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뒤 1팩씩 소분해준 '나만의 건기식' 5년만에 매출 93억 껑충

늘 몸이 무겁고 피로감이 심한 직장인 김모(32)씨는 '몸에 좋은 건강기능식품을 챙겨 먹자'는 생각을 종종 했지만, 뭘 먹어야 할지 몰랐다. 그러다 보니 유명 제품만 고민 없이 고르곤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맞춤형 건강기능식품을 알게 되면서 달라졌다고 한다. 김씨는 "여러 영양제를 각각 사면 가격 부담이 크고, 귀찮아서 안 먹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내 몸에 필요한 비타민B·마그네슘 등이 하루 한 팩씩 포장돼 나오면서 필요한 것만 골라 먹을 수 있어 편하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건강상태·생활습관 등을 고려해 건강기능식품을 원하는 양만큼 구매하는 '맞춤형 건강기능식품'이 올 들어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약사·영양사 등 전문적인 관리사 상담을 거쳐 소비자에게 필요한 건기식을 소분·조합해서 판매하는 제도다.

이는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 등으로 맞춤형 건강 관리 제도를 마련하자는 요구가 커지면서 도입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0년부터 맞춤형 건기식 시범사업(규제 샌드박스)을 진행했다. 지난해 말 기준 18개사가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2020년 5000만원에 불과했던 연간 매출액은 지난해 93억5000만원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누적 32만여명이 이용했지만, 중대한 이상 사례는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를 바탕으로 식약처는 맞춤형 건기식 관리사 신설, 영업 근거 등을 담은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1월부터 시행했다. 지난달엔 소분 안전관리 기준 등 세부 내용을 담은 법 시행규칙을 공포했다. 안전하고 위생적인 맞춤형 건기식 판매·소비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소비자는 원하는 업체를 고른 뒤 매장 방문·통화 등으로 관리사와 상담하게 된다. 그 후 필요한 건기식 설명·추천을 받고, 섭취 시 주의사항 등도 안내받는다. 그리곤 대개 약포지처럼 포장된 '나만의 건기식'을 먹게 된다. 자칫 과하게 구매·섭취할 수 있는 건기식의 문제를 줄이는 반면, 안전성과 편리함을 높일 수 있는 셈이다.

50대 이모씨는 "건강에 무리가 안 가는 범위에서 필요한 제품만 추천해주니 여러모로 부담이 적었다"고 말했다. 박주연 비타믹스 대표는 "건기식은 약과 달라서 꾸준히 먹어야 건강에 도움이 되는데, 간편한 맞춤형 제품이 생기면서 소비자들의 섭취 순응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맞춤형 건기식 업계는 국내·외 시장 공략이 빨라질 거란 전망도 내놓는다. 노정환 투비콘 대표는 "국내 시장 노하우를 바탕으로 맞춤형 건기식 개념이 부족한 동남아 등으로의 진출도 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홍지연 고려대 식품생명공학과 교수는 "시범사업을 거치며 인공지능(AI)을 통한 제품 추천 플랫폼 등이 활성화했는데, 다른 나라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 국내 시장 파이가 커지면 글로벌 파트너사에 긍정적으로 홍보할 여지도 생긴다"고 말했다.

다만 소비자는 맞춤형 건기식을 원래 먹던 건기식·의약품과 병용·중복 섭취할 때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은행잎 추출물 성분의 건기식을 항응고제와 같이 먹으면 출혈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소비기한, 섭취량 등도 미리 확인한 뒤 먹는 게 좋다. 자세한 정보는 '식품안전나라'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임창근 식약처 건강기능식품정책과장은 "소비자들의 구매 편의성이 높아짐에 따라 맞춤형 건기식 시장이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건기식 오남용 우려도 있는 만큼 업체와 함께 올바른 섭취법, 주의사항을 적극적으로 알려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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