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젊은이는 화장실서 생활…노인들은 은퇴후 호화 여행

방성훈 2025. 4. 1.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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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 넉넉해 씀씀이 큰 은퇴 노인들 해외여행 급증
실버경제 급성장에 中정부도 정책 지원
젊은이들은 생활고…월세 아끼려 화장실서 생활도
여행은 커녕 '966 근무' 시달려…쉴 여유조차 없어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중국 베이징에 거주하는 존 왕(74)은 은퇴 이후 해외 여행으로 영국, 미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한국을 다녀왔다. 영어를 전혀 못하지만 친척이 통역을 대신해줬다. 그는 “해외여행을 할 때 돈 걱정은 하지 않았다. 어렸을 때 중국은 계획 경제 체제였기 때문에 지금 내 구매력은 확실히 강하다”며 웃음을 지었다.

중국 후난성 주저우시에서 가구점 영업직으로 일하는 양모(18)씨는 월세로 50위안(약 1만원)을 내고 사무실 화장실에서 생활한다. 다른 곳에서 지내면 800~1800위안(약 16만 2000~36만 4000원)을 임대료로 내야 하기 때문이다. 월급은 2700위안(약 54만 6000원)으로 도시 평균 7500위안(약 151만 6000원)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데, 30~67%를 월세로 내야 한다.

중국의 은퇴한 노인들이 평행 모은 돈을 쓰며 여유롭게 해외 여행을 누리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해외 여행은 커녕 쉬는 날조차 부족한, 혹은 취업을 못해 소득조차 없는 젊은층과 극명한 대비를 이뤄 눈길을 끌고 있다.

중국 여행객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 근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AFP)

지갑 넉넉한 은퇴 노인 ‘실버 경제’…블루오션 급부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1일(현지시간) 중국 60대 이상 고령층이 새로운 소비시장(실버 경제)을 주도하고 있다면서, 해외 여행(아웃바운드 관광) 시장 역시 급성장하는 부문 가운데 하나라고 보도했다.

중국 여행 플랫폼 플리기(Fliggy)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고령층 여행객의 아웃바운드 예약이 전년대비 약 50% 폭증했다. 플리기는 “노인들은 장거리·장기 여행을 선호하며 가장 인기 있는 해외 여행지는 홍콩, 마카오, 동남아시아다. 이들은 원활한 여정이나 현지 환대 및 투어 가이드 서비스에 대한 기대치가 상당히 높다”고 전했다.

올해도 고령층의 아웃바운드 관광은 성장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여행 기술·마케팅 회사인 차이나 트레이딩 데스크는 65세 이상 중국 여행객 비율이 지난해 7~9%에서 올해 10~12%로 확대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의 경제 호황기를 몸소 겪었던 60세 이상 고령층은 ‘부유한 베이비붐 세대’로 자리매김해 중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대부분이 후한 연금, 수십년 동안 모아온 저축 등에 힘입어 대규모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채 은퇴했기 때문이다. 지갑이 넉넉한 덕분에 씀씀이도 크다.

ING의 린 송 중국 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중국의 은퇴자들은 대부분 ‘평생 저축’을 해왔고, 수십년간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 덕을 톡톡히 봤다”고 말했다. SCMP도 “은퇴자들의 수입이 20~30살 어린 사람들보다 더 많아 물건을 살 여유가 있을지 걱정할 필요가 없고 여행시 돈도 자유롭게 쓸 수 있다”고 부연했다.

세계 은행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중국 14억 인구의 약 20%가 60세 이상이며, 앞으로 이 비율은 확대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7조위안이었던 실버 경제 규모는 2035년까지 30조위안으로 불어날 것이라고 중국 정부는 추산했다.

이러한 현상은 중국 국내외 여행업계에 엄청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비즈니스 컨설팅회사인 드래곤 트레일 인터내셔널은 “1960년대 이후 20년 사이에 태어난 은퇴자 또는 은퇴 예정자는 아웃바운드 관광 시장이 주목해야 할 새로운 블루 오션으로, 아직 개척이 이뤄지지 않은 거대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 역시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지난달 실버 경제 자극을 위한 국가 자본 투입 계획을 발표했다. 전국적으로 ‘실버 트레인’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계획 등이 포함됐다. 팬데믹 이후 푹 꺼진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사진=SCMP Douyin ‘Lazy’ 계정 캡처)

젊은이들은 생활고…월세 아끼려 화장실서 생활도

은퇴한 노인들이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삶’을 향유하고 정책 지원까지 받는 모습은 젊은층이 경제적인 이유로 ‘생활고’에 허덕이고 있는 것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중국 젊은이들은 부모 세대와 비교해 기술이 훨씬 발달한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많은 부문에서 생활이 편리해졌지만, 동시에 취업하긴 더 어려워졌다. 일자리를 기계가 대신하고 있는 탓이다. 같은 이유로 월급도 줄었다. 소득이 줄어들다 보니 결혼을 꺼리는 경우도 증가하는 추세다.

취업에 성공해 적은 돈이라도 벌면 다행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해 들어 16~24살 청년 실업률은 두 달 연속 상승하며 1월 16.1%, 2월 16.9%를 각각 기록했다. 재학생·시간제 아르바이트 종사자가 제외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실업률은 40%를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2.5명 중 최소 1명 이상이 실업 상태라는 의미다. 2023년 기준 대졸자 평균 임금은 1만 342위안(약 209만 1000원)이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대졸자는 1222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5년 전엔 800만명 미만이었으나 2023년(1043명) 1000만명을 넘어선 뒤 2024년 1179만명 등 지속 증가하고 있다. 취업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반면 대학원에 진학해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학생은 줄고 있다. 비싼 학비를 들여 공부해도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인 데다, 나이가 많아 경쟁에서 밀리는 경우가 많아서다. 중국 매체들엔 석·박사가 노점상, 경비원, 배달원 등으로 일하고 있다는 소식이 적지 않게 등장한다.

그나마 다니는 직장에서 해고되지 않으려면 악명 높은 ‘966 근무제’(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근무)를 준수해야 한다. 35세가 정년 퇴임 나이라는 자조적인 얘기도 나온다.

SCMP는 화장실에서 생활하는 양씨를 소개하며 “그는 한 달 생활비로 300~400위안(약 6만~8만원)을 사용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집과 자동차를 마련하기 위해 저축하고 있다”고 전했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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