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 빠져나가면 어이 하리오

반진욱 매경이코노미 기자(halfnuk@mk.co.kr) 2025. 4. 1.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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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길 찾아 나서는 케이뱅크

제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기업금융 시장에 힘을 주고 있다. 이른바 ‘업비트 리스크’라 불리는 케이뱅크의 고질병 해소를 위해서다. 현재 케이뱅크 수익 대부분이 업비트 제휴를 비롯한 가계금융에서 나온다. 편협한 수익 구조는 케이뱅크의 주가 매력도를 떨어트리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새로운 먹거리를 확보해 수익을 다변화하고,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IPO에 성공한다는 복안이다.

케이뱅크가 기업금융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한다. 최근 불거진 ‘업비트 리스크’ 해소를 위해서다. 사진은 케이뱅크 사옥. (케이뱅크 제공)
기업금융 강화 나선 케이뱅크

인뱅 한계에도 적극적인데…

케이뱅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다소 취약 분야로 꼽히던 기업금융 분야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2024년 8월 개인사업자를 위한 ‘사장님 부동산 담보대출’을 선보였다. 해당 상품은 담보로 맡긴 부동산의 시세 85%를 한도로 최대 10억원·최장 10년까지 사업 운영자금을 빌려주는 대출 상품이다. 신청, 담보 가치 평가, 대출 실행 등 모든 과정이 100% 비대면으로 이뤄진다. 선순위 상품이 먼저 나왔고, 9월에는 후순위 상품으로 확대했다. 선순위는 기존 대출이 없을 시 돈을 빌릴 수 있고, 후순위는 기존 대출이 있어도, 추가로 대출이 가능하다.

올해 3월에는 후순위 대환 상품까지 선보였다. 부동산 담보물에 타 금융기관 대출이 있거나 임대차 계약이 있는 상황에서 추가로 대출받은 ‘후순위 상품’도 대환대출이 가능하도록 만든 상품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사업자를 위한 편의 기능도 대거 추가하고 있다. 우선 개인사업자 고객 전용 페이지인 ‘사장님 홈’을 업데이트했다. 추가로 ‘맞춤 정책 받기’ 기능을 도입할 예정이다. 맞춤 정책 받기는 정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민간단체 등이 개인사업자·소상공인에게 제공하는 정책 대출 상품이나 지원금, 정책이나 제도 등 정보를 한눈에 모아 볼 수 있게 하는 기능이다.

개인사업자를 넘어 중소기업을 위한 금융에도 힘을 기울인다. 2027년 3분기에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100% 비대면 법인 대출 상품을 선보이는 게 목표다. 김민찬 케이뱅크 코퍼레이트그룹장은 “보증서 대출로 시작, 그다음은 담보대출을 고려하고 있다. 금융당국과 신용대출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업비트 계약 곧 끝나는 케이뱅크

‘리스크’ 극복 위해 기업금융 진출

느닷없이 기업금융에 힘을 주는 케이뱅크 행보를 두고 ‘의아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많다. 인터넷은행은 중·저신용자를 위한 가계대출에 특화된 상품을 공급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설립됐다. 실제로 인터넷은행 3사(케이뱅크,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주요 고객은 법인이 아닌 개인이다.

기업 대상 대출은 대출 자금 규모가 커 자본이 넉넉해야 한다. 또 대면으로 대출 대상자를 꼼꼼히 확인하는 게 필수다. 이 때문에, 비대면에 치중하는 인터넷은행 특성상 기업금융 시장은 애초에 ‘공략 대상’과 거리가 멀었다.

주력하지 않던 기업금융 상품에 케이뱅크가 힘을 주는 이유는 ‘기업 생존’과 관련이 깊다.

지금은 잘나가는 케이뱅크지만, 초창기에는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2016년 출범 이후 자본 확충에 번번이 실패하며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를 지속했다. 후발 주자인 카카오뱅크에 밀려 존재감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죽어가던 케이뱅크를 살린 것은 가상화폐다. 케이뱅크는 2020년 국내 1위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와 실명계좌 제휴를 맺었다. 당시 금융당국 규제로 가상자산거래소에 원화 이체를 하려면, 국내 은행 1곳과 실명계좌를 연결해야만 했다. 업비트는 제휴 대상자로 케이뱅크를 선정했다.

업비트를 등에 업은 케이뱅크는 급속도로 성장했다. 지난 2020년 6월 업비트와 제휴를 맺은 이후 고객 수는 219만명에서 1년 새 660만명으로 3배 급증했다. 2024년 말 기준 케이뱅크 고객 수는 1274만명에 육박한다. 수신 잔액 역시 2020년 말 3조8000억원에서 2021년 3분기 말 12조3100억원으로 3배 이상(8조5100억원) 급증했다. 업비트와 제휴를 맺은 이듬해인 2021년 케이뱅크는 출범 이후 첫 연간 누적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업비트가 죽어가던 케이뱅크를 살린 셈이다.

문제는 올해 10월 케이뱅크와 업비트의 실명계좌 제휴 협약이 끝난다는 사실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업비트가 케이뱅크와의 재계약보다는 다른 시중은행으로 제휴 은행을 바꿀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다른 가상자산 거래소인 빗썸은 제휴 은행을 NH농협은행에서 KB국민은행으로 변경했다. 업비트 제휴 은행 후보로는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거론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케이뱅크가 업비트 덕분에 얼마나 혜택을 봤는지 모든 시중은행이 알고 있다. 이번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업비트와의 동행이 끝나면 케이뱅크에 다시 위기가 찾아올 가능성이 크다. 케이뱅크는 카카오뱅크나 토스뱅크처럼 강력한 ‘플랫폼’이 없다.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는 각각 카카오톡과 토스라는 인기 플랫폼에서 꾸준히 사용자가 유입된다. 반면 케이뱅크는 사용자를 유입시킬 한방이 없다. 전체 사용자 중 대다수가 업비트 고객이다. 제휴가 끝나면 고객 수 유지가 어렵다.

케이뱅크 입장에선 생존을 위해서는 새로운 먹거리 발굴이 절실한 셈이다. 낯선 영역으로 꼽히던 기업금융 시장에 진출하는 이유다. 은행권은 개인사업자(소호)와 중소기업(SME) 대출 시장 규모가 500조원씩 총 1000조원에 달한다고 내다본다. 이 시장은 대면 대출을 내세운 시중은행이 장악하고 있다. 시중은행이 차지하는 점유율 일부만 가져와도,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최우형 케이뱅크 행장
핵심은 임박한 IPO

기업공개 위해서는 뭐든 해야

IPO를 서둘러야 한다는 점도 케이뱅크가 기업금융에 목숨을 거는 이유다. 케이뱅크는 2026년 7월까지 상장해야 한다. 2021년 6월 유상증자를 진행하며 베인캐피탈과 MBK파트너스 등 재무적투자자(FI)들과 IPO를 조건으로 하는 동반매각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 조항을 걸었기 때문이다. 동반매각매도청구권이란 투자자가 본인 주식을 매도할 때 최대주주 주식까지 함께 끌어들여, 프리미엄 가격으로 동반 매도할 수 있는 조항이다. 케이뱅크가 IPO에 실패하면, 해당 조항에 따라 기업 지분을 강제적으로 처분해야 한다.

리스크 해소를 위해 케이뱅크는 2022년 상장에 돌입했다. 그러나 2023년 2월 이를 철회했다. 이어 2024년 10월 말 상장을 목표로 재도전했으나 수요 예측 결과가 예상보다 부진하게 나오자 올해 초 포기했다. 이후 철회 2달 만에 다시 IPO 추진을 의결했다.

지난 두 차례 IPO 시도 당시, 케이뱅크 주가가 저평가받은 이유는 ‘업비트 리스크’ 때문이었다. 업비트와 제휴가 끝나면 수익이 급감할 것이란 우려에 투자자들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비즈니스 모델이 편협해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평가가 다수였다. 기업금융 시장에서 존재감을 발휘한다면 리스크 해소가 가능하다. 은행권 관계자는 “당면 과제 중 가장 급히 해결해야 할 사안이 IPO다. 사실상 업비트 리스크에 막혀 2번이나 기업공개가 막힌 상황이다. 기업 경쟁력을 증명할 새로운 수익 모델을 공개해야 기업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3호 (2025.04.02~2025.04.0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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