시 회사에서 계약직 인사 담당자로 일하다 은퇴한 후 우울해졌다고 했다. 그는 “일할 때는 종종 택시 기사들과 모여 커피 타 먹는 재미라도 있었는데, 그만두고 나니 부쩍 외롭고 몸이 이곳저곳 아파왔다”며 “이렇게 10년 이상 더 산다고 생각하니 끔찍하다”고 했다.
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가별 연령 구조 차이를 제거한 ‘연령 표준화 자살률’은 우리나라가 인구 10만명당 24.8명(2023년 기준)으로 2위 리투아니아(17.1명)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1위다. OECD 평균은 10만명당 10.7명이다. 특히 우리나라 80세 이상은 10만명당 59.4명, 70대 39명 등 전 연령 가운데 노인 자살률이 가장 높다.
가족 해체, 배우자와 사별 등에 따른 외로움의 일상화가 노인 정신 질환 급증의 주된 이유다. 노인성 신체 질환과 겹치면 더 큰 어려움이 된다. 노인들은 코로나 시기 사회적 거리 두기 등 외부 활동 제한이 가장 심했던 연령층이다.
중앙 정신건강 복지사업 지원단장을 지낸 윤석준 고려대 보건대학원장은 “자살이 가장 많은 남자 노인 집단은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는 과정에서 여성들보다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이에 대응해 국가적 ‘노인 외로움 방지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노인 가운데 마음이 아파도 잘 모르고 참는 ‘그림자 환자’도 많다. 노인 500여 명의 정신건강 문제를 돕는 수원시 성인 정신건강 복지센터 관계자는 “정신건강에 대한 인식이 낮아 우울증을 앓는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그냥 참는다는 노인도 많다”고 했다.
노인 정신건강 관리 역량이 치매에 집중되다 보니, 우울증·불안 등은 사실상 방치된다는 지적도 있다. 홍창형 아주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치매라는 진단명이 있으면 치매 안심 센터를 이용할 수 있지만, 다른 진단명인 경우는 역차별을 받게 된다”며 “전국 치매 안심 센터를 ‘노인 정신건강 센터’로 바꾸고 치매, 노인성 우울증, 노인 자살, 화병, 수면 장애, 만성 신체 질환 관리 등의 업무로 확대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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