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에 두 번, 하지와 동지에 가면 더 좋습니다
도쿄는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여행지입니다. 그만큼 각종 정보가 넘치는 곳이기도 합니다. 유명한 관광지를 이미 방문했다면 이번엔 '도쿄 말고, 근교'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이 연재에서는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도쿄 도내와 도쿄 근교 여행지를 소개합니다. 색다른 일본 여행지를 찾는 분들께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기자말>
[정효정 기자]
춘분이 지나자, 공기 속에 완연한 봄기운이 스며들었다. 태양의 중심이 하늘의 적도와 나란히 놓이는 춘분은 농경사회에선 한 해를 준비하는 중요한 기준점이었다.
|
|
| ▲ 에노우라 측후소 일본 가나가와현 오다와라에 위치한 복합 아트 센터. 1만 5천 평의 부지에 갤러리, 유리무대, 다실 등 다양한 건축 시설과 예술작품이 공존한다. 2023년 BTS의 RM도 방문한 바 있다. |
| ⓒ 정효정 |
'측후소(測候所)'는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 기상관측소의 옛 이름이다. 그러나 이곳에서 관측하는 것은 기상이 아니라 태양의 움직임, 그리고 계절의 흐름이다. 스기모토 히로시는 이 작업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유구한 옛날, 고대인들이 의식을 가지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끝없이 펼쳐진 천공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예술의 기원이기도 했다. 새로운 생명의 시작을 알리는 동지, 중요한 반환점이 되는 하지, 통과점인 춘분과 추분- 하늘을 관측하는 일로 다시 한번 돌아가 보는 것, 그것이야말로 희미한 미래로 통하는 실마리가 열려 있는 것 같다."
변치 않는 절기의 흐름 속에서 인류는 계절에 대한 지식을 모으고, 그 축적된 지혜로 미래를 준비할 수 있었다. 춘분이 오면 씨앗을 뿌리고, 하지에는 추수를 준비하고, 추분은 겨울을 대비했다. 동지는 길고 어두운 시간을 지나 다시 빛이 찾아온다는 희망이었다. 인간의 역사는 그렇게 관찰을 통해 지혜를 쌓으며 지금까지 흘러왔다. 하지만 현대의 우리에게 하늘을 관측하는 행위는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절기는 이미 초등학교 때 다 배웠는데 말이다. 궁금한 마음을 품고 오다와라로 향했다.
"생각없이 내려버리는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까?"
도쿄에서 전철로 약 한 시간, 오다와라는 하코네로 향하는 관문이자 한때 관동의 강자였던 호조(北條) 가문이 다스리던 도시였다. 오다와라 성은 전국시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군을 상대로 세 달간 농성을 벌였던 역사적 현장이다. 또한 이 지역은 닌자의 고장으로도 알려져 있다. 호조 가문을 섬겼던 후마 닌자인데,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섬긴 핫토리 한조와는 라이벌 관계였다고 전해진다.
|
|
| ▲ 네부카와 무인역 네부카와 역은 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역 중 하나로 손 꼽힌다. 이곳에서 에노우라 측후소로 가는 셔틀버스가 운행된다. |
| ⓒ 정효정 |
"생각 없이 내려버리는 경험을 한 적 있습니까?(思わず降りてしまう、という経験をしたことがありますか)"
네부카와역은 청춘의 방랑벽을 자극하는 그런 감성 광고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아름다운 역이었다. 이곳에서 에노우라 측후소까지는 셔틀버스가 운행된다. 셔틀버스를 타고 10분 정도 달리자 시원하게 펼쳐진 겨울 바다를 배경으로 노란 귤이 탐스럽게 달려 있는 언덕에 도착했다. 에노우라 측후소는 귤밭 한가운데 지어져 있었다.약 1만5000평의 부지에 세워진 공간이지만 하루 방문객 수를 제한해 개인 공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게 설계되었다. 그래서 입장은 예약제로만 운영된다.
|
|
| ▲ 에노우라 측후소 에노우라 측후소는 사가미만을 바라볼 수있는 감귤밭 언덕의 1만 5천여평의 부지에 지어졌다. |
| ⓒ 정효정 |
스기모토는 이 곳을 설계하며 "세상과 우주, 그리고 자신과의 거리를 측정하는 장소(世界や宇宙と自分との距離を測る場)"라고 했다. 그가 계획한 의도를 따라 우선 하지광 요배 100m 갤러리(夏至光遥拝100メートルギャラリ)로 향했다. 이곳은 한쪽 면이 대형 유리로 되어 있고 반대쪽은 석재로 만들어진 긴 갤러리인데, 기둥 하나 없이 37장의 대형 유리가 계속 이어져 있는 구조다.
|
|
| ▲ 하지광 요배 100m 갤러리 (夏至光??100メ?トルギャラリ) 하지에는 바다에서 떠오르는 태양이 이 갤러리를 통과한다. 내부에 걸려있는 작품은 사진작가 스기모토 히로시의 작품이다 |
| ⓒ 정효정 |
|
|
| ▲ 동지광 요배 수도(冬至光??隧道) 하지광요배 갤러리와 60도가 차이가 나는 곳에 동지광 요배 수도가 있다. 동지가 되면 바다에서 뜨는 태양이 이 공간을 통과하는 구조다. |
| ⓒ 정효정 |
춘분과 추분에는 일출의 빛이 정원에 설치된 돌무대로 향한다. 이 돌무대는 일본 전통극 '노(能)' 무대의 사이즈를 정확히 재현했다고 한다. 이렇게 에노우라 측후소는 모든 설치물의 구조가 계절의 순환을 느끼며 태양의 빛을 감상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졌다.
|
|
| ▲ 광학유리무대 교토 기요미즈데라(?水寺)의 무대와 같은 크기로 지어진 유리무대다. 동지의 아침이면 태양 빛이 이 무대에 내려 앉는 구조로 지어졌다 |
| ⓒ 정효정 |
|
|
| ▲ 수리모형 0010 (?理模型 0010), 스기모토 히로시 수학적 쌍곡선 함수를 시각화했다는 스기모토 히로시의 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
| ⓒ 정효정 |
|
|
| ▲ 다실 우초텐(雨?天) 춘분과 추분 태양 빛이 들어오는 방향으로 지어진 소박한 다실이다. |
| ⓒ 정효정 |
|
|
| ▲ 에노우라측후소 부지 내에 지어진 신사, 가스가샤(春日社) 설치 미술로 지어진 것이 아니라, 실제로 진좌제를 가지고 정식으로 기능하고 있는 신사다. |
| ⓒ 정효정 |
|
|
| ▲ 히로시마 원폭 당시 파괴된 무로마치 시대의 불탑 에노우라 측후소 곳곳에서는 설립자가 평생 모아온 고미술품과 예술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
| ⓒ 정효정 |
하지만 그 모든 무너짐 속에도 변치 않는 것은 존재한다. 고대인에게 매일 떠오르는 태양은 내일이 온다는 약속이었고, 정확한 시기에 황도를 지나는 태양은 다음을 준비하라는 신호였다. 하늘을 바라보고 태양의 위치를 확인하는 행위는, 내가 세상과 이어져 있다는 감각이며, 여전히 내일이 존재한다는 희망이기도 했다. 우리는 흔히 거대한 우주 앞에 먼지처럼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고 말하지만, 동시에 이 거대한 순환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
|
|
| ▲ 동지의 해가 뜨는 방향에서 바라본 바다 가운데 놓여있는 작은 돌은 토메이시라고 하는데, 더이상 가지 말라는 표시다. |
| ⓒ 정효정 |
1. 오다와라 문화재단 에노우라 측후소(江之浦測候所)
세계적 사진 작가 스미모토 히로시가 설립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자연과 어우러진 건축, 예술 작품, 고미술품 등을 감상할 수 있다. 2017년 최초 공개되었으며 아직도 일부 건설 중이다. 당일권 판매도 있지만, 예약 인원이 다 차면 더는 입장객을 받지 않기 때문에 공식 홈페이지에서 먼저 예약을 하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주소】 神奈川県小田原市江之浦362番地1 (가나가와현 오다와라시 에노우라 362번지 1)
【연락처】 0465-42-9170
【개관시간】 오전 10시~오후 1시, 오후 1시30분~4시30분
【휴관일】 화・수요일, 연말연시 및 임시휴관일
【입장료】 3,300엔 (인터넷 구매시)
【가는 법】 JR 도카이도 본선 네부카와(네부카와)역에서 왕복 셔틀버스 운영
・오전 9:45/10:05/10:35 ・오후 13:15/13:40/14:00
【홈페이지】 https://www.odawara-af.com
2. 오다오라 오뎅 본점 (小田原おでん本店)
오다와라 가마보코 대회에서 여러번 우승 한 지역 오뎅가게다. 오다와라의 특산품인 귤이나 제철 채소를 이용한 가마보코가 유명하다. 점심에는 오뎅 정식도 있어 직장인들도 많이 찾는다. 평일에도 예약 없이는 이용이 힘들 정도로 인기다.
【주소】 神奈川県小田原市浜町3-11-30 (가나가와현 오다와라시 하마초 3-11-30)
【연락처】 0465-20-0320
【운영시간】 11: 00-21: 00 (평일 오후 2~5시 휴식 시간)
【정기휴일】 매주 월요일
【홈페이지】 https://odawaraoden.com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이 기사는 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12월 3일, 나는 국회의사당 본청의 불을 모두 밝혔다
- '다크투어의 성지' 제주에 한강 작가가 남긴 것
- "맛 보장" 정부 대신 '내란 불황' 해결 나선 자영업자 자녀들
- 한덕수 상법개정안 '거부'... '직 걸겠다'던 이복현은?
- [오마이포토2025] 헌재 주변 진공상태 만드는 경찰
- 비상행동, 한덕수 공수처 고발... "당장 구속"
- 47년생 시아버지가 가장 살고 싶은 나이는 서른 하나
- [영상] 거창 야산 산불 주불 진화... 잔불 정리중
- '위증교사' 이재명 항소심, 6월 3일 결심공판
- "붕괴 이전으로 돌아가요" 박해일 등 영화인 '윤석열 파면' 촉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