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교에서 주먹 자랑 말라는 이유, 이 사람 때문이었구나
한센인 르포소설을 쓰던 중 한센인들이 걸어왔던 길을 따라 걸으며 그들의 애환을 체험하고자 쓴 글입니다. 지난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벌교에서 고흥 녹동항까지 걸었습니다. <기자말>
[오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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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슴(담살이)이었던 안규홍 의병장 모습. |
| ⓒ 오문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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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가에 전시된 벌교꼬막 모형 |
| ⓒ 오문수 |
"마침 장터에서 나뭇짐을 지고 내려오다가 보니께, 일본 헌병들이 조선사람 장사꾼들을 발로 걷어차고, 짐짝들을 막 집어던져 불면서 횡포를 부리고 있었던 모양이여…
이걸 보고 못참은 안 대장이 지겟짐을 떡 받쳐놓고 쫒아 와서 그대로 주먹으로 대그빡 할 것 없이 몇 대 쳐분께, 그냥 쫙 뻗어불드라여…"
게시판에 등장하는 안대장이란 보성출신 의병장 안규홍(1879~1910)을 일컫는다. 안규홍은 보성의 양반 가문에서 태어났으나 가계가 궁핍하여 어린 나이에 머슴이 되었다.
소년티가 채 가시기도 전에 '담살이', 즉 꼬마 머슴 생활을 시작한 그는 1907년 담살이 동지들을 규합해 강성인이 이끄는 의병단과 합세해 보성 동소산에서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때문에 그가 이끄는 의병단을 '담살이 의병'이라고 불렀다.
1908년 4월에 의병장으로 추대되어 1909년 9월까지 파청, 진산, 원봉 전투 등에서 대원 450명을 이끌고 일본군과 싸워 큰 승리를 거뒀다. 1909년 9월 25일에 일본군에게 체포되어 이듬해에 교수형으로 순국하였고 1963년 건국훈장 독립장이 추서 되었다.
안규홍 의병장 동상을 쳐다보다가 요즈음 세태가 생각나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가난해 남의 집 머슴살이 하느라 글도 제대로 못 읽었다는 '담살이 의병장'은 국가와 어려운 사람들을 생각해 목숨 걸고 일본군과 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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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곡가 채동선 부조 모습. |
| ⓒ 오문수 |
대종교가 독립운동에 끼친 영향은 나철의 독립 외교활동과 오적 처단, 대종교 창건, 대한독립선언과 청산리대첩 등이다. 나철의 부조 옆에는 <고향><동백꽃><그리워>등을 작곡한 채동선의 부조가 세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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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09년 대종교를 세우고 무장항쟁 지도자 양성과 교육운동에 헌신한 애국자 나철 모습 |
| ⓒ 오문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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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백산맥>에 등장하는 '술도가'로 정하섭의 본가이다 |
| ⓒ 오문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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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정래 소설 <태백산맥> 속에서 남도여관으로 등장하는 보성여관 모습 |
| ⓒ 오문수 |
모텔에서 하룻밤을 자고 일어나 '원조꼬막정식' 식당에서 꼬막정식을 주문하자 주인은 "1인분은 안 된다"라고 한다. 하는 수 없어 국밥을 사 먹기 위해 전통시장에 갔더니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알고 보니 벌교 장날이었다.
자그마한 시골 전통시장이지만 없는 게 없었다. 주꾸미를 사려고 흥정하는 사람들 옆에 서서 보니 엄청 비싸다. 이유를 물으니 "요즈음 도통 잡히지 않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목화식당'에 들러 해장국을 마시며 잡담하는 손님들 옆에 앉아 음식을 기다리던 중 주인아주머니 얘기에 미소가 절로 나왔다.
"딸이 손주 데리고 여수아쿠아리움 구경 갔다가 집에 와서 잔다고 하니 얼른 집에 가서 방에 보일러 틀어놔야 겄네. 요새는 자식들이 상전이어라우."
맞는 얘기다. 나이 든 지인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얘기가 있다. "손주들이 오면 반갑고 가면 더 반갑다 " 20~30년 전만 해도 나이 들면 자식들한테 의지했지만 지금 세태는 자식들한테 의지하지 않으려는 경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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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벌교 전통시장인 '목화식당'에서 백반을 주문했는 데 이렇게 다양한 반찬이 나왔다. 가격은 1만원이다. |
| ⓒ 오문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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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벌교전통시장 모습 |
| ⓒ 오문수 |
"아주머니, 이렇게 반찬이 골고루 나오는 데 남는 게 있어요?" 하고 묻자 빙그레 웃기만 하신다. 식사 후 믹스커피를 마시고 시장통으로 나와서 간판을 보니 정육점을 겸하고 있었다. 아하! 그래서 소고기 장조림에다가 미역국에 소고기가 들어있었구나.
푸짐한 벌교 음식 인심을 생각하다가 새벽잠을 깨운 닭 우는 소리가 생각났다. 벌교에는 내 어릴 적 시골 인심이 여전히 살아있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수넷통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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